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으로 시청자들 꼬드긴 '지불문'이 드러낸 진짜 문제의식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6. 8. 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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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 제목부터 심상찮다.

즉 이들은 껍데기가 자본인 삶을 살고 있는데, 그 실상과 다른 이미지로서의 껍데기는 이제 불륜설에서 진짜 불륜으로 또 그 불륜조차 문제가 아닌 뺑소니 사고와 시체 유기, 살인사건 같은 끔찍한 사건들 속에서 적나라하게 벗겨질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결국 이 드라마가 지금 불륜 정도가 아닌 '진짜 문제'라고 말하려는 건 뭘까.

이것이 '불륜' 같은 도덕적 붕괴만큼 우리를 추락시키고 있는 삶의 진짜 문제라고 이 드라마는 성인 우화 같은 블랙코미디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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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어째서 불륜조차 사소해지는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 드라마, 제목부터 심상찮다. '불륜'이 문제가 아니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마도 제목에서 먼저 '불륜'에 시선이 갔을 게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불륜이 소재일까. 드라마를 보게 된 시청자들은 1회 마지막까지 남편인 배우 재홍(김지훈)의 동료 여배우와의 불륜설에 그 뒤를 쫓기 시작한 경희(김혜수)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런데 그렇게 따라간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서 그녀가 마주한 건 불륜이 아니라, 핏자국이 낭자한 살인 현장의 풍경이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이 어느 순간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애초 기대했던 것들을 계속 배반하는 '미끄러짐의 블랙코미디'를 구사한다. 이 미끄러짐은 1회의 오프닝이 비가 새서 물로 가득 찬 집에서 물을 퍼내고 막는 재홍과 경희 그리고 그들의 딸 예지의 모습과 함께 동화 같은 내레이션이 등장할 때부터 시작된다.

'옛날 옛적 한 옛날에, 어느 아늑하고 경치 좋은 고을에,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아버지 재홍과 자애롭고 온화한 어머니 경희와 부모님 속 썩일 일 없는 효녀 예지가 있었습니다...' 전혀 아늑하지 않고 경치 따위는 볼 것도 없는 가난한 공간에서 경희가 재홍에게 "우리 졸라 잘살자"고 말하는 장면은 그 내레이션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며 이 드라마가 앞으로 전개해나갈 이야기의 방식을 예감케 한다. 그건 기대했던 걸 배반하며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다.

물론 경희는 "졸라 잘 살자' 다짐했던 대로 부유한 삶을 거머쥐게 된다. 집 고치는 걸 유튜브에 하나하나 올려 100만 구독자를 갖게 된 인기 유튜버 박대장이 된 것이다. 인플루언서로서 자신만의 인테리어 회사까지 가진 그녀는 그렇게 부자가 되어 부유한 동네로 이사 온다. 하지만 거기서 앞집 여자 수정(조여정)네 가족을 만나 얽히게 되면서 삶이 꼬이기 시작한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유튜브에 전시함으로써 그 이미지를 팔아 부유해진 경희네 가족은 '자기 전시'가 일상이 되어 사생활마저 자본으로 팔리는 '인플루언서 시대'의 비뚤어진 단면을 표상하는 이들이다. 남편 역시 잘 나가진 못해도 배우라는 직업으로 이미지를 팔아 살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즉 이들은 껍데기가 자본인 삶을 살고 있는데, 그 실상과 다른 이미지로서의 껍데기는 이제 불륜설에서 진짜 불륜으로 또 그 불륜조차 문제가 아닌 뺑소니 사고와 시체 유기, 살인사건 같은 끔찍한 사건들 속에서 적나라하게 벗겨질 위기에 처한다.

이건 그 앞집에 살고 있는 수정네 가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희가 이미지 노동을 통해 부자의 삶을 영위하게 됐다면, 수정은 대대로 의사 집안인 '모태부자'다. 1화에 경희의 치열한 삶이 그려지며 그와 상반되는 동화 같은 내레이션이 깔렸던 것처럼, 2화에는 수정이 13년 전 이 부유한 마을에 남편 보성(김재철)과 결혼해 살면서, 행복해 보였지만 바람기 많은 남편 때문에 망가졌던 삶을 그와 상반되는 동화 같은 내레이션을 깔아 보여준다.

아버지대부터 의사 집안이었다는 수정은 경희가 보기에 너무나 행복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붕괴 직전이다. 그녀는 딸 양육권을 두고 남편과 밑바닥 소송 중이다. 즉 경희도 수정도 겉보기와는 다른 위태롭고 흔들리는 삶에 던져져 있다. 드라마는 매회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을 바꿀 때마다 애초에 예상했던 걸 깨는 실제 사건으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불륜이 뺑소니 사고가 되고 사체유기에 살인사건이 겹쳐지면서, 겉보기에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이들의 부유한 삶은 그 붕괴될 위기에 처한 밑바닥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결국 이 드라마가 지금 불륜 정도가 아닌 '진짜 문제'라고 말하려는 건 뭘까. 그건 경희와 수정의 위선적인 삶이 보여주는 것처럼, 가짜의 삶(어쩌면 이미지)이 자본화하는 시대가 가진 문제다. 가족의 사생활마저 이미지로 포장되어 팔리는 사회이고, 누군가의 병을 고치는 본질로서의 의사가 아니라 스펙으로 화려하게 살아가는 삶으로서의 껍데기뿐인 의사 같은 삶이 욕망되는 사회가 그것이다.

드라마는 묻는다. 과연 이들은 가족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뛰고 또 뛰게 된 것일까. 그건 어쩌면 그 단란한 가족의 허상이 깨짐으로써 인플루언서로서의 삶이 망가지게 되는 걸 두려워해서가 아니었을까. 또한 타인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던 부유한 삶이 그 적나라한 밑바닥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해서가 아니었을까. '불륜'이 문제가 아니라는 건, 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가족 간의 진정한 사랑이나 행복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그보다는 자본화된 부유한 삶을 누리고픈 욕망이 더 크다는 걸.

그래서 이들의 거짓 이미지가 계속 깨져나가며, 그 나락에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터지면서도 씁쓸해진다. 그런 삶이 그저 남일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륜' 같은 도덕적 붕괴만큼 우리를 추락시키고 있는 삶의 진짜 문제라고 이 드라마는 성인 우화 같은 블랙코미디로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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