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보니 사람 몸도 ‘각자도생’…장기마다 노화 속도 달랐다

이승구 2026. 8. 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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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이 나이가 들면서 한꺼번에 늙는 것이 아니라 장기마다 서로 다른 속도로 노화한다는 사실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폐·난소·신장·췌장 등 일부 장기는 20~40대부터 노화가 빨라지는 반면, 뇌와 근육 등은 두 차례에 걸쳐 노화가 가속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몸 전체의 여러 조직이 실제 나이보다 늙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심장이나 폐, 위 등 특정 장기만 두드러지게 노화된 경우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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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연구팀, 조직 이미지 AI로 분석…‘조직 시계’ 개발
조직 시계가 예측한 나이, 실제 나이와 평균 4.88년 차이
조직 채취 없이 혈액 유전자 발현 정보로 장기 노화 예측도
장기마다 노화 속도가 다르고 같은 사람의 장기라도 빨리 늙는 장기가 있을 수 있으며, 혈액의 유전자 발현 정보로 장기별 노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몸이 나이가 들면서 한꺼번에 늙는 것이 아니라 장기마다 서로 다른 속도로 노화한다는 사실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폐·난소·신장·췌장 등 일부 장기는 20~40대부터 노화가 빨라지는 반면, 뇌와 근육 등은 두 차례에 걸쳐 노화가 가속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오스트리아과학아카데미 분자의학연구센터(CeMM) 안드레 렌데이로 박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에서 인체 조직병리학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장기별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하는 ‘조직 시계(tissue clock)’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의 조직에 나이에 따른 노화 흔적이 남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직의 현미경 이미지를 분석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실제 나이와 장기의 생물학적 노화 정도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자형-조직 발현 프로젝트(GTEx)’에 참여한 983명(20~70세)의 29개 장기, 40개 조직에서 얻은 조직병리학 이미지 2만5712장을 딥러닝으로 분석했다.

조직의 미세한 구조에서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을 찾아낸 뒤 이를 바탕으로 각 조직의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하는 AI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조직 시계가 예측한 생물학적 연령은 실제 나이와 평균 4.88년 차이를 보였다. 실제 나이보다 조직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된 사람은 텔로미어가 더 짧고 조직의 병리적 변화와 동반 질환도 많은 경향을 보였다.

장기별 노화 시점도 달랐다.

폐와 난소, 갑상샘, 신장, 췌장, 부신 등은 20~40대에 노화가 가속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대장과 대동맥은 20대와 45~55세에, 뇌와 근육,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피부는 30~40대와 60~70대에 각각 노화가 빨라지는 양상이 관찰됐다.

자궁은 약 45세부터 변화가 뚜렷해졌으며, 가장 빠른 노화 시점은 여성의 폐경이 시작되는 45~55세와 겹쳤다.

같은 사람 안에서도 장기별 노화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몸 전체의 여러 조직이 실제 나이보다 늙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심장이나 폐, 위 등 특정 장기만 두드러지게 노화된 경우도 확인됐다.
ChatGPT 활용 제작 인포그래픽 [Nature Medicine, Ernesto Abila et al. 연합뉴스
노화와 질환의 연관성도 나타났다. 신부전은 여러 조직의 가속화된 노화와 관련됐고, 제2형 당뇨병은 췌장, 만성 호흡기질환은 폐의 생물학적 연령 증가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조직을 직접 채취하지 않고 혈액만으로 장기별 노화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모델도 개발했다.

독립적인 혈액 표본 1205개를 분석한 결과 뇌졸중 환자에서는 뇌, 크론병 환자에서는 위장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는 뇌와 관련된 노화 신호가 두드러졌다.

다만 혈액으로 장기의 실제 나이를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혈액 속 유전자 발현 정보를 이용해 특정 조직의 노화 정도를 간접적으로 예측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향후 장기별 건강 상태와 질병 진행을 추적하거나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노화를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몸 전체가 같은 속도로 늙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조직과 장기마다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복합적인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렌데이로 박사는 “인체 조직에는 노화 과정이 매우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며 “조직학 이미지와 AI를 결합하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신체 부위별 생물학적 노화 패턴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구 온라인뉴스 기자 hibou51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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