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까지 뻗은 가품 유통망 글로벌 오픈마켓 타고 소비자 피해 확산 업계, AI 모니터링·정품 인증 강화…정부도 인증제 도입
제공= 에이피알
#A씨는 최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평소 눈여겨보던 K뷰티 브랜드의 인기 크림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한 뒤 피부 트러블이 생겨 해당 브랜드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외관만 정품과 유사하게 만든 중국산 위조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모방한 위조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던 가품 유통이 유럽으로까지 번진 데다, 오픈마켓의 제3자 판매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면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달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공항 세관에서 자사 브랜드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위조 의심 제품 100여 점이 압류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K뷰티 가품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유통됐지만, 이번 적발은 위조품 유통망이 동유럽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적발된 제품은 외형과 용기 디자인이 정품과 흡사해 소비자가 육안으로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위조 화장품은 성분과 제조 환경을 확인하기 어려워 소비자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아마존과 이베이, 틱톡샵 등 글로벌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가품이 유통되면서 적발과 차단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위조품 판매자들은 제3자 판매 계정을 개설한 뒤, 브랜드 공식몰의 제품 사진과 상세 설명을 그대로 복제해 정품 판매처처럼 위장한다. 이후 주문이 접수되면 중국 등에서 생산된 위조품을 배송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메디큐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PDRN 핑크 펩타이드 앰플과 콜라겐 랩핑 마스크 등 다양한 제품의 중국산 가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으며,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로부터 심각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식 판매처가 아닌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중국산 가품"이라며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도 아마존과 이베이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품 유통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10월 알리익스프레스와 아마존, 위시 등에서 조선미녀 브랜드를 사칭한 업체들을 특정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위조품 판매로 얻은 부당이익 전액을 환수하거나, 침해 건당 25만 달러(약 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K뷰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인기에 편승하려는 위조품 유통도 함께 늘어나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뷰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70억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의 이면에는 K브랜드 위조품 적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통관 단계에서 K브랜드 위조물품 11만7005점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류가 35.9%를 차지했다. 적발된 위조 화장품의 발송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이 9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온라인에서 적발·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차단 건수는 2023년 1만6774건에서 2024년 2만3494건, 지난해 3만6116건으로 늘었다.
이에 업계는 가품 유통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과 정품 인증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AI 기반 이미지 모니터링 업체와 협력해 국내외 오픈마켓에서 가품이 판매되는지를 상시 감시하고 있다. 위법 사례가 확인되면 관련 증거를 확보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메디큐브의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 등에는 제품별 고유 QR코드를 활용한 정품 인증 시스템도 도입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공식 판매처 인증 제도와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위조상품 판매 게시물을 차단하는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도 국내외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한편, 정부 기관 및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가품 유통 차단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K브랜드의 이미지 훼손과 국내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응을 강화한다. 정부는 기업과 공동으로 권리를 보유하는 국가인증상표를 루마니아를 비롯한 유럽과 중국, 아세안 등 70여 개 국가에 등록하고, 오는 10월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 인증을 받은 K브랜드 제품의 위조상품이 발견되면 현지 정부에 수사와 단속, 통관 보류 등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K뷰티를 비롯한 K브랜드의 전 주기 보호체계를 구축해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