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이 평생 마신 샴페인은? 현대 샴페인의 표준을 설계한 영국 [전형민의 와인프릭]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세기 유럽의 연회장으로 가보겠습니다.
1882년 영국의 와인 저술가 헨리 비제텔리가 당시 시장별 샴페인 당도를 분류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요.
드라이 샴페인의 상업적 성공은 영국에서 시작됐고, 세계 최대 샴페인 수입국이던 영국의 지갑이 샹파뉴의 레시피를 바꿨다는 것.
수요가 공급을 설계한다영국 땅에서 샴페인은 한 방울도 나지 않습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유럽의 연회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당시에도 테이블 위 샴페인은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향을 맡아보고, 입에 머금어본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그 술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달달한 느낌이 순식간에 혀를 감싸기 때문이죠.
1882년 영국의 와인 저술가 헨리 비제텔리가 당시 시장별 샴페인 당도를 분류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요. 러시아행 샴페인에는 리터당 275~330g의 설탕이 들어갔습니다. 코카콜라의 당분이 리터당 100g을 조금 넘으니, 콜라보다 세 배 가까이 단 술이었던 셈입니다.
![끝 없이 펼쳐진 프랑스 샹파뉴의 포도밭. 이 밭에서 나오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샴페인이 된다. [전형민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7/mk/20260817160606740sjsl.jpg)
그런데 이 분류표에서 튀는 시장이 하나 있습니다. 영국행: 22~66g. 유일하게 자릿수가 다릅니다. 런던만 “설탕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던 겁니다. 같은 술을 시장마다 다른 레시피로 팔던 시대에, 한 도시의 취향은 결국 제품의 세계 표준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샴페인 포도는 한 송이도 나지 않는 나라, 영국은 어떻게 현대 샴페인의 맛과 얼굴을 설계하게 됐을까요?
![볼랭저 하우스 지하 까브에서 숙성 중인 샴페인. 작업자들이 르뮈아주(리들링·샴페인의 효모를 수개월에 걸쳐 병목으로 모으는 작업) 중인 샴페인병 속 효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형민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7/mk/20260817160608102otgr.jpg)
이 흐름의 아이콘으로 흔히 거론되는 게 1874년입니다. 남편을 잃고 하우스를 물려받은 마담 루이즈 뽀므리가 영국 시장을 겨냥해 설탕을 확 뺀 ‘뽀므리 나뛰르 1874’를 내놨고, 이것이 최초의 브뤼(brut) 샴페인이 됐다는 이야기죠.
샹파뉴 사람들이 즐겨 하는 이야기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자꾸만 설탕을 빼달라는 런던 손님들에게 질린 양조가들이 그들을 ‘브뤼트’(brut·날것의, 무례한)라고 불렀고, 그 투덜거림이 그대로 드라이 샴페인의 공식 명칭이 됐다는 겁니다.
![현대의 달지 않은 샴페인의 시초로 알려진 마담 뽀므리의 초상화. 샹파뉴 랭스 뽀므리 하우스 내 접객실. [전형민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7/mk/20260817160609644qqmg.jpg)
정작 프랑스 내수 시장이 브뤼로 돌아선 건 1920년대 이후입니다. 브뤼가 전체 샴페인 출하량의 절반을 넘긴 게 1950년대 초이고, 지금은 85~90%에 이릅니다. 현행 규정상 브뤼는 리터당 잔당 12g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요. 150년 전 런던의 까다로운 입맛이, 오늘날 전 세계 샴페인의 기본값이 된 셈입니다.
![최초의 브뤼 샴페인을 만든 뽀므리 하우스의 끌로 퐁사르뎅. [전형민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7/mk/20260817160611042sqiv.jpg)
오데트는 매년 처칠의 생일에 그가 사랑한 빈티지를 한 상자씩 보냈고, 처칠은 자기 경주마에 ‘폴 로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말이 1953년 켐튼 파크 경마장에서 우승했을 때, 광고로 치면 값을 매길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죠. 처칠이 평생 마신 폴 로저가 4만2000병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전해지는데, 이쯤 되면 검증보다는 전설의 영역입니다.
