“공부 의미 찾게 하려면 아이를 ‘VIP 인터뷰이’로 대하세요”

정세영 기자 2026. 8. 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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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 두 아들을 각각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보낸 유정임 전 PD를 만나 아이의 공부 불씨를 키울 수 있는 전략을 들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많은 부모가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깊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교육 강연을 하며 학부모의 고민을 상담하고 있는 그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제 아이들의 공부법'"이라며 "특별한 방법은 없다. 아이의 성향에 맞춘 '동기부여 대화법'을 구사하면 성적 상승은 물론 부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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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카이스트, 서울대 보낸 유정임 전 PD

연년생 두 아들을 각각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보낸 유정임 전 PD를 만나 아이의 공부 불씨를 키울 수 있는 전략을 들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많은 부모가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대화는 줄고, 부모가 나름 조심스럽게 물어본 질문에 아이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깊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부 의욕은 물론 부모와의 관계까지 망쳐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정임 전 PD는 MBC 라디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로 방송 생활을 시작해 부산경남대표방송 KNN에서 PD, 부산영어방송에서 제작국장 등을 거치며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했다. 교육 다큐멘터리와 주부 프로그램을 만들며 전국의 영재 엄마들과 하버드·MIT 등 세계의 교육 현장을 취재한 그는 인터뷰를 통해 얻은 조언과 정서적 공감을 연년생 두 아들의 대화법에 적용했다고 한다. 그 결과 첫째 아들은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고, 둘째 아들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유정임 전 PD의 공부 대화법 핵심은 '공감과 진심’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을 줄이고 대화를 통해 공부의 목적을 찾게 했다"며 "온전히 자신만의 성취를 경험하도록 도우니 스스로 꿈을 찾고 열정적으로 공부에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도서 '자발적 몰입을 이끄는 공부 대화의 기술’을 펴낸 유정임 PD를 만났다. 전국 각지에서 교육 강연을 하며 학부모의 고민을 상담하고 있는 그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제 아이들의 공부법’"이라며 "특별한 방법은 없다. 아이의 성향에 맞춘 '동기부여 대화법’을 구사하면 성적 상승은 물론 부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을 여는 대화의 핵심, '라포르(rapport)’

아이와의 대화법에 집중한 이유는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제한돼 있었어요. 이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죠. 저는 라디오 작가에서 방송사 PD로 일하며 수많은 청취자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속마음을 끌어내면서, 내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데 필요한 대화의 경험치가 충분히 쌓여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취재를 위해 만난 훌륭한 부모들의 교육 방식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게 '대화법’이었어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공부에 몰입하도록 이끌고 다독이는 말을 늘 해주고 있었죠. 그걸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워킹맘으로서 여유롭게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아이와의 대화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 1~2시간뿐이니까요.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인터뷰’예요. 제한된 시간 동안 아이와 인터뷰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모성의 언어는 양보다 질이 좌우한다고 믿어요. 그래서 주어진 시간 동안 아이들과 정성껏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오프라 윈프리의 인터뷰 전략을 차용했어요. 10분 말하고 50분 듣는 1:5 방법을 실천했죠. 아이들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고, 일상 속 작은 대화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어요. 더불어 아이의 일기장이나 문제집에 제 의견을 달아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 시간을 풍성하게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와 인터뷰하듯 대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편견을 버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해요.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거죠. 이야기 도중 말을 끊거나, '그럴 거야’라는 식의 판단은 삼가야 합니다. 또 아이의 말 안에서 질문을 찾아야 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는 거죠. 만약 부모의 말이 틀렸다면 아이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이런 모습을 통해 아이는 부모를 더욱 신뢰하게 되거든요.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화법도 있나요.

먼저 아이와 긍정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해요. 이를 라포르(rapport·친밀관계)라고 불러요. 라틴어에서 파생된 프랑스어로, 처음 인터뷰이를 만나 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누구든 처음부터 깊은 대화를 유도하면 진심의 말이 오가기 힘들어요. 라포르를 형성해 상대방의 긴장감을 풀어줘야 하죠. 그런데 아이, 남편 등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와 진심 어린 대화를 하려면 라포르 형성은 필수입니다. 라포르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속마음을 잘 끌어낼 수 있거든요. 대화의 질도 높아지고요. 

라포르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하나요.

