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되네?"… '호프' 무술감독이 말하는 불가능의 가능 [인터뷰]

2026. 8. 1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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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스릴러, 액션을 아우르는 영화 '호프'에서 가장 강력한 한 방은 액션이다.

"모두가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었던 액션이었어요. 촬영 보름 전부터 루마니아 숲에서 여러 버전으로 테스트를 거쳤죠. 여기저기 와이어를 묶어보면서 계속 고민했어요. 성인 남성 두 명을 태운 말이 숲을 전력 질주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말도 힘이 부치니까요. 그래서 조인성 배우의 몸에 와이어를 달고 낚아채는 순간 살짝 들어주는 방식으로 100% 실사 촬영을 진행했어요. 감독님께서 '이게 되네'라고 하셨는데, 그때 참 뿌듯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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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 유상섭 무술감독 인터뷰
'추격자' '황해' '곡성' 이어 나홍진과 인연
액션신에 얽힌 비하인드 대방출
영화 '호프'의 유상섭 무술감독이 액션신에 얽힌 비하인드를 전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SF, 스릴러, 액션을 아우르는 영화 '호프'에서 가장 강력한 한 방은 액션이다. 개봉 전 공개된 여러 버전의 포스터 가운데 루마니아 숲을 배경으로 백마를 탄 어촌계 형님(서범식)에게 낚아채이는 성기(조인성)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 같다는 평을 받았다. 실제 영화에서도 해당 장면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액션을 화면에 구현해낸 데에는 유상섭 무술감독의 치밀한 계산과 수많은 테스트가 있었다.

'추격자'에 이어 '황해', '곡성', '호프'까지. 나홍진 감독의 장편 연출작에 꾸준히 함께해온 유상섭 무술감독은 '호프'의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액션을 설계하고 배우들의 무술과 액션을 지도한 인물이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상섭 무술감독은 "나홍진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크리처물이고 한국에서 시도해본 적 없는 작품이라 테스트를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며 "그러면서 '말이 아스팔트에서 전력 질주를 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셨다. 아, 이거 힘들 텐데 싶었는데 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영화의 첫 출발을 떠올렸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출동하면서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야생동물을 잡으러 나섰다가 외계 생명체를 마주하게 되는 설정인 만큼 액션 또한 기존 영화와는 달랐다. 인간이나 일반적인 짐승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힘을 가진 외계 생명체와 맞서야 했다. 거대한 힘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무력감,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고강도 액션을 만들어내는 것이 '호프'의 숙제였다.

"크리처가 등장하는 영화지만 나홍진 감독님은 많은 부분을 실사로 해내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A안을 시도해보고 정말 불가능하다 싶으면 B안으로 가겠지만, 저는 무조건 A안을 해낸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무술팀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산, 도심, 고속도로에서 계속 달려요. 멈추지 않는 게 '호프'의 액션이었죠. 그런 속도감과 리얼함을 생각했어요.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무술팀도 날아가거나 넘어지는 등 모든 액션을 어떻게 구현할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호프'의 액션은 끊임없이 달린다. 도로를 달리고,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숲속을 내달린다. 물리적인 뜀박질뿐 아니라 화면의 속도감 역시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마을을 초토화시킨 외계 생명체를 쫓는 카체이싱부터 루마니아 숲에서 벌어지는 승마·총격 액션, 생존을 위해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리는 장면까지 강도 높은 액션이 156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영화 '호프'의 액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전은 포스터에도 등장한 성기 구출 장면이었다. 백마를 탄 어촌계 형님이 달리는 성기를 낚아채는 장면은 말과 배우의 움직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촬영 전부터 여러 차례 테스트가 필요했다.

"모두가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었던 액션이었어요. 촬영 보름 전부터 루마니아 숲에서 여러 버전으로 테스트를 거쳤죠. 여기저기 와이어를 묶어보면서 계속 고민했어요. 성인 남성 두 명을 태운 말이 숲을 전력 질주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말도 힘이 부치니까요. 그래서 조인성 배우의 몸에 와이어를 달고 낚아채는 순간 살짝 들어주는 방식으로 100% 실사 촬영을 진행했어요. 감독님께서 '이게 되네'라고 하셨는데, 그때 참 뿌듯했죠."


"새로운 도전이었던 '호프', 앞으로도 이어지길… "

연습, 연습, 또 연습. 연습의 반복이었다. 특히 후반부 성기가 도로에서 말을 타고 달리다가 범석 일당이 탑승한 차량으로 옮겨 타는 장면 역시 실제 구현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몽골에서 말을 타온 숙련자들과 유상섭 무술감독이 여러 차례 테스트를 진행하며 실제 촬영에 적용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어냈다. 배우가 직접 장면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작은 동작 하나까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다.

"폐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달리는 말과 속도가 붙은 차 위를 사람이 오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으니까 일단 가능한 그림인지부터 연구했죠. 밧줄을 묶어서 고정한 뒤 시도했는데 이게 되는 거예요.(웃음) 그런데 테스트와 실제 촬영은 다르잖아요. 실제 촬영에서는 배우가 장면을 만들어야 해서 무술팀이 대거 대기하면서 타이밍과 합을 맞췄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들도 긴장을 많이 했을 텐데 정말 잘해주셨어요. 함께 고생해준 말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액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었다. 유상섭 무술감독은 배우와 무술팀이 몸을 쓰는 장면에서는 충분한 기량을 발휘해야 하지만, 말이나 차량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가 개입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힘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상대로 할 때는 기량의 120%를 발휘하라고 이야기하지만, 말이나 차량을 활용한 액션에서는 80%의 기지만 발휘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몸을 쓰는 일이지만 아무리 능숙하다고 해도 변수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모두에게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30년 이상 영화계에 몸담으며 수많은 액션을 만들어온 유상섭 무술감독의 필모그래피에는 한국 영화의 굵직한 작품들이 빼곡하다. '친구', '지구를 지켜라!', '공공의 적', '달콤한 인생', '추격자', '박쥐', '황해', '도둑들', '암살', '곡성', '기생충', '남산의 부장들', '외계+인', '밀수', '베테랑2', '어쩔수가없다', '휴민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액션을 완성해왔다. 수많은 작품을 거쳐온 그에게도 '호프'는 남다른 도전이었다. 실사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실제 촬영으로 완성해야 했고, 말과 차량, 배우의 움직임을 동시에 계산해야 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능력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모든 부분이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나홍진 감독님이 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능력치를 다했다'고 하셨어요.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호프' 이후에도 또 다른 도전들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주 기자 yeonju.kim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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