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증조부 논란에 불붙은 ‘친일파 스캐너’ 주의보

홍성민 2026. 8. 1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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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본관 입력하면 독립유공자·친일 인물 검색
“우리 집안은?” SNS서 검색 결과 공유하며 갑론을박
동일 본관이 혈연 의미하지 않아... 신중한 해석 필요

[지데일리] 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온라인의 또 다른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친일파 스캐너 홈페이지

성씨와 본관만 입력하면 같은 본관을 가진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찾아볼 수 있는 이른바 ‘친일파 스캐너’가 등장하면서다. 과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신의 가문과 역사적 인물의 관계를 확인하려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SNS에서도 검색 결과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포함된 기록이 확인되면서다. 친일 행적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자 하영 측은 처음 공개했던 해명에서 추가 자료를 확인한 뒤 입장을 수정하고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과거와 역사적 책임을 어디까지 바라봐야 하는지를 두고 온라인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인 개발자가 만든 ‘친일파 스캐너’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용자가 성씨와 본관을 입력하면 해당 본관과 관련된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자료의 기반에는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관련 자료 등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과정이 간편해 역사 자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자신의 성씨와 본관을 입력해 관련 인물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용자들은 검색 결과를 캡처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각자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같은 본관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인물이 확인됐다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고, 친일 관련 인물이 검색되지 않았다며 안도하는 반응도 나온다. 

반대로 검색 결과에 친일 관련 인물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가족이나 가문을 평가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이 서비스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같은 성씨와 본관이라는 사실이 혈연관계를 입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관은 성씨의 계통과 연고지를 나타내는 전통적 분류 체계일 뿐이며, 동일 본관에 속한 모든 사람이 하나의 직계 혈통으로 연결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때문에 검색 결과에 특정 인물이 등장했다고 해서 이용자 개인이나 가족이 해당 인물과 직접적인 혈연관계를 맺고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 자료를 대중에게 쉽게 공개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서비스는 과거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검색 편의성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자료의 수록 기준이나 인물의 행적에 대한 해석, 동명이인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검색 결과만으로 낙인을 찍는다면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친일 문제는 개인의 명예와 가족의 역사, 사회적 책임이 맞물린 민감한 영역이다. 친일 행적을 기록하고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일과 후손에게 조상의 행적을 책임지게 하는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친일파 스캐너’ 확산은 우리 사회가 과거사를 얼마나 쉽게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 정보를 다루는 데 필요한 검증과 신중함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