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적자 속 역대급 자사주 요구.. 받아들여지나

손유지 2026. 8. 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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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부문 첫 분기 적자에도 11조원 자사주 요구
삼성전자 이미 3445억원 규모 자사주 보상 실시
교섭단 이탈 뒤 추가 요구…노사 신뢰 훼손 우려
대규모 자사주 지급에 재무 부담과 주주가치 논란
[지데일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회복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노조가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노사 갈등이 다시 격화할 조짐이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제공

요구 규모만 약 11조4000억원에 달해 회사의 재무 부담은 물론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오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DX부문 직원에 대한 자사주 1000주 지급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조합원 약 3만명을 보유한 동행노조는 지난 5월 체결된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이 DX부문 직원들의 기여와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행노조의 요구대로 DX부문 임직원 약 4만9345명에게 1000주씩 지급하면 총 4934만5000주가 필요하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1조4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임직원 보상이라는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회사 전체의 자본 배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DX부문의 경영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부품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사상 처음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연간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스마트폰과 가전 등 주력 사업의 경쟁 심화와 원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대규모 자사주를 추가로 지급하면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 미래 사업 육성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DX부문 등을 대상으로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 보상을 실시했다. 지난달 8일 직원 4만9345명에게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했으며 총 108만3434주, 약 3445억원 규모였다. 

여기에 올해 임금 6.2% 인상과 사내 주택대부 제도 신설, 자녀출산경조금 상향 등 처우 개선도 이뤄졌다. 회사가 실적 악화 속에서도 직원 보상을 확대해온 만큼 추가로 11조원대 자사주를 요구하는 것은 경영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섭 과정 역시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동행노조는 지난해 말 다른 노조들과 공동교섭단을 구성했지만 사후조정을 앞둔 지난 5월 4일 교섭단에서 이탈했다. 

이후 노사 합의와 보상 절차가 진행된 뒤 별도의 추가 요구를 제시하면서 집단행동을 예고한 것이다. 노사 협상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향후 임금·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도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노조의 요구를 무조건 배척하기도 어렵다. 임직원이 회사 성과에 기여한 만큼 성과와 보상이 연계돼야 한다는 주장은 노동 동기와 인재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는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고 장기적인 성과를 유도할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보상의 규모와 기준이다. 회사 실적과 무관하게 대규모 자사주를 일괄 지급하면 성과보상이라는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 가치와 배당 여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회사 역시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노사는 적자 상황에서 한쪽의 요구만 관철하기보다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배분, 장기근속과 핵심인재 보상 등을 결합한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노조와의 갈등 봉합에 그치지 않는다. 실적 악화의 원인을 진단하고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임직원에게 납득할 만한 보상을 제공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번 갈등이 조 단위 자사주 지급을 둘러싼 대립으로 굳어질지, 성과와 책임을 함께 반영하는 새로운 노사 보상체계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