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재벌 중심', 대만은 '분업 생태계'... 두 반도체 강국의 다른 성공법 [인터뷰]

신은별 2026. 8.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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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썼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가 있고, 한국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그는 "대만과 비교하면 한국에는 IC 설계회사가 많지 않고, 반도체 수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며 "자체 브랜드와 독자적인 산업 구조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한 결과 재벌 중심의 수직 계열화가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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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반도체 강국의 명암: TSMC 대해부
'33년 TSMC 취재' 린훙원 전문기자 인터뷰
"반도체 생태계, 대만은 분업·한국은 재벌 중심
정부 역할, 한국이 더 강하지만 우열은 없어"
편집자주
대만은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썼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양극화를 비롯한 그늘도 짙다. 한국도 전국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대만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일보는 대만 현지 취재를 통해 반도체 강국의 두 얼굴을 살펴봤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PC 메인보드 위에 올려져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례없는 글로벌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는 한국과 대만이 있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가 있고, 한국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그러나 두 나라의 반도체 생태계와 성장 방식은 크게 다르다. 대만 반도체 산업을 33년간 집중 취재한 린훙원 기자는 7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대만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전문화된 분업 체계를 발전시킨 반면, 한국은 대기업 집단이 투자하고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모델을 택했다"며 "이것이 가장 본질적인 차이"라고 말했다.

대만 경제일보에서 기술 전문기자로 일했던 그는 반도체 전문 매체 타이완인사이드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출간된 'TSMC, 세계 1위의 비밀'을 썼고, 2012년에는 삼성의 성장사를 분석한 책도 냈다.

대만 반도체 산업을 33년간 취재한 린훙원 타이완인사이드 설립자는 7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생태계의 구성과 정부 역할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분업하는 대만, 대기업 집중된 한국

린 기자가 규정한 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분업과 협업'이다. 미디어텍과 노바텍 같은 팹리스 기업이 집적회로(IC)를 설계하면, TSMC와 UMC 같은 파운드리 기업이 이 설계를 바탕으로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 칩을 생산한다. 이후 칩을 보호하고 전자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패키징과 정상 작동 여부를 검사하는 테스트는 ASE를 비롯한 후공정 기업들이 맡는다. 대만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대만에는 IC 설계회사 273곳, 제조기업 15곳, 패키징·테스트 기업 36곳이 있다.

그는 "소재와 장비 분야 중소기업은 1,000여 곳에 달한다"며 "각 기업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서로 고객이 되면서 상호보완적인 생태계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히 TSMC 같은 세계 1등 회사가 존재한다는 데 있지 않다"며 "TSMC의 성장은 상당 부분 이런 생태계가 오랜 기간 스스로 진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린 기자는 기능별 전문기업들이 분포한 대만과 달리, 한국에서는 반도체 제조 단계별 역량이 특정 기업 내부에 집중돼 있다고 봤다. 그는 "대만과 비교하면 한국에는 IC 설계회사가 많지 않고, 반도체 수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며 "자체 브랜드와 독자적인 산업 구조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한 결과 재벌 중심의 수직 계열화가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얼마나 전면에 서나… 다른 정부의 역할

두 나라의 생태계 차이는 정부와 기업 관계에서도 나타난다는 게 린 기자의 분석이다. 그는 대만 정부에 대해 기업에 사업 방향을 주문하는 주체라기보다 '환경 조성자'에 가깝다고 규정하며 "정부가 토지와 세제, 인재 양성의 기본 틀을 제공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 경계가 모호하다"고 봤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다만 어느 한쪽이 우월한 모델은 아니라는 게 린 기자의 결론이다. 대만식 분업 구조는 다양한 전문기업을 키울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이 장기간 막대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식 집중 모델은 소수 기업의 판단과 성패에 산업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반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한꺼번에 투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린 기자는 "한국과 대만은 각자의 문화적 환경 속에서 매우 큰 성과를 거뒀다"며 "세계 기술산업 발전의 '모범생'인 두 국가가 상대방의 장점을 서로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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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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