하교한 아이의 얼굴이 안 좋아 보이면 부모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라고 묻게 되죠.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냥 피곤해서 그래"라며 넘어가려 할 거예요. 그럴 때 부모가 "마음이 안 좋았던 일이 있으면 말해도 돼. 항상 네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거든"이라며 아이를 다독여주세요. 만약 아이가 "친구 관계 때문에 속상하다"고 하면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당장 말하기 힘들면 기다릴게"라고 이야기해주는 거죠. 이렇게 공감하고 기다려주는 대화를 이어가면 아이는 마음이 편해지면서 속이야기를 꺼내게 될 겁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들려주고요. 일상에서도 라포르를 형성하는 것이 좋아요. 꼭 대화를 통해서 이뤄지지 않아도 됩니다. 스킨십 등을 통해 아이와 유대감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대화법도 차이를 둬야 하지 않나요.

맞아요. 저희 아들 2명의 성향이 완전 달라요. 큰아이는 먼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타입이고, 작은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속사포처럼 대화를 쏟아내거든요. 백화점을 가면 큰아이는 얌전히 저만 따라다니는데, 작은아이는 어느 숍이든 들어가서 사탕이라도 하나 얻어와요.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잖아요. 스스로 괜찮다고 여기는 부분이 상대방에게는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고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각 성향에 맞춰 대해야 상처받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거든요. 내향형인 큰아이는 스스로 생각한 뒤 판단이 섰을 때 대화를 시작해요. 때문에 말을 시작할 때까지 온전히 기다려야 했어요. 하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속마음을 꺼내놓진 않았어요. 공감과 격려가 마중물이었거든요. 아이가 어렵게 입을 열면 "그럴 수 있지" "엄마라도 그랬을 거야"라고 응수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렇게 무한 공감을 해주면 부끄러워하던 아이도 용기가 생겨 말문을 열어요. 또한 과장하거나 오버해서 칭찬하지 않았어요. 생각이 깊은 아이라 엄마의 과한 감정은 진심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거든요. 차분히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아이의 말에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응원했어요.

외향적인 작은아이는요.

완전 반대죠. 어떤 일이 생기면 엄마가 조언하고 판단해주는 걸 즐겼거든요. 선택을 도와주는 것도 거부하지 않았고요. 작은아이는 고집이 세서 속사포처럼 감정을 쏟아내요. 저는 아이의 말을 절대 끊지 않았어요. 대화 중간에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일단 참고 기다리는 거죠. 작은아이와의 대화는 무한 공감이 아닌, 무한 경청이 우선이었거든요. 공감이나 맞장구도 필요 없어요. 무조건 들어줬어요. 아이가 이야기를 모두 마치면 제 생각을 전달해나갔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제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의견을 적극 수긍했어요.

공부 동기 키우는 초중고 핵심 대화법

대화법이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그럼요. 대화법대로 아이들의 학업을 도왔으니까요. 과한 관심을 싫어하는 큰아이에게는 해야 할 과제나 필요한 참고서를 사주는 것 외에는 관여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선택한 학원도 이유를 묻지 않고 보내줬죠. 딱 여기까지예요. 혼자 오랫동안 고민해왔단 걸 알기에 무조건 믿었던 것 같아요. 격려는 물론 "숙제 다 했어?" "공부 몇 과목 했어?"라는 말보다는 "도와줄 거 없어?" "간식은 뭐 먹을래?" 같은 말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어요. 책임감이 강한 아이는 부모가 체크를 하거나 억지로 리드하면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작은아이에게는 스스로 세운 시험 계획에 제 의견을 보태고, 시험공부 우선순위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어요. 서로 예상 시험문제를 내면서 과제 집착력도 북돋워줬고요. 경쟁하듯 결과를 즐기는 아이였으니까요. 큰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그렇게 애쓰더니, 네가 생각한 방식이 맞았어"라고 응원해주고, 작은아이에게는 둘이 손잡고 방방 뛰면서 "와! 넌 진짜 완전 대단해!"라며 함께 기뻐했죠. 결이 다른 대화가 아이의 성적에 대한 성취 동기를 자극했다고 믿어요. 성년이 된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대화하고 있고요. 

