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이게 무슨 농사요” 농지 전수조사에 판치는 꼼수 경작

목은수 2026. 8. 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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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중앙 모종 덩그러니… 형식적 경작 의심
“방치되던 곳, 조사 앞두고 갑자기 심어져”
정부 ‘경자유전’ 확립, 현장 심층조사중
용인 등 반도체 산단 노린 투기용 의심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농지에 들깨 모종이 심긴 고랑의 폭이 약 1m에 달한다. 2026.8.14 /목은수기자wood@kyeondin.com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정부가 이달부터 수도권 현장조사에 돌입한 가운데, 조사에 맞춰 작물을 듬성듬성 심어놓는 등 ‘농사짓는 척’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농민들은 형식적인 경작으로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가 적발되지 않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실제 경작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오전 찾은 용인시 처인구의 한 농지. 도로와 맞닿은 넓은 토지 중앙부에만 참깨와 들깨 모종 16줄이 덩그러니 심어져 있었다. 밭에 까는 멀칭비닐로 덮인 ‘이랑’도 농지 일부에만 만들어져 있었고, 이랑 사이 ‘고랑’ 간격도 1m 남짓으로 넓었다. 인근에는 버섯 재배용 임시 창고 두 동이 설치돼 있었는데, 내부에는 버섯 재배용 원목 두 줄만 달랑 놓여 있었다.

인근에서 감자 등을 재배하는 농민 A씨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방치돼 있던 곳인데 조사를 앞두고 갑자기 작물이 심어졌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땅값 상승을 기대해 농지를 산 외지인이 조사에 대비해 최소한의 작물만 심어놓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A씨는 “땅주인이 실제 농민이라면 이렇게 농사를 지어서 경제성이 맞겠느냐”며 “정부는 형식적으로라도 작물이 있으면 농사를 짓고 있다고 판단할 텐데,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용인시 처인구의 한 농지에 세워진 간이건축물 내부에 버섯 재배용 원목이 일부만 놓여 있다. 2026.8.14 /목은수기자wood@kyeondin.com


전날 찾은 양평군의 한 농지도 일부에만 호박이 심어져 있을 뿐 밭 곳곳이 비어 있었다. 이랑과 고랑의 구분조차 어려울 정도로 밭은 평평했고, 가장자리 상당 부분에는 작물 대신 잡초가 무성했다. 인근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는 농민 B씨는 “수년 동안 놀리던 땅에 갑자기 호박과 나무 몇 그루가 들어섰다”며 “호박은 덩굴이 길게 자라 조금만 가꿔도 많이 심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일부러 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실경작과 불법 전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농지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를 적발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까지 행정 정보를 확인하는 ‘기본조사’를 마쳤고, 이달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장을 확인하는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사에 맞춰 형식적으로 작물을 심는 ‘꼼수’로 조사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평군의 한 농지에 덩굴이 길게 뻗은 호박이 듬성듬성 심겨 있으며, 일부 구간에는 작물 없이 비닐만 덮여 있다. 2026.8.13 /목은수기자wood@kyeondin.com


농민단체는 특히 투기 우려가 큰 지역에서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나는 만큼 현장 중심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길병문 전국농민회경기도연맹 전 의장은 “경기도에서는 땅값 영향을 많이 받는 도심지역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실제 농경지로 이용돼 왔는지 물어보면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사례를 걸러내기 위한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심층조사 과정에서 일정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경작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적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도 “조사에 대비한 편법이 생길 수 있어 구체적인 지침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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