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도 기술 테스트, 인사평가 3할이 AI... 외국어보다 AI 능력 쳐주는 기업들

이윤주 2026. 8. 1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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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이 직장인의 새 '인사 스펙'이 됐다. AI 사용법을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업무에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접목했는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거나, 자체 시험으로 AI 활용 역량을 검증해 인사 자료로 쓰는 회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기술 역량을 1~5등급으로 나누는 데 활용되는 기술시험이 실제 업무에서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개편된 것이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AI를 업무에 활용할 때 최종 규범적 판단은 인간이 하도록 설계 해야 한다"며 "근로자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절차를 마련하고, 평가에 어떤 변수와 기준이 사용됐는지도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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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새 '스펙' 자리 잡은 AI 활용 능력
잘 쓰면 승진·인센티브... "주말에 열공"
삼성 임원들도 2박 3일 오프라인 교육
"사용량·점수 기계적 반영은 지양해야"
7월 24일 경기 성남시 KT 판교사옥에서 열린 이 회사 인공지능(AI) 업무혁신 보고회에 참석한 임직원들이 AI 업무 적용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KT 제공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이 직장인의 새 '인사 스펙'이 됐다. AI 사용법을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업무에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접목했는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거나, 자체 시험으로 AI 활용 역량을 검증해 인사 자료로 쓰는 회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채용할 때부터 AI 활용 경험을 따지는 기업도 등장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올해부터 성과 지표에서 최소 30% 이상을 AI를 이용한 업무 혁신 정도를 반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AI 혁신을 모든 직원에게 의무화한 데 이어 아예 인사고과 주요 항목으로 정한 것이다. 16일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단순히 AI를 많이 사용하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해 만든 결과물이 회사의 자산으로 남아 지속 사용될 수 있는 업무 전환을 이뤄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LG CNS도 정보통신(IT) 기술 역량을 연봉과 승진에 반영해온 인사체계를 AI 중심으로 바꿨다. 직원의 기술 역량을 1~5등급으로 나누는 데 활용되는 기술시험이 실제 업무에서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개편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평가 결과가 이듬해 연봉에 반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주말에도 시간을 내 공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교육 이수와 AI 프로젝트 경험, 기술시험 기준을 충족하면 사내 'AI 전환(AX) 전문가' 자격도 준다. 삼성SDS는 4단계 AX 역량 인증 기준을 만들어 상위 1, 2단계를 받은 임직원에게는 인센티브와 승진 가점을 준다.


자소서에도 AI, 심층면접도 AI

오픈AI가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 '엔터프라이즈 시그널'에 수록된 그래프. AI 코딩 도구 '코덱스' 주간 사용자 수(세로축)가 2월에서 6월 사이(가로축)에 법무 분야는 108배(맨 위 실선), 영업과 채용 분야는 각각 41배(위에서 두 번째 실선) 늘었다. 오픈AI 제공

6월부터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오프라인 교육 'AX 부트캠프'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는 연말 임원 인사평가의 AX 역량 비중을 2~5%에서 20%로 대폭 늘렸다. 기존 평가 항목 중 경영실적과 준법경영 비중을 일부 줄여 AX에 배정했다. 임원이 스스로 AX 목표를 세우고, 업무 프로세스를 실제로 바꿨거나 AI 기반 성과물을 만들어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2,300여 명 임원이 동시에 업무 방식을 뜯어고치는 만큼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임원은 "이런 작업이 1, 2년 누적되면 업무 방식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며 이재용 회장이 강조한 "'일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AI 활용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자체 시험을 만들기도 한다. KT가 만든 자격시험 'AICE'는 은행과 대학, 공공기관 등 회사 밖에서도 활용된다. SK그룹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AI·데이터 역량 인증시험 'SKADA'를 개발해 단계별 실무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채용에서도 AI 활용 능력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기존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지원자가 AI 활용 역량과 반도체 직무 전문성을 기술하도록 했다. 심층면접에선 AI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낸다. 코스맥스그룹도 올 상반기 신입 공채부터 AI 활용 역량을 우대사항에 추가했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마케팅·해외영업·디자인·구매·경영관리 직군 지원자도 자기소개서에 AI로 역량을 보완하거나 업무 효율을 높인 경험을 적게 했다.

이런 흐름은 AI가 개발자들의 전문도구에서 일반 사무직까지 사용하는 범용 업무도구로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기업 AI 활용 보고서 '엔터프라이즈 시그널'에 따르면 AI 활용 상위 10% 기업과 일반 기업의 직원 1인당 AI 활용 격차(토큰 수)는 1월 2.6배에서 6월 8.3배로 확대됐다. 특히 AI를 단순 대화보다 업무 전반에 쓰는 에이전트형 AI 활용이 지식 노동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오픈AI는 진단했다. 6월 오픈AI의 코딩 도구 '코덱스' 주간 사용자는 법무 분야에서 2월의 108배, 영업과 채용에서 각각 41배, 마케팅에서 2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엔지니어링 분야 증가폭(5배)을 크게 웃돈다.


"최종 평가는 사람이... 안전장치 필요"

기업 임원이 AI를 활용해 일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그래픽=이윤주 기자·챗GPT

다만 평가 기법은 여전히 난제다. AI 활용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기업 관계자는 "직원이 AI로 성과를 냈을 때 AI 자체의 성과인지 직원의 성과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AI 사용 횟수나 생성 문서 수처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수치에 매달리면 오히려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단순 사용량이나 시험 점수를 인사평가에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 활용은 외국어처럼 '범용' 능력이 됐지만,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긴 해도 아직 기업 전체의 생산성은 잘 올라가지 않는다"며 "직무별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기업이 잘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AI로 일하면서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 얼마나 비판적으로 검토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부서 배치 같은 인사 결정에 활용될 때는 별도의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AI를 업무에 활용할 때 최종 규범적 판단은 인간이 하도록 설계 해야 한다"며 "근로자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절차를 마련하고, 평가에 어떤 변수와 기준이 사용됐는지도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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