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해외유출 급증…“경제안보 차원 강력한 법체계 필요”

이종욱 기자 2026. 8. 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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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기술유출 검거 4년 새 3.7배…국책연구기관 보안 허점도 드러나
국민 90.7% 처벌 강화 공감…징벌적 경제 불이익 도입 요구도 90% 넘어
▲ ai 생성 이미지.

국내 기업과 국책연구기관, 대학 연구실 등을 통한 핵심기술 해외 유출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술유출행 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체계가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 기술 유출 사업 검거 건수는 국내 146건·국외 33건 등모두 179건으로, 지난 2021년 9건에 불과하던 국외유출 건수가 4년 만에 무려 3.7배 가량 늘어났다.

기술 유출은 대학연구기관은 물론 기업 및 연구원퇴직자 등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삼성전자가 1조6천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18나노 D램공정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에 유출, 2023년 양산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약 5%를 확보하면서 국가 경제 피해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외에도 현대차 수소연료전지·한화오션 잠수함·삼성디스플레이 OLED·LG에너지솔루션 이차전지·SK하이닉스 이차전지 등 국내 대표 산업 핵심기술이 유출돼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경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국내 국책 연구기관들의 정보보안 조치는 허술한 것으로 나타나 기술 유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원자력·항공우주 등 국가 전략 산업 분야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국책 연구기관들에 대한 감사 결과 거의 모든 서버가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은 채로 운영되고 있었고, 보안취약점을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실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대한 점검결과 항우연을 제외한 5개 연구기관의 서버 1만7천73대 중 374대만 백신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신 미설치 서버 중 외부 통신량이 많은 주요 서버 251대 중 21대가 악성프로램에 감염됐다는 것.

이처럼 국내 핵심기술을 유출하려는 외부 시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보안의식마저 떨어지면서 국내 기술 해외유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국내 기술을 빼가려는 해커와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어서 보다 강력한 법적 제제를 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핵심기술 해외유출 대응관련 대국민 인식조사'결과 응답자의 92.5%가 '국내 핵심 기술 해외유출로 인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어 90.7%가 '이같은 핵심기술 유출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강력한 대응체계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첨단산업 비중이 매우 높아 '제조업 수출액 대비 고도기술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36.3%에 달해 기술 유출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클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 나라도 미국·중국 등과 같이 경제 안보 차원의 법 체계를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91.4%에 달했다.

실제 경총이 발표한 사례를 보면 올 초 반도체 D램 공정기술을 유출한 A씨에게 징역 6년4월을 선고한 것이 최고형량이었다.

반면 미국은 항공기 엔진 기술 유출행위에 대해 징영 20년(2022년), 대만은 반도체 공정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 징역 10년(2026년)을 선고하는 등 외국에 비해 국내 처벌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전투기 관련 데이터 등을 외국정보기관에 판매한 과학연구기관 엔지니어에게 사형(2025년)을 선고하는 등 세계 각국은 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통해 방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술유출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관련 징역형과는 별개로 징벌적 경제적 불이익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90.6%를 차지했다.

경총에 따르면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유출행위에 대한 몰수추징 대상을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 산정이 어려운 데다 산정된 가치를 침해자의 이익을 산정한 사례가 없어 몰수 추징 효과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상우 경총 이사는 "국민 다수가 핵심기술 해외유출은 단순히 기업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사안"이라며 "특히 수출주도형인 우리 나라의 경우 기술 유출 시 부정적 파급효과가 클 수 밖에 없는 만큼 보다 강력한 법체계 구축 등 경제 안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