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예쁘다’까지 가져간 외국 화장품

황수영 기자 2026. 8. 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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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보면 국내 화장품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한 뷰티 브랜드다. 한국어 '예쁘다'를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사용해 K-뷰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제품도 한국에서 생산한다.

한국 기업이 아니며 제품도 미국에서 생산하지만, 달팽이 점액·인삼 등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주목받아 온 원료와 K-뷰티의 이미지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활용하고 있다.

K-뷰티 제품을 유럽 소비자에게 판매하던 유통기업이 직접 한국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한 자체 브랜드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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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예쁘다(Yepoda)’

이름만 보면 국내 화장품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한 뷰티 브랜드다. 한국어 ‘예쁘다’를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사용해 K-뷰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제품도 한국에서 생산한다.

전 세계적으로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 화장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어와 문화는 물론 원료와 제조 기술까지 브랜드에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 “예쁘다·화랑·서울”…브랜드 이름부터 ‘K-뷰티’ 입었다

‘예쁘다(Yepoda)’, ‘화랑(Hwarang)’, ‘서울슈티컬스(SeoulCeuticals)’의 제품 사진. 사진=각 사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대표적인 사례가 ‘예쁘다(Yepoda)’다. 2020년 독일에서 출발한 Yepoda는 한국어 ‘예쁘다’에서 브랜드명을 따왔다. 독일 기업이지만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하며 스스로 ‘K-Beauty’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넓혀온 예쁘다는 올해 서울 성수동에 아시아 첫 상설 매장을 열며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활용한 곳도 있다. 2023년 선보인 스킨케어 브랜드 ‘화랑(Hwarang)’은 신라시대 화랑에서 이름과 브랜드 철학을 가져왔다. 핀란드를 기반으로 출발한 브랜드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뷰티 원료와 최신 스킨케어 기술을 결합한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서울슈티컬스(SeoulCeuticals)’는 아예 서울을 브랜드명에 넣었다. 2016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스스로를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Korean-inspired)’ 스킨케어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한국 기업이 아니며 제품도 미국에서 생산하지만, 달팽이 점액·인삼 등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주목받아 온 원료와 K-뷰티의 이미지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해외 뷰티 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 이름만 ‘K’가 아니다…제품 개발·생산까지 한국으로

단순히 한국적인 이름이나 이미지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과 생산까지 한국에 맡기는 해외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다.

스페인의 K-뷰티 유통기업 미인 코스메틱스(MiiN Cosmetics)가 만든 자체 브랜드 ‘온도 뷰티 36.5(Ondo Beauty 36.5)’가 대표적이다. 제품 콘셉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구상하지만 실제 제품은 서울에서 만든다. K-뷰티 제품을 유럽 소비자에게 판매하던 유통기업이 직접 한국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한 자체 브랜드를 만든 셈이다.

미국 배우 셰이 미첼이 지난해 선보인 어린이용 스킨케어 브랜드 ‘리니(Rini)’도 한국의 스킨케어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한다.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에서 임상시험과 안전성 검증 등을 거친 뒤 동물 모양의 하이드로겔·시트 마스크 등을 출시했다. 브랜드명 ‘Rini’ 역시 어린이를 뜻하는 한국어 표현에서 가져왔다.

● 세계 2위로 올라선 K-뷰티…유럽·중남미로 영토 확장

연간 화장품 수출액과 국가별 수출 실적 및 화장품 수출 순위. 사진=식약처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빠르게 높아진 한국 화장품의 글로벌 위상이 있다.

한국은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 11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보다 12.2% 증가한 규모로,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한 640억 달러로 집계돼 처음으로 상반기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화장품은 50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하며 중소기업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수출 지역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은 북미에서 36.8%, 유럽에서 62.4% 증가했고 중남미 수출은 131.9% 급증했다. 과거 중국 등 특정 시장에 집중됐던 K-뷰티가 미국과 유럽을 넘어 새로운 시장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 외국 회사가 만든 화장품도 ‘K-뷰티’일까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K’가 의미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만든 화장품이 K-뷰티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해외 기업도 한국어와 문화, 원료와 제조 기술 등을 활용해 K-뷰티 이미지를 적극 차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자체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해외 브랜드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브랜드까지 K-뷰티 이미지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어디까지를 K-뷰티로 볼 것인가’에 대한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K-뷰티가 세계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성장한 만큼, 그 정체성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기준과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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