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청년과 공공데이터가 만나면…전국에 제공하는 ‘그늘 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남 곳곳 40도 안팎 폭염 속에서 대중교통 이용자, 이른바 '뚜벅이'들은 곤욕을 치렀습니다.
가파른 언덕길인 데다 햇빛을 피할 그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다시 그늘이 없는 길이 잠깐 이어지다 곧 가로수가 길게 이어진 인도가 이어졌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될 때와 그늘에 있을 때 체감온도는 15~20도가량 차이가 난다"며 "돌아가는 거리가 너무 길지만 않다면 조금 우회하더라도 그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체감 더위를 피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유민준 씨 AI 활용해 개발
공개자료 가공해서 공공재로 활용
안내한 길 대로 가 보니 체감온도 감소

지난달 18일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된 '그늘로'는 겉보기에는 다른 길찾기 앱과 비슷한 모양새다. 하지만 보행자에게 그늘 길 위주로 경로를 추천해준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추고 있다.
기존 지도 앱은 최단 거리를 우선 안내한다면 '그늘로'는 다소 돌아가더라도 그늘을 안내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어느 방향 좌석에 앉아야 햇볕을 피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될까.

먼저 창원시 의창구 어반브릭스에서 의창동행정복지센터까지 약 0.9㎞ 구간을 최단 거리로 걸었다. 예상 소요 시간은 13분.
안내를 받자마자 마주한 곳은 출발 건물과 큰 도로 쪽 인도를 잇는 짧은 다리였다. 건물 내부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오자 뜨거운 햇볕에 숨이 턱 막혔다. 교차로 중간중간 설치된 차양막을 제외하고는 그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차양막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작은 나무와 전봇대 그림자 밑으로 모여들었다.


도착지인 의창동행정복지센터 근처 큰 나무 밑 벤치에 가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벤치 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챙이 큰 모자와 토시로 얼굴과 팔을 가렸다.
이번에는 '그늘로' 추천 경로를 이용했다. 거리는 약 1.3㎞, 예상 소요 시간은 18분으로 늘어났다. 태양 고도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하는 건물과 가로수 그림자 높이를 반영한 결과다.
오르막 구간에 다다르자 '그늘로'는 직진 대신 왼쪽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안내했다. 기존 경로대로라면 곧바로 볕이 내리쬐는 오르막이 펼쳐졌겠지만 방향을 틀면서 평지 그늘 길로 갈 수 있었다.


이후에는 다시 그늘이 없는 길이 잠깐 이어지다 곧 가로수가 길게 이어진 인도가 이어졌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늘 길로 가니 몸에 쌓였던 열기가 금세 식었다. 그늘 아래 서자 문득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했다.
이처럼 뚜벅이 마음을 정확히 읽어낸 기특한 앱 '그늘로'는 시민 개발자 경험과 정부 공공데이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늘로'는 서울대 수학교육과에 재학 중인 유민준(23) 씨가 혼자 개발했다. 유 씨는 앱을 개발한 배경으로 '일상의 필요성'을 꼽았다.
유 씨는 "뚜벅이인데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늘 산책 삼아 걷던 길이 있었다"며 "너무 더워서 자주 가던 산책길조차 걷기 힘들 지경이 됐을 때 앱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늘로' 핵심 기능 중 하나인 '햇볕 안 드는 대중교통 좌석 추천' 역시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집과 부대를 오가는 버스 이동 시간만 3시간가량 걸렸다"며 "거리가 멀다 보니 버스를 예매할 때 어느 좌석에 앉아야 햇볕을 피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 씨가 앱 개발에 걸린 기간은 단 2주였다. 건물 높이, 도로 지형같은 정보가 이미 '공공데이터'로 개방돼 있었고 버스 운행 경로 역시 손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공공데이터를 정교하게 가공하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늘로' 성능은 전문가도 긍정했다. 전문가 역시 도심 속 건물이나 가로수 그림자가 보행자에게 유의미한 체감온도 감소 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될 때와 그늘에 있을 때 체감온도는 15~20도가량 차이가 난다"며 "돌아가는 거리가 너무 길지만 않다면 조금 우회하더라도 그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체감 더위를 피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보행자들에게 이번 폭염 위기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5월 15~8월 15일 경남 지역 온열질환자는 268명으로 집계됐다. 폭염으로 인한 추정 사망자는 3명이다.
/권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