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이 사라졌다"… 집값 폭등·오락가락 정책에 갈 길 잃은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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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결혼을 앞뒀거나 막 살림을 합친 신혼부부 사이에서 '신혼집', '내 집 마련'이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값이 오르는 속도를 소득이 도무지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 대출·청약·세제 규제가 몇 달 단위로 바뀌면서 "무엇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정부가 뒤늦게 '결혼하면 손해 보는 구조'를 손보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달라진 걸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값만 폭력적… "혼자선 집 못 산다" 매수 포기 확산
월세로 신혼생활을 이어가는 구 아무개 씨(35)의 고민은 매매가 아니라 임대료다. 그는 "집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매매냐 임차냐는 차를 사느냐 리스하느냐처럼 선택의 문제"라면서도 "사는 데 드는 비용만큼은 선택이 아니라 의식주의 영역인데, 최근 전셋값과 월세가 오르는 속도는 '폭력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이어 "대출이 넉넉하게 나온다면 매수를 시도라도 해보겠지만, 지금 여건에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혼을 준비 중인 30대 박 아무개 씨는 계획을 통째로 접었다. 예비 배우자가 회사와의 계약이 종료돼 당분간 일을 쉬게 되면서다. 연말쯤 월세라도 얻어 신혼집을 꾸릴 생각이었지만, 한쪽 소득이 끊기자 그마저 어려워졌다. 두 사람은 결국 당분간 박씨 본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박씨는 "행복주택 같은 공공임대 말고는 사실상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전세로 사는 김 아무개 씨·이 아무개 씨는 함께 산 지 3년이 넘도록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 각자의 연소득은 정책대출 기준을 밑돌지만, 둘을 합치면 문턱에 걸려서다. 김 씨는 "제도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대출을 실행한 뒤 혼인신고를 미루는 건 신혼부부 사이에서 공공연한 '절세' 요령으로 통해왔다.
트리플 상승에 임대차 시장은 마비
이들이 매수를 포기하는 배경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집값이 있다. KB부동산 집계를 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1년여 만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3억 원대 후반에서 15억 원대 후반으로 뛰어, 상승률이 15%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값은 8월 첫째 주에도 0.26% 올라 78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전주(0.25%)보다 오름폭이 오히려 소폭 더 커진 것이다.

통상 매매가가 오르면 전·월세는 진정되기 마련인데, 이번엔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이례적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9% 가까이 올라 7억 원선을 넘겼고, 월세 지표도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는 자치구별로도 들썩여, 8월 첫째 주 성북구가 0.49%, 노원구 0.42%, 금천구 0.38% 오르며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임대차 물량 자체가 말라붙은 것도 문제다. 지난 봄 성북구의 전세 매물은 1년 전 1400여 건에서 130여 건으로 쪼그라들어 서울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600~1800세대급 대단지에서도 등록된 전세가 한두 건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곳이 속출했다. 집주인들이 임대를 접고 매도로 돌아서면서 세입자가 갈 곳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공급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해 수도권 주택 준공 누계는 최근 3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KDI는 반도체 공장·물류창고 등으로 건설 자원이 쏠리면서 주택 공급 회복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진단하며, 수도권 임대차 가격의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값이 이렇게 뛰자 '혼자 벌어 집을 산다'는 셈법 자체가 흔들린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서 지난해 기혼 가구의 평균 자산은 7억 원대 후반으로, 2억 원대 초반에 그친 미혼 가구의 3배를 넘었다. 부동산 자산만 떼어놓고 보면 격차는 4배 안팎으로 더 벌어진다. 양측의 자산 차이는 2017년 3억원 남짓에서 지난해 5억원대 중반까지 커지며 역대 최대를 찍었다.
이런 흐름 속에 두 사람의 소득과 종잣돈을 합쳐 자산 증식을 노리는 이른바 '웨딩 레버리지'가 젊은 층의 화두로 떠올랐다. 한 손 거들 사람이 없으면 자산 형성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불안, 즉 결혼을 둘러싼 '포모(FOMO)'가 번지는 셈이다.
정작 결혼한 신혼부부의 주거는 여전히 빠듯하다.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이 서울시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서울 신혼부부(혼인 7년 이내) 32만여 가구 가운데 전세 거주가 절반을 웃돌았고 자가는 4분의 1에 못 미쳤다. 집을 산 경우에도 열에 여덟은 대출을 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절실하다고 꼽은 지원 역시 전세자금·주택구입자금 대출 같은 금융지원이었다.
