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약 끊고 싶어요" 간절한 SOS 무시..."치료기관 직접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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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치료기관에 가고 싶어요."
이동재 서울시마약관리센터 회복지원가(26·남)는 마약투약혐의로 경찰에 네 번 체포됐다.
센터는 올해 의료용 마약류 정밀검사를 확대하고 회복지원가와 집단 프로그램을 늘리는 한편 경찰·검찰·보호관찰소·교정시설과 치료기관을 연결하는 '사법-치료'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처음 방문하면 마약류 검사와 전문의 진단을 통해 입원이나 외래 등 필요한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며 "초기 집중치료 이후에도 외래 프로그램과 사례관리를 이어가면서 재투약을 막고 회복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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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병원 내 서울시 마약관리센터, 전문의 진단부터 입원·회복 프로그램 제공
마약투약 사실 비밀보호·치료보호 제도 통해 치료비도 지원
"이런 시설 알았다면 더 빨리 끊었을 것"

"마약 치료기관에 가고 싶어요."
"거기 약쟁이 XX들만 있는데 뭐하러 가냐"
이동재 서울시마약관리센터 회복지원가(26·남)는 마약투약혐의로 경찰에 네 번 체포됐다. 첫 투약 이후 약 3년 동안 수사와 재판, 재투약과 검거가 반복됐다. 서울과 경기, 부산의 여러 경찰서와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그는 수 차례나 "마약을 끊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치료기관이나 지원제도를 구체적으로 안내해준 사람은 없었다. 치료 기관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 "거기 가도 중독자 XX들뿐인데, 뭐하러 가냐"고 무시하는 형사도 있었다.
지난달 찾은 서울 은평병원 3층 서울시 마약관리센터. 시설 내 마련된 프로그램실에선 외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회복동기강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임상심리사와 남성 환자 3명이 둘러앉아 '약물로 잃어버린 것 중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이야기했다. 서로는 본명 대신 '석환', '제이', '자네'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이날 수업의 주제 중 하나는 '바닥치기'였다. 바닥치기는 중독으로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 뒤 회복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는 순간을 뜻한다. 임상심리사가 자신의 '바닥'을 떠올려보라고 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50대 석환씨가 먼저 입을 뗐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낯선 소리들은 천천히 말의 형태로 이어졌다. 30대 초반 도박으로 20억원가량의 재산을 잃은 뒤 마약까지 손댔다는 그는 가족과 10년 넘게 떨어져 살았다. 그는 "아내가 울면서 '아이들 분유 살 돈이 없다'고 했는데 그때도 약에 취해 있었다"며 "결국 이혼하자는 말을 듣고 법원에 갔을 때까지도 약에 취해 멍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20대 제이씨의 바닥은 지하주차장이었다. 그곳에서 경찰에 붙잡히면서 "내 삶이 정말 무너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30대 자네씨는 "약을 하면서 통장 잔고가 바닥났고 직장과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고 털어놨다.
수업은 '그때도 약을 계속했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제이씨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살았을 것 같다"고 하자 석환씨가 "그런 사례가 딱 나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환씨는 16살 딸의 말을 떠올렸다. "아빠, 진짜 약 안 할 수 있지?" 울면서 묻는 딸을 보고서야 약을 끊기로 결심했다고 굳힐 수 있었다. 그는 "계속 약을 했으면 지금쯤 완전히 망가져 쓰러져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아쉬워한 것은 이런 치료와 회복 프로그램을 너무 늦게 알게 됐다는 점이었다. 제이씨는 "병원이나 중독자 자조모임이 있다는 걸 공공기관에서 알려준 게 아니라 마약을 하던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약자들 사이에서는 마약퇴치운동본부 같은 곳을 자주 찾는 사람을 안 좋게 보는 분위기도 있었다"며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좀 더 쉽게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석환씨 역시 혼자 끊으려다 실패를 거듭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약을 끊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안 됐다"며 "경찰에 잡혔을 때 '어떻게 하면 치료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전화번호 하나 알려주지 않고 '네이버에서 찾아보라'고 했다"고 했다. 치료기관을 찾아가면 투약 사실이 수사기관에 알려지는 것은 아닌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석환씨는 "나는 치료를 받고 싶어도 몰라서 못 받고 있었다"며 "결국 너무 절실해 내가 직접 병원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한 임상심리사는 중독 치료에서 집단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회복 단계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경험을 나누면서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을 통해 예전의 내 모습을 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모습을 생각해보기도 한다"며 "그 과정에서 단약 동기와 의지가 생긴다. 이런 의지를 유지하면서 반복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료기관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은평병원에 마약류 중독자를 위한 공공 치료·재활 거점인 서울시마약관리센터를 열었다. 정신과 전문의인 센터장을 포함해 중독치료팀 11명이 진료와 상담,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입원이나 외래치료를 결정하고, 치료 이후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초진 환자에 대해서는 초기 집중 개입과 1대1 사례관리도 진행한다.
지난해 센터에서는 217명이 시와 정부에서 치료비를 지원받는 치료보호를 받았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센터는 올해 의료용 마약류 정밀검사를 확대하고 회복지원가와 집단 프로그램을 늘리는 한편 경찰·검찰·보호관찰소·교정시설과 치료기관을 연결하는 '사법-치료'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처음 방문하면 마약류 검사와 전문의 진단을 통해 입원이나 외래 등 필요한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며 "초기 집중치료 이후에도 외래 프로그램과 사례관리를 이어가면서 재투약을 막고 회복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자가 이곳까지 도착하기 전이다. 수사기관에 여러 차례 붙잡히고도 치료기관의 존재를 몰랐다는 중독자들이 적지 않다. 센터 회복지원가 이동재씨는 여러 차례의 검거와 재투약 끝에 치료받고 이제 다른 중독자의 회복을 돕고 있다. 그는 "처음 잡혔을 때 누군가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을 제대로 알려줬다면 훨씬 빨리 멈출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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