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美 함정 MRO 시장⋯ K-조선, 7함대 중심 낙수효과 커진다
함종·정비 규모 따라 역할 분화… MRO 발판 美 함정 건조 확대

국내 조선업계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형사에 이어 중소형사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 범위가 확대되면서 향후 업체별 역할 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조선·방산업계에 따르면 ‘마스가(MASGA)’를 계기로 국내 조선사들의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선 대형사들은 반복 수주와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오션은 2024년 국내 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 MRO를 수주한 이후 급유함 ‘유콘’ 등 후속 물량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해 ‘앨런 셰퍼드’를 시작으로 ‘세사르 차베즈’ 등 추가 물량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손잡고 미 해군 지원함 MRO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형사들도 미 해군 MRO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HJ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군수지원함 ‘아멜리아 에어하트’ MRO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 1월 MRO 입찰 자격인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케이조선은 미 국방부 사이버보안 인증(CMMC) 레벨1을 취득하고 MSRA 체결 절차를 추진 중이다. 대한조선도 지난 6월 MSRA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인증 취득에 나선 상태다.
미 해군의 함정 정비 수요와 한미 조선협력 확대를 감안하면 국내 조선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MRO 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은 연간 약 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참여 업체가 국내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향후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경우 업체별 역할에도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사는 대형 도크와 반복 수주 경험, 해외 네트워크를, 중소형사는 특수선 건조·정비 경험과 중소형 정비 물량 대응력 쪽으로 역할 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MRO는 향후 미국 함정 건조 시장으로 사업을 넓히기 위한 교두보라는 의미도 있다. 업계에서는 MRO를 통해 미국에서 운용·품질 역량과 신뢰를 확보한 뒤 군수지원함과 군함 건조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 법규상 해외 정비에 제약이 있는 탓에 현재 국내 조선사의 MRO 사업은 해외를 모항으로 하는 7함대 물량에 집중돼 있다. 향후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물량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제도 변화가 수주 확대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미국 내 제조산업 우선 기조가 강해 현재 MRO도 인도·태평양 사령부 내 함정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 “다만 일부 연구개발 프로그램 등에서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결단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면서 “블록 생산이나 전투함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도록 미국 측에 요구할 것은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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