![프랑스 샹파뉴 에페르네에 있는 폴 로저 본사의 ‘처칠룸’. 응접실로 쓰이는 공간이지만 처칠과 폴 로저 하우스 사이를 보여주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오른쪽 상단 사진 액자 속 여성이 오데뜨 폴 로저. [전형민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7/mk/20260817160612412cyfm.jpg)
흥미로운 건 계약 구조입니다. 폴 로저는 처칠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유족에게 로열티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새 빈티지를 출시하기 전, 반드시 처칠 가문 사람들이 먼저 시음하고 승인할 것. 지금도 에페르네 본사 주소는 ‘뤼 윈스턴 처칠 1번지’입니다. 도로명이 통째로 그의 이름입니다. 실제로 본사 곳곳에 처칠을 기리거나 처칠과 함께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폴 로저 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그림 그리는 윈스턴 처칠의 동상. 윈스턴 처칠은 실제로 상당한 양의 작품을 남긴 화가이기도 했다. 하우스 곳곳에서 처칠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형민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7/mk/20260817160613921wfku.jpg)
다음에 샴페인 잔을 들 일이 있다면, 라벨을 한번 들여다보시죠. ‘브뤼(Brut)’라는 글자가 보인다면, 그 잔에는 150년 전 런던의 고집이 담겨 있는 겁니다.

- 007의 샴페인은 이렇게 정해졌다 — 1956년 이언 플레밍의 소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시작해 1973년 ‘죽느냐 사느냐’로 스크린에 데뷔한, 제임스 본드와 볼랭저의 반세기
- 악수 한 번의 가격 — 1978년 본드 제작자 ‘커비’ 브로콜리와 볼랭저 가문이 계약서 없이 맺은 신사협정, PPL 비용 0원으로 14편의 영화에 등장하고 ‘볼리(Bolly)’라는 애칭까지 얻은 비결
- 2029년, 200번째 축배 — 1884년 빅토리아 여왕의 로열 워런트부터 창립 200주년 준비까지, 지난 6월 직접 찾은 볼랭저 하우스가 포도밭 위에 짓고 있는 것
![볼랭저 하우스. [전형민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7/mk/20260817160615653qjah.jpg)
기사 전문은 매일경제신문의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츠 플랫폼 매경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매경플러스’를 검색하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아래 QR코드를 찍으면 연결됩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개미들, 4개월만에 다시 금 ‘사자’ 돌아섰는데…금값은 계속 오를까 - 매일경제
- 성인 4명 중 한 명은 ‘삼전닉스 개미’…소액주주 1100만명 넘어서 - 매일경제
- “헤어져도 1조7022억원 재산 안 나눈다”…호날두·조지나가 택한 ‘재산분리’ - 매일경제
- “3년간 360만원 넣고 1000만원 넘게 벌었다”…월소득도 50만원 껑충, 뭐길래 - 매일경제
- “퇴근 후 유일한 낙이었는데”…7년 만에 500㏄ 1000원 인상 수순 - 매일경제
- “동전주 걷어내면 천스닥 회복할까”…코스닥 36곳 무더기 관리종목, 퇴출 본격화 - 매일경제
- “설마 내 조상님도 일본에 숙였나”...‘친일파 스캐너’ 온라인 본관 검색 열풍 - 매일경제
- “하루 만 보씩 걷고 물 충분히 마셨는데”…눈 떠보니 응급실, 건강상식 틀렸다 - 매일경제
- “코스피, 앞으로 더 크게 흔들릴 수도” … AI시대 견뎌야 할 ‘뉴노멀’ - 매일경제
- ‘광복절 참사 후 대참사’ 악몽의 ‘마줄스호’ 대한민국, 하루 만에 한일전 역대 최다 점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