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시대의 안전을 묻다] 백린 누출 신고로 드러난 안전체계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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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평택 미군기지에서 백린 유출 신고가 접수됐다. 실제 유출 여부와 피해 규모를 둘러싼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번 신고는 평택의 미군기지와 그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으로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미군기지에서 백린이 누출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평택시는 미군기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빨리 확인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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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는 경찰로 갔다…미군기지에 확인할 전화는 없었다
백린 누출 신고에 긴급재난문자·대피명령…36분 뒤 해제
실제 유출 여부보다 선명해진 ‘확인할 수 없는 기지’


7월28일 오후 5시7분. 평택시 재난안전상황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평택경찰서에서 넘어온 신고였다.
"미군기지에서 백린이 누출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평택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실 확인이었다. 어디에서, 얼마나 누출됐는지, 기지 밖으로 퍼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사고 장소는 미군기지 안이었다.
평택시는 경찰을 통해 신고자의 전화번호를 받아 연락했다. 신고자는 미군기지 통역관이었다. 처음에는 '유황인'이라는 표현이 나왔고 이후 황린과 백린이라는 말이 오갔다.
"백린이라면 심각한데, 어디서 얼마나 누출됐는지는 확인이 안 됐습니다."
신고자는 누출량과 정확한 위치, 확산 방향을 알지 못했다. 신고는 있었지만 현장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오후 5시12분. 평택시는 관련 부서와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했다. 경찰과 소방도 대응에 들어갔고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했다.
평택시는 고민했다. 오인신고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실제 백린이라면 주민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평택시 안전총괄과장은 "보내지 않았다가 실제 문제가 발생해 인명피해를 입는 것보다 과하다 싶더라도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후 5시37분.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K-55 미군기지 내 백린 누출…인근 주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다시 물었다.
"어디로 대피해야 합니까?"
물질의 종류와 확산 방향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더 넓은 지역에 문자를 보냈다.
오후 6시13분. 대피명령은 해제됐다. 대피문자 발송 36분 만이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날 대응 과정은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평택시는 미군기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빨리 확인할 수 있는가.
평상시 미군과 소통하는 창구는 있었지만, 긴급사고 때 책임 있는 사람이 24시간 즉시 전화를 받아 상황을 확인하는 별도의 연락망은 없었다.
사고 발생 9일 뒤인 8월6일, 미군 측은 기지 홈페이지에 당시 누출 물질이 백린이 아니었다는 해명을 공개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끝나는 것일까.
위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이었던 것인가. 아니면 위험한 상황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주고받는 안전체계가 작동했기 때문에 안전했던 것인가.
그날 평택시가 처음 받은 것은 미군기지의 공식 통보가 아니었다.
경찰을 통해 들어온 '신고'였다.
박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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