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회의·보고 다 필요 없다…'996' 공식 깬 문샷AI

김은정 2026. 8.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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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즈춘루의 징둥과기빌딩. 지난달 인공지능(AI) 모델 '키미 K3'를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문샷AI가 있는 곳이다.

문샷AI의 중국어 회사명 '웨즈안몐'(月之暗面·달의 어두운 면)도 핑크플로이드 1973년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에서 따왔다.

그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직원 비율로 따지면 문샷AI가 중국 내 1위일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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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 쇼크' 일으킨 문샷AI…중국 본사 가보니
평균 연령 20대, 80% '내향형'
옆자리 동료와도 메신저로 소통
"직급 따지는 상사 없는게 복지"
함께 일하고 싶은 친구 직접 추천
학벌·경력보단 안목·집요함 원해
문샷AI 본사 입구에는 직원이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가 놓여 있다. 원래 회사 이름도 없이 피아노만 있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키미 K3’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자 입구 디자인을 바꿨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즈춘루의 징둥과기빌딩. 지난달 인공지능(AI) 모델 ‘키미 K3’를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문샷AI가 있는 곳이다. 국내 매체 가운데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4일 방문한 문샷AI는 오전 10시가 넘었는데도 한산했다. 대부분의 업무 공간이 비어 있는 가운데 반팔과 반바지, 슬리퍼 차림을 한 20대 직원만 간혹 눈에 띄었다.

회사 입구에는 거창한 간판 대신 흰색 피아노만 놓여 있는 가운데 앳돼 보이는 여성이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오후 12시가 넘어 점심시간이 되자 헝클어진 머리의 젊은 직원이 하나둘 사무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996’(오전 9시~오후 9시·주 6일 근무)이 일상화한 여느 중국 정보기술(IT) 기업과 다른 모습이었다. “별도 출퇴근 시간도, 지정된 근무 장소도 없다”는 설명이다.

 ◇내향형 직원들의 ‘효율 극단화’

지난 14일 문샷AI 본사에서 직원이 키미 K3로 제작한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문샷AI는 설립 3년 만에 기업가치 350억달러(약 50조원)에 도달했다. 키미 K3가 오픈AI, 앤트로픽 등의 주력 모델과 핵심 성능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잇따르면서다. 하지만 이날 찾은 본사의 첫인상은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타트업이라기보다 자유로운 대학 동아리방에 가까웠다. 사무실 곳곳에 간식 꾸러미가 있고 회의실마다 리클라이너가 놓여 있었다.

문샷AI 전체 직원은 300여 명이다. 직원 한 명이 1억달러 안팎의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셈이다. 평균 연령이 30세 미만이며 직원의 70~80%가 내향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러 그렇게 뽑은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며 “바로 옆자리에 있어도 말보다 메신저로 소통하는 게 익숙한 직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직 구조도 독특하다. 부서, 직급, 타이틀이 없고 OKR(목표·핵심결과지표)과 KPI(핵심성과지표)도 두지 않는다. 알고리즘, 제품 개발, 성장, 전략 등 팀 구분만 있을 뿐이다. 다른 팀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면 별도 보고나 조율 회의 없이 당사자에게 물어본다. 양즈린 최고경영자(CEO)가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로 ‘직접 소통’ 네 글자만 띄워둘 정도로 소통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CEO 전용 공간도 없다. 직원 사이에선 “‘덩웨이얼(登味儿)’이 없는 게 문샷AI의 최고 복지”란 말이 있다. “권위와 직급을 따지는 ‘꼰대 냄새’가 없다”는 의미의 중국식 표현이다.

 ◇자율 출근과 친구 추천 채용

조직 문화의 뿌리는 창업자인 양 CEO에게 있다. 1992년생인 그는 칭화대 학생 밴드에서 드럼을 치며 공동창업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모든 회의실에는 라디오헤드, 레드제플린, 딥퍼플 등 유명 록밴드 이름이 붙어 있다. 문샷AI의 중국어 회사명 ‘웨즈안몐’(月之暗面·달의 어두운 면)도 핑크플로이드 1973년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에서 따왔다. 회사를 창업한 2023년이 앨범 발매 50주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라디오헤드 회의실’에서 만난 직원은 기자에게 키미 K3를 시연해 보였다. 직원이 지시를 내리자 게임 코드와 화면이 생성됐다. 회의실에는 기타와 가죽 재킷, 부츠 같은 록밴드 소품이 놓여 있었다. 그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직원 비율로 따지면 문샷AI가 중국 내 1위일 것”이라며 웃었다.

이 같은 문화는 인재 채용에도 반영된다. 좋은 대학과 경력보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알아보는 안목, 남들이 포기한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을 중시한다. 물론 직원의 약 80%가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 출신이지만 모범생만 원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문샷AI는 추상화 능력이 있고 다소 편집적일 정도로 집요하며 미친 듯이 일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문샷AI 직원 가운데 최소 50명은 회사를 창업했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최근 1년 동안 채용한 인력을 보면 100여 명은 직원의 친구, 친구의 친구를 통한 내부 추천으로 합류했다. 회사 내부에선 이를 ‘런촨런’(人傳人·사람을 통해 사람이 퍼진다)이라고 부른다.

문샷AI는 조직 관리의 상당 부분을 채용 단계에서 해결한다. 결이 맞는 사람을 뽑고, 회사에 들어온 뒤에는 최대한 자율성을 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문샷AI에선 경력도 절대적인 자산이 아니다. 상당수 직원은 입사 후 업무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한 관계자는 “AI산업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성공 방식을 능숙하게 반복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빠르게 학습하는 ‘AI 네이티브’를 선호한다”며 “직원 평균 연령이 낮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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