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쾅', 토사가 창문 깨고 들어와" 900㎜ 폭우가 할퀸 거제 옥포

이동렬 2026. 8. 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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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밤새 쏟아진 극한 호우가 아파트와 상가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야산에서 밀려든 토사와 부러진 나무가 아파트 저층부와 주차장을 뒤덮었고, 물이 빠진 상가에서는 주민과 상인이 진흙과 쓰레기를 쓸어내느라 분주했다.

아파트에서 조금 떨어진 상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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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동 산사태로 1명 숨져, 주민 150여 가구 대피
토사·침수 피해 속 복구 난항… 추가 산사태 우려
학교·조선소 폭우 여파, 도로·관광시설 곳곳 마비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산사태가 나자 119구조대원이 토사를 걷어내며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주민 2명이 다쳤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밤새 쏟아진 극한 호우가 아파트와 상가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야산에서 밀려든 토사와 부러진 나무가 아파트 저층부와 주차장을 뒤덮었고, 물이 빠진 상가에서는 주민과 상인이 진흙과 쓰레기를 쓸어내느라 분주했다.

날이 밝은 뒤 드러난 아파트 단지는 처참했다. 산에서 밀려온 나뭇가지와 흙더미가 출입구를 가로막았고 주차장에는 토사가 두껍게 쌓였다. 저층 가구의 창문은 깨졌고 집 안에 있던 물건이 건물 밖으로 흩어졌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량 사이에는 돌과 나무가 뒤엉켜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은 통제선 밖이나 대피소에서 복구 상황을 지켜봤다.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성지중학교에 머물던 주민 황모(42)씨는 "새벽에 지축을 흔드는 굉음을 듣고 가족과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피할 곳이 없어 한동안 빗속에 서 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주민 윤모(66)씨도 "살면서 우리 아파트에 이런 폭우 피해가 난 건 처음"이라며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해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당국은 추가 토사 유출 가능성을 살피며 일부 구역의 출입을 막았고, 복구 인력은 경사면과 건물 안전 상태를 확인하며 흙을 걷어냈다.

아파트에서 조금 떨어진 상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흙탕물이 빠져나간 점포 바닥에는 진흙과 쓰레기가 엉겨 붙어 있었다. 상인들은 물에 젖은 상품과 집기를 밖으로 옮기고 삽과 빗자루로 바닥을 치웠다. 상인 김모(63)씨는 "살면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 본다. 아수라장 그 자체"라며 망연자실해했다. 물을 먹은 가구와 생활용품이 인도에 쌓였고 깨진 유리, 부서진 집기를 정리하는 손길도 이어졌다.

도로 곳곳에도 물살이 휩쓸고 간 자국이 선명했다. 산에서 내려온 돌과 흙이 차로를 덮었고 일부 구간에서는 아스팔트 조각까지 뜯겨 나갔다. 옥포운동장에는 물이 차올랐고 거제소방서 인근 도로도 침수돼 차량이 우회했다. 골목과 주택가에서는 소방대원, 복구 인력이 남은 물을 빼내고 토사를 치웠다.

지역 경제의 한 축인 조선소도 폭우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주요 도로 통제로 정상 출근이 어렵다고 판단해 직원들에게 자택 대기를 안내했고, 삼성중공업도 특근 인력의 출근을 제한했다. 두 회사는 일부 침수 구역에서 긴급 복구에 나섰으나 조업에 큰 지장을 줄 정도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아파트와 상가 복구 현장에는 굴착기, 덤프트럭 등 중장비도 들어왔다. 하지만 많은 비를 머금은 지반이 약해진 데다 곳곳에 토사가 남아 있어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당국은 추가 산사태 가능성을 살피며 안전 점검을 이어갔다. 옥포의 일상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7일 산사태가 난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야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와 나무가 뒤엉켜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17일 경남 거제시에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쏟아져 주택가가 침수된 가운데 소방대원이 구조보트를 이용해 고립된 주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거제=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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