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보다 1100달러 덜 깎아줘도 잘 팔린다”…기아의 달라진 美 위상 [여車저車]

정경수 2026. 8. 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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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현대차보다 차 한 대당 1100달러(약 150만원) 덜 깎아주고도 주요 차급에서 더 많이 팔았다.

17일 한국투자증권과 자동차 시장조사·데이터 업체인 Autodata와 J.D. Power, GlobalData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아의 미국 시장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약 2550달러(360만원)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미국 소매 판매 기준 기아 텔루라이드는 5만357대가 팔려 현대차 팰리세이드(4만963대)를 약 23%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기아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4%로, 현대차의 2.7%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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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센티브 기아 2550달러·현대차 3650달러
판매가 대비 비중도 6.6% vs 9.0%
재고일수 39일…현대차보다 14일 짧아
낮은 할인에도 판매 성장률 3.4%
K5 판매량은 쏘나타의 2.7배
올 뉴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기아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현대차보다 차 한 대당 1100달러(약 150만원) 덜 깎아주고도 주요 차급에서 더 많이 팔았다. 전체 판매량은 아직 현대차가 앞서지만 K4·K5·텔루라이드 등 대표 차종에서는 기아의 우위가 두드러진다. 할인에 기대 판매를 늘리던 과거와 달리, 가격을 지키면서도 판매를 키우는 브랜드로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17일 한국투자증권과 자동차 시장조사·데이터 업체인 Autodata와 J.D. Power, GlobalData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아의 미국 시장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약 2550달러(360만원)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약 3650달러(520만원)로, 기아보다 1100달러 높았다.

미국 완성차 업계 평균인 약 3300달러와 비교해도 기아의 인센티브는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차량 판매가격에서 인센티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기아가 6.6%로, 현대차의 9.0%보다 2.4%포인트 낮았다.

인센티브는 완성차 업체가 차량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소비자나 딜러 등에 제공하는 현금 할인과 금융 지원 등을 의미한다. 같은 가격의 차량을 판매하더라도 인센티브가 커질수록 완성차 업체가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줄어든다. 판매량 못지않게 인센티브 관리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이유다.

현대차·기아 美 판매 경쟁력 비교
K5 판매, 쏘나타의 2.7배…재고도 14일 빨리 돈다

기아가 낮은 인센티브를 유지하면서도 판매 경쟁력을 확보한 모습은 주요 차급별 판매에서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미국 소매 판매 기준 기아 텔루라이드는 5만357대가 팔려 현대차 팰리세이드(4만963대)를 약 23% 웃돌았다. 준중형 세단 K4는 7만3579대로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6만4503대)를 14%가량 앞섰다.

중형 세단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기아 K5는 3만8394대가 판매돼 현대차 쏘나타(1만4080대)의 2.7배 수준을 기록했다. 소형 SUV에서도 셀토스가 3만6478대로 코나(3만4617대)를 소폭 앞섰다.

기아가 모든 차급에서 현대차를 앞서는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과 주요 부품을 공유하는 그룹 내 유사 차급을 비교했을 때 과거와 달라진 브랜드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다.

판매 성장세에서도 기아가 소폭 우위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기아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4%로, 현대차의 2.7%를 웃돌았다. 시장 평균이 역성장한 상황에서 두 브랜드 모두 선전했지만 기아가 더 낮은 인센티브로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기아의 평균 재고일수는 39일로 현대차의 53일보다 14일 짧았다. 차량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짧을수록 딜러가 추가 할인에 나설 필요도 줄어든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 미국 동급 차종 판매량 비교
중고차값도 달라졌다…‘할인 덜 해도 팔리는 차’로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기아의 잔존가치 상승이 꼽힌다. 신차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남아 있는 차량 가치를 의미하는 잔존가치가 높아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을 되팔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 높아지고,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신차 할인 폭을 줄일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아의 미국 내 36개월 기준 잔존가치는 2018년 39.7%에서 2023년 54.3%까지 상승했다. 순위도 같은 기간 크게 뛰어 2023년에는 전체 브랜드 가운데 4위 수준까지 올라섰다. 최근에도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아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업계 선두 브랜드와 비교한 잔존가치 수준은 2021년 88%에서 2025년 96%까지 높아져 격차를 4%포인트 수준으로 좁혔다.

기아가 최근 몇 년간 낮은 인센티브 정책을 유지하면서 ‘할인 축소→잔존가치 상승→실질 구매가격 상승→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판매량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를 투입하는 ‘푸시(Push)’ 전략에서 소비자가 먼저 찾는 ‘풀(Pull)’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해온 미국의 ‘저인센티브 브랜드’ 그룹에 한국 브랜드가 진입한 것은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기아 중형 세단 연식변경 모델 ‘The 2027 K5’ 외관. [기아 제공]
美선 가격 지켰지만…유럽 경쟁에 인센티브 부담 확대

다만 기아 전체로 보면 인센티브 부담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해 2분기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 경쟁이 격화하면서 관련 비용이 크게 늘었다.

기아는 올해 2분기 매출 33조3037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2조6285억원에 그쳤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판매량과 평균판매가격(ASP)이 모두 상승했음에도 판매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부담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2분기 기아가 부담한 인센티브·가격 관련 비용은 7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341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미국에선 작년보다 400달러, 유럽은 1000유로 넘게 인센티브 지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기아가 오는 6월 11일(현지시간)부터 7월 19일까지 열리는 FIFA 월드컵 기간 제공하는 카니발 하이브리드(앞줄 왼쪽부터),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X-Line (뒷줄 왼쪽부터) 쏘렌토, 니로, 텔루라이드 X-Pro, K4, K4해치백 [기아 제공]

이는 미국에서 기아의 인센티브가 절대적으로 늘었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유럽에서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한 가격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유럽 시장 등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수익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며 “하반기에 인센티브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상품성 개선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내년 이후 수익성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텔루라이드 신차 효과와 스포티지·쏘렌토 등 하이브리드 SUV 판매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기아의 2분기 미국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22만4000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9.6%로 1년 전 12.1%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동화 SUV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할인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의 낮은 인센티브는 3년 이상 준칙 기반으로 가격 정책을 운영해 온 결과다. 단기간에 뒤집히기 어려운 경쟁력”이라며 “인센티브 절감이 장기화되며 잔존가치 상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다시 브랜드 가치 제고로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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