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계열사 재편으로 일제히 ‘AI 베팅’
삼성ㆍGSㆍOCI, AI 데이터센터 법인 잇달아 편입
효성은 소재로, SK는 부동산 덜고 HBMㆍ에너지로
“AI 사업 뛰어들 기반 마련” 그룹들 한목소리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삼성ㆍGSㆍOCIㆍ효성ㆍ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최근 석 달 새 약속이나 한 듯 AI 관련 계열사를 잇달아 계열에 들이며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민관 합작법인 한국에이아이컴퓨팅센터㈜와 냉각ㆍ공조 솔루션 기업 플랙트그룹코리아㈜를 새로 편입했고, GS는 ㈜GS에이아이인프라 등 4개사를, OCI는 SGC데이터파워㈜와 SGC AI인프라㈜를 각각 계열에 들였다. 효성은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 HS효성에너지솔루션코리아㈜를 품었고, SK는 부동산 개발 계열사를 덜어내는 대신 HBMㆍ에너지ㆍ데이터센터로 자원을 옮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4일내놓은 ‘최근 3개월간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전체 대기업집단 102개 중 절반에 가까운 49개사가 AI를 향해 본격적인 계열사 재편에 나선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대기업들이 AI 모델이나 서비스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물리적 기반시설부터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대기업의 AI 경쟁이 모델 개발보다 먼저 전력, 냉각, 서버 수용공간, 네트워크, 컴퓨팅 자원 같은 ‘AI 공급망의 병목 구간’을 확보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초기 자본지출과 안정적 전력조달, 입지ㆍ인허가, 냉각 설비가 결합되는 산업이어서, 전력계통 여유와 지역 민원, 전력요금, 공실 위험이 수익성을 가른다. GS가 데이터센터 사업을 여러 개 법인으로 쪼개 편입한 것도 이런 위험을 분산하고 단계별 자금조달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특히 삼성의 냉각ㆍ공조 업체 편입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AI 서버는 고발열 특성 탓에 데이터센터의 증설 여력과 수익성이 냉각 효율에 좌우되는데, 삼성이 이 핵심 기술을 그룹 내부 공급망으로 끌어들였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경쟁에서 전력 다음으로 중요한 게 냉각”이라며 “삼성의 이번 편입은 서버 증설과 안정적 가동을 뒷받침할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 쪽 승부수는 효성이다. 효성이 편입한 HS효성에너지솔루션코리아는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으로, 배터리 완성품이나 셀 제조 경쟁 대신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고부가 소재 단계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리콘 음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릴 차세대 소재로 꼽히지만, 충ㆍ방전 과정의 팽창 문제 탓에 상용화 기술과 고객사 인증이 관건이다.
SK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 부동산 개발 계열사를 덜어내고 그 재원을 HBMㆍ에너지ㆍ데이터센터로 돌리는 리밸런싱을 진행 중이다. 부동산 개발이 대규모 토지와 금융비용이 필요하고 PFㆍ미분양ㆍ금리 변동에 민감한 사업이라면, SK가 집중하는 반도체ㆍAI 데이터센터ㆍ에너지 사업은 장기 성장성과 그룹 전략 연계성이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건설업 내부에서도 이원화 양상으로 나타난다.
아파트ㆍ상업시설 중심의 개발 사업은 PF와 미분양 리스크 탓에 그룹 밖으로 밀려나는 반면, AI 데이터센터ㆍ반도체 공장ㆍ전력망 건설처럼 미래산업과 결합한 산업인프라형 건설은 오히려 그룹 안으로 적극 끌어들여지는 모양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건설을 버리는 게 아니라, 과거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개발사업 모델은 밖으로 밀어내고, 전략산업과 맞물린 건설만 안으로 들이는 선별적 재편을 하는 것”이라며 “데이터센터ㆍ반도체 공장 실적이 있는 건설사들의 그룹 내 쥐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대기업들의 판단도 비슷하다. 한 대기업 그룹 기획실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부동산 개발처럼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보다, AI처럼 성장 여력이 큰 산업에 힘을 싣자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저성장 국면에서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그 자본과 인력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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