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파묻힌 사람 여럿 구해…아파트 2층까지 산사태, 말도 마소”

최상원 기자 2026. 8. 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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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마이소. 이러다가 아파트가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17일 새벽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ㅅ아파트 최경순(62) 통장은 "새벽에 '쾅' 하고 천둥이 치고, 곧바로 쿠루룽 하면서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산사태가 나면 그런 소리가 나는 걸 처음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거제 시내 곳곳이 물에 잠겼고, 새벽 5시17분께 양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승강기가 침수돼 주민 3명이 갇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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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570㎜…역대 3번째 하루 강수량
극한가뭄 이어 물폭탄 ‘중간이 없는’ 기후
7일 새벽 4시42분께 경남 거제시 옥포동 ㅅ아파트 앞 언덕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말도 마이소. 이러다가 아파트가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17일 새벽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ㅅ아파트 최경순(62) 통장은 “새벽에 ‘쾅’ 하고 천둥이 치고, 곧바로 쿠루룽 하면서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산사태가 나면 그런 소리가 나는 걸 처음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놀라서 뛰어내려온 주민들이 맨손으로 1층에 파묻힌 주민 여러 명을 구했다고 들었다. 우리 집 옆 동 2층까지 흙더미가 밀려왔고, 주차해 있던 차들까지 떠밀려와서 입구를 막았더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4시42분께 ㅅ아파트와 인접한 언덕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15층짜리 6개 동으로 이뤄져 384가구가 사는 아파트 건물을 덮쳤다. 굉음과 충격에 새벽잠에서 깨어난 주민들은 혼비백산해 탈출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1층 거주민인 20대 조선소 직원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주차된 차들 떠밀려와 아파트 입구 ‘봉쇄’

오전에 구조·수색 작업은 끝났지만, 산사태가 덮친 동의 1·2층은 흙더미가 쏟아져 들어가면서 유리가 깨지고 내부 집기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비까지 계속 내리면서, 빗물은 계속 쏟아져 들어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차들이 흙투성이가 된 채로 세워져 있었다.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17일 새벽 물폭탄을 맞은 경남 거제시 거리 모습. 미처 옮기지 못한 차들이 도로 곳곳에 방치돼 있다. 최상원 기자
17일 새벽 물폭탄을 맞은 경남 거제시 도로 모습. 중장비들이 긴급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상원 기자

이 아파트 3개 동 주민 220명은 인근 옥포성지중학교 등지로 대피했다. 윤경애(66) 부녀회장은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가뭄이 심하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에 비가 온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물난리에 산사태까지 날 것이라고는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단체들이 밥을 지어서 제공했으나, 윤씨는 “지금은 밥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다른 주민들도 이 정도 물폭탄은 예상할 수 없었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거제 시내 곳곳이 물에 잠겼고, 새벽 5시17분께 양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승강기가 침수돼 주민 3명이 갇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거제 외간초·용소초·장평초·수월초, 통영 통영중 등 거제·통영 41개 학교 시설도 물에 잠겼으나, 다행히 연휴 기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거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는 휴일 근무자들에게 이날 하루 출근하지 않도록 했다.

태풍이 몰고 온 비도 아니라 더 이례적

거제에는 이날 0시부터 오후 1시까지 577.4㎜의 비가 내렸는데, 2002년 태풍 루사가 강릉(870.5㎜)과 대관령(712.5㎜)에 쏟아낸 하루 강수량에 이은 역대 세번째 규모다. 강릉과 대관령이 인접한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두번째 폭우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루사는 역대 최악의 재산 피해를 냈는데, 이번 거제와 통영 지역 호우는 태풍이 몰고 온 것도 아니라서 더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남해안을 따라 다른 지역들에도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16~17일 부산 강서구는 395.9㎜, 영도구는 256㎜, 사하구는 248.5㎜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일부 도로가 침수되고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쪽도 15일부터 17일 오후 1시까지 여수 돌산 218.5㎜, 해남 솔라시도 217㎜, 목포 166.5㎜ 등의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주택, 도로, 농경지 침수가 발생했다. 시간당 많게는 60㎜의 비가 내린 목포는 만조 시간과 겹치면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산사태 피해를 당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ㅅ아파트 주민들이 인근 옥포성지중학교 급식소 등에 대피해 있다. 최상원 기자
17일 새벽 쏟아진 폭우로 경남 거제시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최상원 기자

한편 심각한 가뭄 끝에 내린 큰비로 경남에서는 여러 지역이 해갈 단계로 바뀌었다. 17일 오후 2시 기준 경남 18개 시·군 농업용수 저수율은 43.1%로 평년의 61.7% 수준으로 올랐다. 14일 기준으로는 밀양시·거제시·함안군·의령군·창녕군은 평년 대비 저수율이 40% 이하인 ‘심각’ 단계였으나 이번 호우로 밀양시 1곳만 ‘심각’ 상태로 남았다.

최상원 기민도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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