초등학생 자녀와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답정너’가 되지 않는 거요. 부모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으면 아이에게 원하는 말을 추궁하거나, 자기 생각에 따르기만을 주장하게 되거든요. 이에 아이는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부모 앞에서 입을 꾹 닫아버리게 됩니다. 부모는 미리 답을 정해두지 말고 아이의 생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아이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여야 하고요. 또한 아이의 이야기를 절대 중간에서 끊으면 안 됩니다. 잘못된 생각이어도 일단 그대로 들어야 해요. 부모의 듣는 태도가 아이의 말하는 태도를 만들어줍니다. 더불어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해요. 무엇을 먹고, 공부와 게임은 언제 할지 등을 알아서 결정하게 한 뒤 그 계획을 들어보는 거죠. 그러면 아이는 건강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습득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칭찬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칭찬이 가장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는 시기가 초등학생 때예요. 하지만 무조건적인 칭찬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성향에 맞춰 칭찬의 수준을 조절해야 해요. 칭찬을 해주면 오히려 뒤로 숨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의욕을 갖고 더욱 열심히 하는 아이도 있거든요. 저희 큰아이는 칭찬 앞에 겸손한 편이었어요. "와! 굉장해. 너무 잘했다"라고 칭찬해주면 "다들 이만큼은 해요"라고 한 걸음 물러났거든요. 알아서 겸손해지니 마음껏 칭찬해도 부담이 없었죠. 반면에 작은아이는 칭찬을 해주면 자신감이 솟아 자만심이 될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둘째 아이에게 칭찬할 땐 마지막 한 마디를 꼭 덧붙였어요. "끝까지 긴장감 늦추지 마!" 인정 욕구가 강한 아이들은 절제력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실수하지 않거든요. 아직 어린 초등학생에게 과한 칭찬을 하면 자아도취에 빠질 수 있습니다. 칭찬은 적당하고 신중하게 활용해야 해요. 

부모와 대화를 거부하는 중학교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해요. 순하던 아이가 부모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거나 원망을 담은 눈빛으로 바라보면 두렵기도 하죠. 참다못해 "대답 좀 해!"라고 하면 "됐어!" "싫어!" 등의 비수 꽂힌 말들이 날아옵니다. 이런 말을 들은 부모는 억장이 무너지죠. 사춘기는 주체성이 강해지는 시기예요. 모든 일을 스스로 하고,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신호탄이나 다름없죠. 이 시기에 부모는 아이를 멀리서 지켜보며 믿어줘야 해요. 저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자극적인 말들을 삼가기 시작했어요. 과도한 친절함을 덜어내고 큰소리도 내지 않았죠. 제 말맛이 순화되니 아이들의 분노도 덜 자극되더라고요. 말수가 적은 큰아이에게는 거리 두기를 철저하게 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말을 걸어올 때만 살갑게 대화했죠. 감정을 열정적으로 표출하는 둘째 아이에게는 귀는 열고 입은 닫으려 노력하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할 방법도 있나요.

관심 있는 분야를 통해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거요. 관심사 안에서 해볼 수 있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거죠. 작은아이가 중학교 시절에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냉철하게 판단했을 때 아이는 그림에 재능이 없었어요. 그저 아이가 만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봐서 만화가의 꿈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죠. "누구나 볼 수 있는 '한국판 코난’을 만들고 싶다"는 아이에게 "엄마가 봤을 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스토리 만드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줬어요.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아이의 꿈을 더 넓은 범위의 콘텐츠들과 연결시키면서 대화를 이어나간 거죠. 결국 아이는 '콘텐츠 제작자’라는 직업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아이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고 노력했죠. 이렇게 쌓은 작은 성취감이 공부 동기로 이어진 것 같아요. 

고등학생이 된 아이의 진로와 꿈을 체크해볼 대화법이 있다면요.

아이의 철학이 담긴 가치관을 질문해보세요. 봉사하는 삶, 경제적 발전에 기여 등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어떤 생각을 중심에 두고 싶은지요. 아이의 적성과 재능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잘할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잘할 수 있는 것과 즐겁게 느껴지는 일은 다르니까요. 더불어 어떤 것에 흥미와 행복을 느끼는지,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을 얼마나 잘하고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물은 뒤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저는 이를 아이들의 진로 선택을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했어요. 위 사항들을 정리해보니 전공 선택도 더욱 명료해지더라고요. 

#자녀대화법 #공부대화법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게티이미지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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