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용암 보러 에트나산으로… 발 묶인 승객들은 공항 바닥에
화산재는 30㎞ 밖 카타니아까지… 항공편 약 700편 취소

검은 화산지대 한가운데 한 사람이 서있다. 헤드램프의 푸른 빛이 어둠을 가르고, 뒤편 산비탈에는 붉은 용암이 흐르고 있다. 최근 분화가 계속되고 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에트나산에는 용암을 가까이서 보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분화구를 망원렌즈로 담은 사진에서는 용암의 움직임이 더 선명했다. 붉게 달아오른 용암과 화산 물질이 공중으로 솟구쳐 검은 하늘에 부채꼴로 퍼졌다. 멀리서 산비탈을 가르던 한 줄의 붉은빛은 가까이에서 수많은 불덩이로 갈라졌다.

용암지대에 오른 사람들 대부분은 헬멧이나 보호복 같은 눈에 띄는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모습이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눈앞의 장면을 기록하는 이들도 있었다. 거대한 붉은 불길 앞에서 사람의 몸은 작게 보였지만, 분화의 장관을 가까이 담으려는 움직임은 계속됐다.

낮에도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검붉은 능선을 따라 수십 명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그 뒤편 산비탈에는 잿더미 사이로 용암이 붉게 빛났고, 연기가 능선을 감쌌다. 에트나산에서는 지난 6일부터 분화가 이어지며 여러 갈래의 용암이 흘러내리고 화산재가 뿜어져 나왔다.

화산재는 바람을 타고 산 아래 생활권까지 영향을 줬다. 에트나산 인근 카타니아의 한 상점 앞도 회색 화산재로 덮였다. 매장 직원은 빗자루를 들고 바닥에 쌓인 재를 밀어냈다. 잘게 부서진 암석과 광물, 화산유리 입자로 이뤄진 화산재는 미세한 입자가 날릴 경우 눈과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다. 산 위에서 사람들이 눈과 카메라에 담던 장관은 산 아래에서는 서둘러 쓸어내야 할 쓰레기가 되고 있다.

에트나산 인근 카타니아 빈첸초 벨리니 공항에서는 항공편 운항 차질이 이어졌다. 산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공항 주변 상공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화산재 구름은 가시거리를 떨어뜨리고, 미세한 입자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내부에서 녹아 달라붙거나 작동을 방해할 수 있어 운항에 큰 위험이 된다.
6일부터 12일까지 카타니아 공항에 예정됐던 약 700편은 다른 공항으로 우회했다. 발이 묶인 승객들은 공항 곳곳에 자리를 잡고 길어진 대기 시간을 보냈다. 갈 곳을 잃는 탑승객들은 약 30㎞ 떨어진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카드 한 장씩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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