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품, 품질 좋아서 사요”…K콘텐츠 관심, 소비로 확산

정대연 기자 2026. 8. 17. 20: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J ENM 주최 미국 LA서 열린 한국 문화 축제 ‘케이콘’ 가보니
손가락으로 그린 ‘K’ 지난 15일(현지시간) CJ제일제당이 주최한 ‘케이콘(KCON) LA 2026’의 모션 챌린지에 현지 관람객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화장품·먹거리 부스마다 긴 줄
홍대·명동 등 서울 관광지 테마
해외 팬들 “한국 모든 것에 관심”
세분화된 기초화장품 등 차별화
품질 향상시켜 지속적 소비 유도
중기 40곳도 참여해 제품 홍보

“BTS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이젠 한국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사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LA 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난 멕시코계 미국인 아리스(32)는 한국 화장품을 계속 구매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사는 그는 이날 CJ ENM이 주최하는 ‘KCON’(케이콘)을 관람하려고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왔다. 올리브영의 분홍색 타폴린 백을 든 그가 KCON을 찾은 것은 올해로 3년째다.

한국과 아리스의 인연은 2018년 BTS로부터 시작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관심사는 K팝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전부 한국 화장품이고, 떡볶이와 김치찌개,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 김치는 매일 먹는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사는 강사에게 화상 교습을 받는다. 내년 4월엔 첫 한국 여행도 계획 중이다.

아리스의 영향으로 어머니도 삼겹살과 한국 화장품에 빠지게 됐고, 친구들 역시 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한국 음식과 화장품을 접하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BTS 이후로 미국인들이 화장품, 음식, 옷 등 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가 민감한 편인데 한국 화장품이 내 피부에 잘 맞는다”며 “지금은 문화뿐 아니라 제품 자체가 좋아서 산다”고 했다.

14~16일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에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향한 관심과 화장품·음식 등 제품에 대한 소비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K콘텐츠가 외국인이 한국 제품을 처음 접하게 하는 입구가 되고, 이후에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소비를 이어가게 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한국 스타들과 콘텐츠가 형성한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제품 선택에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15일 찾은 LA 컨벤션센터에는 10~30대 여성이 가장 많아 보였고, 백인과 라틴계,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브랜드 부스마다 경품과 제품 체험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비비고·뚜레쥬르 등 먹거리 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뿐 아니라 햇반, 고추장 등 한국 소스, 치킨, 김치 등을 앞세워 지난해 5조원 가까운 매출을 미국에서 올렸다. 미국 전역에 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에선 현지의 식사용 빵과 차별화하는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클라우드 케이크)와 우유크림빵, 단팥빵, 김치크로켓, 꽈배기도넛 등이 인기다.

곳곳에 마련된 크고 작은 무대에서는 K팝 아이돌이 관객과 만났다. 행사장 메인을 차지한 올리브영 페스타는 가운데에 실제 올리브영 매장을 구현하고, 주변은 홍대·명동·성수·강남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관광지를 테마로 꾸몄다.

미국 올리브영에 입점한 55개 브랜드가 모였다.

실제 매장에서처럼 피부 상태를 측정해 제품을 추천하는 ‘스킨 스캔’, 퍼스널컬러를 진단하는 ‘마이 컬러 바이브’ 등 체험 코너가 특히 인기였다.

K팝 팬으로 시작해 한국 상품으로 관심이 넓어졌다는 브리아나와 사바나는 한국에서 피부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K뷰티를 접하면서 내 피부 유형에 어떤 제품이 맞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은 특히 선크림, 클렌징폼, 마스크팩, 세럼·에센스 등 세분화한 기초화장품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4일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서 만난 브룩은 K뷰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로 ‘글라스 스킨’, 즉 ‘유리같이 맑고 투명한 피부’를 꼽았다.

브룩은 제품을 한 번 써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한국 여행 때 올리브영에서 산 클렌저와 보습제가 다 떨어지자, 미국에 올리브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색조화장품 위주인 현지 제품과 차별화한 한국 화장품의 강점이 지속적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하층에 마련된 ‘K-컬렉션’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지원받은 뷰티·식품·패션·생활용품 업종 중소기업 40곳이 부스를 차렸다. 참가 업체들은 잠재적 해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동시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도움으로 해외 바이어들과 사업 상담도 진행한다.

화장품 브랜드 아리얼(Ariul)도 ‘K-컬렉션’에 참여한 중소기업 중 하나다. 스킨케어 제품이 강점인 이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최근 연 20% 이상 성장 중이다.

정기용 아리얼 미주사업본부장은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K뷰티로 인기가 이어졌다”며 “한국 화장품이 미국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해가 지자 관람객의 발길은 LA 컨벤션센터 맞은편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향했다. 이곳에서 KCON의 메인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콘서트가 3일 저녁 내내 열렸다. 공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응원봉을 든 팬들이 바닥에 앉아 입장을 기다렸다. 본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연장은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낮에는 한국 화장품을 발라보고 한국 음식을 맛봤던 관람객들이 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의 무대를 즐겼다.

로스앤젤레스 |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