뒤늦게라도 '결혼 페널티' 22개 손질… 1인 가구는 "싱글세냐" 반발
정부도 뒤늦게 움직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8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청년의 목소리로 찾은 결혼 페널티 22개' 과제를 공개하며 "정책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6년 2월 관련 지시를 내린 데 이어, 7월 부동산 토론회에서 전수조사를 주문한 결과물이다.

과제는 대출·청약·세제·복지 전반에 걸쳐 있다. 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의 소득요건 완화,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 확대, 신혼부부 특별공급 가점 기준 개선, 생애최초 취득세 감면 확대 등이 우선 검토 대상에 올랐다.
가장 먼저 손질된 건 보금자리론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부터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에 한해 '부부합산 8500만 원 이하'와 '부부 중 한 명이 7000만 원 이하' 가운데 하나만 채워도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결혼 전 각자 적용받던 기준을 결혼 뒤에도 쓸 수 있게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디딤돌·버팀목 대출도 부부 중 한쪽만 기준을 충족하면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뀐다. 혼인 전 승인받은 전세대출에 붙던 가산금리도 절반으로 낮아지고, 공공임대 입주 시 적용하는 신혼부부 소득 기준은 1인 가구의 두 배 수준으로 올라간다.
다만 22개 과제 중 '결혼 후 소형 2주택 보유 세대에 청약을 허용하자'는 방안을 두고는 1인 가구가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집이 두 채 있는 부부에게 갈아탈 기회를 주는 게 어떻게 결혼 페널티 해소냐", "사실상 1인 가구에 싱글세를 물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행 청약 가점제가 부양가족 수에 가장 큰 점수를 배정하는 탓에, 15년 넘게 무주택을 유지해도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점수는 서울 당첨선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보금자리론 개편에도 허점은 남는다. 배우자 소득에 별도 상한이 없어, 한쪽이 억대를 벌어도 다른 한쪽 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이기만 하면 요건을 통과한다. 고소득 부부까지 정책금융 대상에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는 정면충돌, 정부는 '공급 카드'… "안 늘면 빚만 얹는 꼴"
민심도 흔들렸다. 한국갤럽이 8월 14일 내놓은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긍정률은 44%로 취임 후 최저로 내려앉아, 부정률(46%)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부정평가의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30%로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이번 기사가 주목한 청년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18~29세와 30대에서 긍정 평가는 각각 12%, 18%에 그쳐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집을 마련해야 할 세대일수록 등을 돌린 셈이다. 값이 몇 달 새 방향을 트는 정책과 잡히지 않는 집값이 지지 기반까지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공방도 격해졌다. 야당은 대출·세제 규제 위주의 수요 억제책이 실수요자 부담만 키웠다며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가 이끄는 부동산 관련 특별위원회를 열어 정부의 세제 강화 기조를 집중 겨냥했다. 보유세를 무겁게 매기면 집주인이 그 몫을 전월세에 얹어 결국 세입자에게 넘길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여당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폐버스를 청년 주거로 개조하자'는 구상을 내놨다가 비판이 일자 글을 삭제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정부는 공급 카드로 맞섰다. 13일 내놓은 대책에는 입지가 좋은 곳에 민간 아파트급 품질로 지어 다양한 소득층이 오래 거주할 수 있게 한 '보편형 공공임대'를 새로 만들고, 소득은 꾸준하지만 목돈이 부족한 2030을 겨냥해 지분을 조금씩 사들이거나 매각 차익을 나누는 방식의 공공분양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혼부부 소득 요건도 부부 중 한 명만 기준을 채우면 정책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풀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지어질 집'이 실제로 언제 얼마나 늘어날지가 관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규제로 대출을 조이는 사이 자산가의 매수는 못 막고 서민·세입자의 임차 부담만 키웠다는 것이다. 대출 문턱을 낮춰 신혼부부의 초기 부담을 덜어준다 해도, 살 집 자체가 늘지 않는 한 오른 값에 빚만 더 얹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무섭게 뛴 값과 갈피를 잡기 어려운 정책 사이에서,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오늘도 뒷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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