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으로 최저가 맞춘 쿠팡… 할인 비용, 납품사에 떠넘겨

연지연 기자 2026. 8. 1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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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납품사들은 긴급 회의
그래픽=박상훈

쿠팡에서 판매하는 한 즉석밥 상품 화면에 ’53% 할인’이라는 붉은 글씨와 함께 ‘쿠폰 할인 1580원’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쿠팡이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쿠폰 값은 즉석밥 제조사가 낸다. 쿠팡이 쿠폰 금액만큼을 제조사에 줄 돈에서 빼기 때문이다.

쿠팡이 최근 본격 도입한 ‘가격 맞춤형 쿠폰’(PMC·Price Matching Coupon) 얘기다. 쿠팡에서 파는 특정 제품 가격이 네이버 등 경쟁 쇼핑몰보다 비싸면, 쿠폰을 자동으로 발행해 소비자가 실제 결제하는 가격을 최저가 수준까지 낮추는 방식이다. 그런데 납품사 부담이 종전보다 커져 쿠팡과 거래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대형 납품사는 긴급회의까지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쿠폰으로 최저가 맞추는 쿠팡…부가세까지 제조사 부담

쿠팡은 기존에도 동적가격시스템(DPS)이라는 할인 제도를 운영했다. 쿠팡에서 1만원인 상품이 네이버에서 9000원에 팔리면, 자동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제조사는 1만원짜리를 9000원짜리로 정산받는 셈이다. 대신 내려간 판매가에 비례해 부가세와 쿠팡 몫 수수료도 함께 줄어든다.

반면 PMC는 가격은 1만원에 둔 채 쿠폰으로 결제액만 낮추는 방식이다. 부가세와 쿠팡 몫 수수료가 1만원 기준으로 정해진다. 여기에 쿠폰 값 1000원은 납품사가 떠안는다. 할인 비용에 부가세, 수수료까지 삼중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그 결과 납품 정산액은 5% 안팎 더 줄어든다는 게 다수 납품업체의 설명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직매입 구조여서 납품사가 물건부터 넘기고 대금은 1~2개월 뒤에 받는데, 통장에 들어온 돈이 계산보다 줄어 있고, 따져보면 쿠폰 할인 탓이라는 게 업체들 얘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손해율이 계산돼 있을 정도”라고 했다.

쿠팡이 새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경쟁 구도의 변화가 있다. 네이버가 선착순 쿠폰, 알림 동의 쿠폰, 마일리지 등으로 가격표는 놔둔 채 결제 단계에서 깎아주는 할인을 늘리면서다. 가격표 변동만 감지하는 기존 DPS로는 이런 ‘계산대 할인’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PMC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제조사들이 할인 행사를 기피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쿠팡 경쟁사들이 자기 부담으로 할인 행사를 하고 쿠팡이 그 가격을 자동으로 따라 내리면 비용은 결국 제조사가 물어왔다. 이 때문에 제조사들은 쿠팡 아닌 유통 채널에서도 대규모 할인 행사 참여 자체를 꺼리게 됐다. 쿠팡으로선 이를 보완할 수단을 찾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공정위 제재에도 또 ‘비용 전가’ 논란

소비자에게 최저가를 보장한다는 명분 자체는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그에 따른 비용이 제조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쌓이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6월 식품산업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 간담회에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원부자재 값 상승과 함께 쿠팡의 비용 전가가 제조사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쿠팡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처지다. 쿠팡을 거치지 않고는 소비자에게 닿기 어려울 정도로 쿠팡 영향력이 절대적인 탓이다. CJ제일제당이 2022년 말 납품 단가 갈등으로 쿠팡과 거래를 끊었다가 2024년 8월에야 직거래를 재개하고, LG생활건강이 2019년 거래 중단 이후 2024년 1월 거래를 다시 튼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의 비용 전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쿠팡이 납품업체에 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 등을 요구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공정위가 최저가 판매 손실을 납품사에 전가하는 문제를 지적했지만 달라진 건 없고 이제는 부가세까지 떠미는 셈”이라고 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폰 할인 적용으로 인해 납품사에 주는 매입대금이나 세금이 달라지지 않는다. 쿠팡은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다수의 납품사는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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