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부터 암·우울증까지…장내미생물, 어디까지 관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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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모여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장내미생물 구성을 바꿔 비만과 암, 우울증까지 치료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은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위암·식도암·간암 환자 13명에게 치료 효과가 좋았던 환자의 장내미생물을 이식했다.
장내미생물이 암을 직접 없앤다기보다 일부 환자에게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되살리는 보조 수단이 될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로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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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모여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음식물의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대사와 면역반응,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장내미생물 구성을 바꿔 비만과 암, 우울증까지 치료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 비만 줄이고 항암제 효과도 높일까
장내미생물을 이용한 대표적인 치료법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미생물을 분리해 환자의 장에 넣는 ‘분변미생물군이식(FMT)’이다. 현재 치료 효과가 가장 명확한 분야는 항생제를 사용해도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증 등 일부 장 질환이다.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를 이식해 유해균이 지배한 장내 환경을 정상에 가깝게 되돌리는 원리다.
치료 영역을 비만으로 넓히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안후이의대와 일본 도쿄도립대 공동연구팀은 비만에 잘 걸리지 않는 사향쥐의 장내미생물을 고지방 식단으로 비만을 유도한 생쥐에게 이식했다.
장내미생물을 이식받은 생쥐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달라지고 대조군보다 체중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 결과는 2023년 11월 22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됐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 일부 비만 청소년에게서 복부 지방이 감소했지만 체질량지수(BMI)는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았고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장내미생물 이식이 당장 비만치료제를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암 치료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보조 전략으로 가능성이 제시됐다.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은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위암·식도암·간암 환자 13명에게 치료 효과가 좋았던 환자의 장내미생물을 이식했다.
연구 결과 1명은 암 크기가 줄어드는 부분 관해를 보였고 5명은 암이 더 진행되지 않는 안정 상태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항암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장내세균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도 발견했다. 해당 연구는 2024년 7월 25일 국제학술지 ‘셀 호스트 앤드 마이크로브’에 발표됐다.
다만 참가자가 13명인 초기 단계 연구인 데다 대변 제공자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졌다. 장내미생물이 암을 직접 없앤다기보다 일부 환자에게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되살리는 보조 수단이 될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로 해석해야 한다.

● 장내미생물이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과 뇌가 신경계·면역계·호르몬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장-뇌 축’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정혜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팀은 우울 유사 행동이 심한 생쥐에서 ‘인테스티니모나스 부티리시프로두센스’와 ‘파라박테로이데스 메르다에’가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두 미생물을 생쥐에게 먹이자 우울 유사 행동이 줄고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에 관여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발현이 회복됐다. 연구 결과는 2026년 5월 28일 국제학술지 ‘파마콜로지컬 리서치’에 온라인 발표됐다.
특정 장내미생물이 산화스트레스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조절해 뇌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제시했지만 아직 생쥐와 세포를 이용한 전임상 연구다. 사람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장내미생물 치료의 가장 큰 과제는 개인마다 미생물 구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미생물을 이식해도 식습관과 유전적 특성, 복용 중인 약물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변을 통해 병원균이나 항생제 내성균이 전달될 위험도 있어 공여자 선별과 제조·투여 과정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현재 장내미생물 치료는 일부 장 질환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질환별로 치료 효과를 내는 미생물과 대사물질을 정확히 찾아내고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장내미생물은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만능 치료제라기보다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치료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 참고자료
doi.org/10.1371/journal.pone.0293213
doi.org/10.1016/j.chom.2024.06.010
doi.org/10.1016/j.phrs.2026.108269
[김현정 에디터 hjn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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