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지 규칙 '와르르'…유대인, 기도서까지 들고 예배

김상훈 2026. 8. 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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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수십 년간 예루살렘 성지의 평화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해 온 '현상 유지'(Status Quo) 원칙이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현상 유지 원칙에 따라 유대인들의 성지 내 기도는 엄격하게 금지됐었다.

우파 성향의 언론인이자 성지 내 유대인의 종교적 자유 확대를 주장해온 활동가 아르논 세겔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유대인 남성들이 유대교 기도서인 '시두르'(Siddur)를 읽으며 기도하는 사진을 당당히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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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치인 주도 유대인 기도 제한 파기…현지언론 "경찰, 기도서 사용 묵인"
예루살렘 성지에서 유대교 기도서인 '시두르'를 들고 기도하는 유대교도 [소셜미디어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수십 년간 예루살렘 성지의 평화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해 온 '현상 유지'(Status Quo) 원칙이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현상 유지 원칙에 따라 유대인들의 성지 내 기도는 엄격하게 금지됐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 내 극우 정치인 주도로 공공연하게 실행되더니 급기야 유대교 기도서까지 반입해 노골적으로 예배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중동의 민감한 화약고 중 한 곳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16일(현지시간) 일간 하아레츠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예루살렘 성지를 찾은 유대인 방문객들의 기도서 사용이 경찰의 묵인하에 사실상 처음으로 허용됐다.

우파 성향의 언론인이자 성지 내 유대인의 종교적 자유 확대를 주장해온 활동가 아르논 세겔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유대인 남성들이 유대교 기도서인 '시두르'(Siddur)를 읽으며 기도하는 사진을 당당히 공개했다.

사진 속 남성들 앞에는 수건이 놓여 있었는데, 이는 과거 두 개의 고대 유대 성전이 있었던 이 광장의 예배 의식에 엎드려 절하는 행위가 포함되었음을 시사한다.

세겔은 이런 상황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며 "아직 명시적인 허가가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 일로 인해 중동 지역이 이성을 잃고 발칵 뒤집히지 않는지 확인해 보는 첫 번째 시도"라고 적었다.

예루살렘 성지내 바위사원 앞을 지나는 무슬림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아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은 방문객들의 기도서 소지 및 출입을 허용했다.

무슬림들의 반발을 의식해 전면 금지됐던 유대인의 기도는 최근 경찰의 방조 아래 점차 허용되는 추세였지만, 지난 1월 처음 반입이 허용된 '낱장 종이' 외에 정식 기도서 같은 예배 용품 반입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행위가 중동 지역을 '이성을 잃게'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지닌 폭발성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의 심장부인 이 성지를 유대인은 성전산, 무슬림은 '고귀한 안식처'(하람 알샤리프)라 부른다.

유대인들에게 이곳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자 과거 제1·2 성전이 있었던 유대교 최대 성지다. 성전 터에는 현재 황금 돔 지붕의 바위 사원이 있다.

반면 무슬림들에게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을 체험한 곳이자, 메카·메디나에 이은 이슬람 제3의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자리한 곳이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점령했지만, 전면적인 종교 전쟁을 우려한 이스라엘의 모셰 다얀 국방부 장관은 성지의 행정 관할권을 기존대로 요르단 이슬람 종무국(와크프)에 남겨뒀다.

두 종교의 성지가 겹치는 이곳에서 유대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무슬림은 이곳에서 언제든 기도할 수 있지만, 유대인 등 비이슬람교도는 정해진 시간에 방문만 할 수 있을 뿐 기도는 할 수 없다는 엄격한 '현상 유지' 규칙이 수립됐고, 이는 지난 반세기 넘게 예루살렘의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는 버팀목이 됐다.

알아크사 사원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이런 규칙이 있음에도 매년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전후로 팔레스타인 기도객과 이스라엘 군경간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고,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원칙은 이스라엘 내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네타냐후 정부에서 정계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거센 도전을 받았다.

특히 네타냐후의 '킹메이커'인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현상 변경·파괴를 주도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보란 듯이 성지 방문을 강행하며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격렬한 분노를 야기했다. 그는 공공연하게 "유대인도 성전산에서 자유롭게 기도할 권리가 있다"며 현상 유지 원칙의 타파를 선동했다.

2026년 7월 23일 제1·2 성전이 파괴된 날을 기리며 금식하고 애도하는 유대교 성일 '티샤 베아브'를 맞아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 경내를 방문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더 큰 문제는 국가안보장관인 그의 지휘 아래 있는 이스라엘 경찰의 태도 변화다. 과거 유대인이 성지에서 입술만 달싹여도 쫓아내던 이스라엘 경찰은 최근 몇 년 새 유대인들의 조용한 기도는 물론, 이제는 공개적인 통성기도도 막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번 기도서 반입 논란 후 성지 관리에 대해 "정치 지도부의 지시와 현장의 표준 관행, 그리고 작전 상황 평가를 바탕으로 성지 구역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극우 정치 지도부의 입김 아래 '현상 변경'이 조직적으로 방조 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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