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의 이로운 기술, 다정한 도시] 도시와 AI 주권, 내 데이터로 자란 지능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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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모바일 앱 시장에서 상징적인 변화가 있었다.
AI 주권은 하나의 국가, 사회, 도시가 자신의 데이터, 언어, 문화, 산업지식, 규제환경, 인프라를 바탕으로 AI를 이해하고,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데이터는 시민에게는 권리이고, 도시 안에서는 공동자산이며, 국가 차원에서는 AI 주권의 기반이다.
국가 AI 주권은 도시의 데이터와 산업지식이 없다면 사상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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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모바일 앱 시장에서 상징적인 변화가 있었다. 구글이 네이버를 제치고 처음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위에 올랐다. 문제는 단순히 어떤 앱을 더 많이 쓰느냐가 아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엔진은 데이터라는 원유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 원유는 땅속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기업의 업무, 도시의 행정활동에서 나온다. 검색하고, 결제하고, 일하고, 배우고, 이동하고, 질문하는 모든 순간 데이터는 생겨난다.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 검색하는 말, 보는 영상, 남기는 반응이 쌓여 더 똑똑한 AI 알고리즘을 만든다.
성서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한 직원은 매일 생성형 AI 창을 연다.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제품 도면, 공정조건, 불량 사진, 고객 클레임을 입력한다. AI는 빠르게 원인을 추정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며 보고서 문장까지 만들어준다. 편리하고 유용하다. 그러나 질문이 끝난 뒤에도 계속 흔적은 남는다. 그 안에는 회사의 기술 노하우, 숙련 노동자의 경험, 거래처의 요구, 질문의 구조, 지역 제조업의 맥락과 시간이 담겨 있다. 이 데이터는 어디로 갔을까. 어떤 서버에서 처리되고, 어떤 모델을 더 똑똑하게 만들었을까. 내 데이터와 질문으로 자란 지능은 결국 누구를 위해 일하게 될까.
AI 주권(소버린 AI)의 필요는 여기서 시작한다. AI 주권은 하나의 국가, 사회, 도시가 자신의 데이터, 언어, 문화, 산업지식, 규제환경, 인프라를 바탕으로 AI를 이해하고,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내 데이터와 우리 도시의 지식이 누구의 지능을 키우고, 그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묻는 힘이다.
데이터는 시민에게는 권리이고, 도시 안에서는 공동자산이며, 국가 차원에서는 AI 주권의 기반이다. 석유는 땅속에서 캐낸 물질이지만, 데이터는 사람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흔적이다. 건강, 위치, 소비, 학습, 노동, 검색, 대화 기록은 내 삶과 인격의 일부다. 그래서 시민에게는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 권리, 거부할 권리, 잘못된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데이터가 원유라면 AI 모델은 정유시설이고, 컴퓨팅 인프라는 송유관이며, 평가체계와 거버넌스는 안전밸브다. 원유만 있다고 산업이 생기지 않듯이, 데이터만 있다고 AI 주권이 생기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다룰 모델,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같은 인프라, 검증할 기준, 통제할 제도가 함께 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글로벌 AI 리더십 확보를 위해 'AI 3대 강국'을 목표로 GPU 확보,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 오픈 웨이트 생태계와 국산 AI 반도체 실증 같은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국가 AI 주권은 도시의 데이터와 산업지식이 없다면 사상누각이다. 개개의 시민 데이터가 모이면 도시의 지식이 된다. 수많은 시민과 기업의 데이터는 도시의 산업구조, 생활권의 변화, 복지 수요, 청년의 이동, 상권의 흐름, 돌봄의 빈틈을 보여준다. 개별 도시의 데이터와 산업지식의 관리 수준은 국가의 AI 역량과 경쟁력의 척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소버린 AI를 위해 도시는 먼저 도시데이터 헌장을 가져야 한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목적으로 쓰며,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 시민에게 어떤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민의 데이터가 도시의 지능을 키운다면 시민은 그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공공조달 계약에 데이터 주권 조항을 넣어야 한다. 민간 AI 서비스를 도입할 때 데이터 소유권, 재사용 범위, 외부 반출, 모델 학습 활용 여부, 삭제와 감사 권한을 계약서에 명확히 적어야 한다. AI 주권은 선언문이 아니라 계약서로 지켜진다. 셋째, 도시 차원의 데이터 스튜어드십과 AI 인프라가 필요하다. 데이터는 많이 모으는 것보다 잘 맡기는 방식이 중요하다. 시민 데이터와 도시 데이터를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체계로 관리하고, 지역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 공유 데이터셋, 평가도구, 실증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관리기구를 조직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넷째, 데이터가 만든 이익을 시민에게 되돌리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데이터 배당'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다만 AI 주권은 현금 배당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더 나은 공공서비스, 시민의 데이터 권리, 지역기업의 AI 접근권, 시민 교육권, 투명한 알고리즘 검증까지 함께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참여형 AI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시민이 만든 데이터로 AI를 만든다면 시민은 그 AI의 목적과 한계를 정하는 자리에도 있어야 한다. AI 주권은 전문가의 회의실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의 생활 현장에서 검증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AI 주권은 거창한 국가 구호가 아니다. 내 데이터가 누구의 지능을 키우는지, 우리 도시의 지식이 누구의 이익으로 돌아가는지 묻는 일이다. 필요한 기술은 쓰되, 데이터의 흐름을 알고, 계약조건을 정하고, 중요한 판단을 검증하며, 시민의 권리를 지키자는 말이다. 내 데이터로 자란 AI가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못하고, 우리 도시의 지식으로 성장한 AI가 우리 도시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우리는 AI 시대의 주인이 아니라 소비자로 남게 된다. 내 데이터로 자란 지능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AI 시대의 도시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지능도시본부장·유럽리빙랩네트워크 대구창의리빙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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