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장의 무게를 싣고…일산에 집 두고 춘천을 달리는 배송기사

송민석 2026. 8. 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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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경기 고양시 일산, 일터는 강원 춘천. 13일 오전 9시20분 춘천시 신동면 쿠팡 춘천모바일캠프(이하 캠프). 4년 전 캠프가 들어설 때부터 일해 온 이씨는 이날도 배송 트럭을 세울 자리를 찾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씨는 "지역과 캠프 환경이 제각각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 쌓은 배송 경력이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새로운 곳으로 옮기면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차 배송을 마치고 다시 캠프로 향하던 이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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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춘천모바일캠프 배송기사의 하루 동행
“2차 배송·마감시간 개선돼야”
▲ 13일 쿠팡CLS 춘천모바일캠프 소속 이원석(48) 씨가 수거한 프레시 박스를 트럭에 넣고 있다. 송민석 기자

집은 경기 고양시 일산, 일터는 강원 춘천. 가족이 있는 집을 떠나 매일 배송 트럭에 오르는 이원석(49)씨에게 춘천의 아파트 단지는 가장으로서 버텨야 할 삶의 현장이다.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와 빼곡한 배송 상자, 오후 8시까지 맞춰야 하는 마감 시간 사이에서 그의 하루가 흘러간다. 쿠팡 춘천모바일캠프에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한 가장의 하루를 따라나섰다.

13일 오전 9시20분 춘천시 신동면 쿠팡 춘천모바일캠프(이하 캠프). 4년 전 캠프가 들어설 때부터 일해 온 이씨는 이날도 배송 트럭을 세울 자리를 찾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3개 업체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비좁아 주차 자리부터 여의치 않았다.

자신의 배송 구역인 211구역 앞에서 헬퍼가 가져다 놓은 롤테이너를 트럭 앞으로 끌어왔다. 동료 기사들과 물량을 다시 A구역부터 D구역까지 나눠 차에 실었다.

배송을 나서기 전 동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사실상 유일한 휴식이다. 돔형 천막으로 된 캠프 안은 한여름이면 열기가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는다. 동료 기사 김재덕(43)씨는 “폭염 때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 13일 쿠팡CLS 춘천모바일캠프 소속 이원석(48) 씨가 1층에서 앨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손수레 위로 각종 물품들이 쌓여 있다. 송민석 기자

환경이 열악해도 이씨가 쉽게 다른 캠프로 옮기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역과 캠프마다 배송 환경이 달라 그동안 쌓은 경험을 그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역과 캠프 환경이 제각각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 쌓은 배송 경력이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새로운 곳으로 옮기면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 10시40분. 캠프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첫 배송지인 101동 앞에 트럭을 세운 뒤 카트에 상자를 쌓았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들러야 할 13개 층의 버튼을 차례로 눌렀다.

3층부터 35층까지 문이 열릴 때마다 빠르게 움직였다. 배송할 물건을 현관 앞으로 밀어 놓고 기사용 앱으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 다음 층으로 향했다. 트럭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이씨는 “처음에는 위층부터 내려오면서 배송하기도 했는데 주민들이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리는 것 같아 요즘은 아래층부터 하나씩 올라가면서 한다”고 했다.
▲ 13일 쿠팡CLS 춘천모바일캠프에서 이원석(왼쪽에서 첫 번째)씨와 동료 기사들이 배송 물품들을 각 구역에 맞게 분류하고 있다. 송민석 기자

배송해야 할 것은 새 상품뿐만이 아니다. 고객이 내놓은 반품 물건과 다 쓴 프레시백도 거둬야 한다. 특히 반품 물건은 기존 포장지가 아닌 다른 봉투나 상자에 담겨 송장만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일일이 구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씨의 가슴팍에는 늘 네임펜이 꽂혀 있다. 그는 “반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물건은 신청한 분의 이름을 직접 적어둔다”고 말했다.

오전 11시30분을 넘어서자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붐비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음식 배달 기사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여러 층을 한꺼번에 오가는 이씨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사용하다 보니 가벼운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씨는 “음식 배달 기사는 한 번에 몇 건밖에 안 되는데 우리가 여러 층을 다니다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급한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하다”고 했다.

낮 12시30분. 105동에 도착한 이씨가 인근 편의점으로 향했다. 김밥 한 줄과 음료로 점심을 대신했다. 별도의 식사시간을 갖기 어려워 배송 중간에 허기를 달래는 날이 많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6개월 만에 15㎏ 넘게 빠졌어요.”

이씨는 멋쩍게 웃은 뒤 다시 트럭에 올랐다.

11개 동, 31개 라인의 1차 배송을 모두 마치자 오후 2시30분이 지났다. 배송을 끝낸 만큼 트럭이 비어 있을 법했지만 적재함에는 회수한 반품 물건과 프레시백이 다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배송은 절반이 끝났을 뿐이었다.

▲ 13일 쿠팡CLS 춘천모바일캠프에 쌓인 롤테이너의 모습이다. 송민석 기자

이씨는 회수 물품을 싣고 캠프로 돌아갔다. 오전에 출발했던 자리에는 오후 배송을 위한 새 상품과 신선식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물건을 싣고 오전에 돌았던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이른바 ‘2차 배송’이다.

이씨는 “다른 택배사들은 명절처럼 물량이 몰릴 때 배송을 나눠서 하는 경우가 있지만 쿠팡은 평소에도 물량이 1차와 2차로 나뉘어 들어온다”고 말했다.

2차 배송에는 시간 제한도 따라붙는다. 오후 8시까지 물량을 배송해야 한다. 오후 7시 전후가 되면 기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는 기사별 배송 완료율을 정리한 표가 올라온다.

이씨는 “마감 시간을 계속 맞추지 못하면 수행률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맡고 있던 구역을 회수해 가기도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빠듯한 배송 일정만큼 이씨가 걱정하는 것은 수수료다. 그는 배송 건당 받는 수수료가 해마다 100~200원씩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계약하는 기사들은 기존 기사보다 낮은 단가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 13일 쿠팡CLS 춘천모바일캠프 소속 이원석(48) 씨가 여러 물품을 켜켜이 쌓아 올린 채 문 앞에 놓고 있다. 송민석 기자

이씨는 “새로 계약하는 사람은 기존에 일한 사람보다 낮은 수수료로 계약하고 시작한다”며 “이렇게 계속 내려가면 누가 새로 이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씨를 만난 다음 날인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었다. 택배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2020년 도입된 날이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당시 정부와 주요 택배사 등이 참여한 공동선언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루의 휴식도 필요하지만 이씨가 바라는 변화는 하루를 넘어선다. 매일 반복되는 2차 배송과 마감 시간, 줄어드는 수수료가 그의 생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1차 배송을 마치고 다시 캠프로 향하던 이씨가 말했다.

“하루 쉬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해마다 줄어드는 건당 수수료나 2차 배송, 마감 시간 같은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숨통이 좀 트일 것 같아요.”

트럭은 다시 캠프로 향했다. 오전에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 물건을 채운 뒤 같은 아파트를 한 번 더 돌아야 한다. 가족이 있는 일산으로 돌아가기 전, 가장으로서 이씨가 버텨야 할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송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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