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결함에 수리비 폭탄”…농가-업체 간 분쟁

김보경 기자 2026. 8. 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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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만 들여놓는다고 자동화가 이뤄지는 게 아니더군요. 도입 이후 발생하는 문제를 농가는 어디에 호소해야 합니까."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을 위해 스마트축산 설비를 도입한 일부 축산농가가 부실한 성능과 만족스럽지 못한 사후관리로 오히려 경영난에 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 젖소농가 83명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A업체의 사후관리 비용과 기계 결함문제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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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애물단지 ‘스마트축산’
각종 오류로 원유 폐기 등 손해
고장 보완하느라 인건비만 늘어
외국산 독과점에 사후관리 엉망
보급정책 넘어 ‘현장 점검’ 시급
제주 제주시 낙농가 김정옥씨가 목장에 설치한 로봇착유기를 점검하고 있다.

“기계만 들여놓는다고 자동화가 이뤄지는 게 아니더군요. 도입 이후 발생하는 문제를 농가는 어디에 호소해야 합니까.”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을 위해 스마트축산 설비를 도입한 일부 축산농가가 부실한 성능과 만족스럽지 못한 사후관리로 오히려 경영난에 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농가들은 스마트축산 기자재시장이 외국산 위주로 돌아가는 현실에서 기술적·법적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정작 농가가 의지할 곳이 거의 없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낙농가 김정옥씨(65·제주시 조천읍)는 ‘저지’ ‘홀스타인’ 젖소 800마리를 사육한다. 김씨는 2021년 A업체를 통해 외국산 로봇착유기 8대, 냉각기 2대, 사료배합기 2대, 로봇 분뇨청소기 4대 등 모두 33억원에 달하는 스마트축산 설비 도입을 계약했다. 당시 국내 축산업계에선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ICT) 설비 구축 사례로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일부 설비를 본격 가동하자 결함이 쏟아져나왔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는 “로봇착유기가 피가 섞인 우유(혈유)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냉각기로 유입되는가 하면 로봇청소기는 수시로 멈추고, 사료배합기는 제안서에 제시된 용량을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건비를 줄이려고 자동화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는데 기계 결함을 보완하느라 설비 도입 전 6명이던 현장 인력이 도리어 12명으로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설비 결함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다. 김씨에 따르면 로봇착유기의 혈유 미인식문제로 폐기한 우유만 2억원어치가 넘는다. 2024년엔 냉각기 작동 불량으로 무항생제 원유의 세균수가 급증해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와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사후관리도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농가 측 얘기다. 김씨는 “연간 4000만원 이상의 정기 유지보수비와 별도로 지난해 지출한 부품비·출장비만 1억1700만원이 넘었다”면서 “돈은 계속 나가는데 기계문제는 4년째 해결되지 않고, 명세서엔 농가가 확인하기 어려운 영문 부품명만 적혀 있어 청구액이 적정한지도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피해는 김씨만의 사례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젖소농가 83명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A업체의 사후관리 비용과 기계 결함문제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방엔 “기계 고장으로 사흘째 착유를 못해 젖소 유방염이 걱정된다” “20시간 만에 재가동되면서 12마리가 도태됐는데 피해보상은 누구한테 받나”와 같은 하소연이 잇따랐다.

농가와 업체 간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A업체는 지난해 김씨 농장을 상대로 잔금 5억여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냈고, 김씨는 하자 해결 없이 잔금을 줄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반소를 냈다.

김씨는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A업체를 제소했다. 스마트축산 기자재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품값을 과도하게 책정하고, 설치 후 하자 통지 기간을 2주로 제한하는 등 농가에 불리한 계약 조항을 적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농가들은 정부의 관심도 촉구했다. 김씨는 “정부가 스마트축산 정책을 추진할 때 기계 보급이나 플랫폼 구축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스마트축산이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는지 들여다보고 농가 권익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농가가 설비를 가동하고 있고, 대금변제계획서를 작성했음에도 물품 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아 소송 중”이라며 “당사는 농가에 계약된 유지보수와 기술지원을 이어왔고, 법원 재판을 통해 객관적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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