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의 1인 출판…“혼자 일하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있어요” [.txt]

한겨레 2026. 8. 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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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1인 출판사는 '1인'이란 말 때문에 혼자 일하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물론 글을 쓰고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직접 하는 1인 출판사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요. '책나물'은 종종 '1인 출판사'란 말을 앞에 덧붙이는데, 그것은 제가 혼자 상근직으로 일하는 유일한 직원이자 혼자 책임지고 있는 대표라는 뜻이지, 한 사람이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낸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저는 혼자 집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니기에 이 일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 지업사, 인쇄소와 소통하고, 창고를 겸하고 있는 배본 업체와도 연락하고, 인터넷서점과 도매상과도 소통해요. 혼자 일하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있어서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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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초상 l 1인 출판사 대표 김화영씨
11년간 편집자로 일하다 2021년 ‘1인 출판사’로
시인 어머니의 시집 만들면서 홀로서기 첫발
디자이너·인쇄소·배본업체 등과 자주 소통
적자여서 교정 일까지…“삶의 만족도는 높아”
1인 출판사 김화영씨가 도서관에서 교정지를 보고 있다. 본인 제공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독서율은 매년 감소하지만 출판사의 개수는 매년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도 책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은 출판의 미래가 밝다는 뜻일까.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화영씨와는 지난 5월, 수서역에서 만났다. 오래전 소설 합평 모임에서 만나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김씨는 내게 문우이기도 하고 편집자,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오래전 함께 소설을 공부했고 2022년에는 그가 차린 1인 출판사에서 에세이를 출간했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늦은 밤에도 에스엔에스(SNS)로 수다를 떨거나 하소연을 하기도 하는데, 편집자와 작가는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평생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고마운 인연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2009년 10월부터 출판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고, 2021년 3월8일 1인 출판사를 시작했다. 엄마가 쓴 시집을 첫 책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약 20종의 책을 출간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코다리 전문점까지 걸어가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는 주문한 코다리찜에 곁들여 나온 나물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으며 출판사 이름을 정한 순간에 대해 들려줬다.

“2020년 12월, 회사에 퇴사한다고 말하고 3월이 되기 전에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월급을 매달 25일에 받았는데, 2월 월급일 다음날 바로 출판 등록을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21년 2월26일은 정월대보름, 나물 먹는 날이잖아요. 그 순간 ‘그럼 책나물로 하자!’ 하고 결정했어요.”

그는 어릴 때부터 나물을 좋아했다. 루콜라, 깻잎, 두릅, 고들빼기 같은 푸르른 이파리들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인다. 다듬고 씻고 데치고 무치는 손길을 거쳐 겨우 나물 한 접시가 나온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 한권씩 내고 싶은 마음을 담은 이름이기도 했다.

“조금 촌스러운 것 같지만 저는 촌스러운 걸 좋아하거든요. ‘나물’은 허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고 ‘한국문학’을 지향하는 출판사의 맥락과도 닿아 있는 것 같아서 우리 출판사와 잘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각종 계정의 아이디를 booknamul로 정하고 운영자 이름은 자신이 좋아하는 ‘봄동’으로 하기로 했다. 사전에서 봄동을 찾아보니 ‘노지(露地)에서 겨울을 보내어, 속이 들지 못한 배추. 잎이 옆으로 퍼진 모양이며, 달고 씹히는 맛이 있다’라고 쓰여 있었다. 겨울철, 노지에서 보낸 배추라니. 그 추위 속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했음에도 그렇게 맛있다니. 봄동으로 하자! 그렇게 그는 ‘봄동이’가 되어 출판사 계정을 운영하며 책도 홍보하고 독자들과 소통하게 되었다. 오래도록 시를 써온 어머니가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기에 1인 출판사의 첫번째 책은 엄마의 시집으로 정했다.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의 사업체를 향한 애정이 배어 있었다. 크고 작은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출판사를 만들어온 그는 왜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걸까.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서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었어요. 어릴 때 엄마가 가끔 우리 자매들을 서점에 데려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게 한 다음 사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전집류를 사주진 못했지만 책들 사이에 한참 머물면서, 단 한권이라도 스스로 원하는 것을 고르도록 한 게 좋은 독서 교육이었다고 생각해요.”

그가 학창 시절을 보냈고, 지금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경북 구미의 삼일문고에는 ‘구미 작가 코너’라는 공간이 있다. 그는 엄마의 책이 그곳에 진열된 것을 봤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편집자 딸이 만든 엄마의 첫 책, 1인 출판사 책나물의 첫번째 프로젝트. 책나물의 시작을 알린 책이 자신이 좋아하는 서점에 놓여 있다니. 그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의미 있는 성과였다.

교정지와 펜. 본인 제공

1인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다른 1인 출판사 대표들은 바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물론 저도 바쁘게 일할 때도 있지만 1인 출판사 대표나 프리랜서 편집자 일 자체만으로 바쁜 거 같진 않아요. 현재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시즌이어서 아르바이트 일정에 따르는데, 아르바이트가 없는 때엔 보통 오전 10시30분쯤 하루를 시작합니다. 출고가 오전 11시 전에 마감되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10시45분에는 일어나야 해요. 출고가 있으면 출고를 하고, 메일 확인 등의 간단한 업무를 해요. 늦은 ‘아점’을 먹고 오후 2시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합니다. 일찍 업무를 끝낼 때는 4시 전에 끝내기도 하고, 마감을 앞두고 늦게까지 일할 때는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어요. 늦게 자도 잠은 8시간 이상 충분히 잡니다.”

“1인 출판사는 금전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거겠죠?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하는지 책 제작비, 출판사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지금까지 만 5년을 보내면서 수익은 마이너스예요. 외주 교정 교열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며 번 돈으로 생활비와 출판사 운영비를 마련하려고 하는데, 사실 생활비 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입니다. 출판사 운영도 어쨌든 사업체 운영인데, 사업을 한다는 게 이렇게 빚을 지고 다시 갚고의 반복이구나 싶더라고요. 외주 교정 교열 일과 함께 강의, 서빙 알바, 어린이 독서 논술학원 교사, 원데이 쿠킹 클래스 보조, 미취학 아동 과외, 쿠팡 캠프 일용직 등 다양한 일로 밥벌이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지원사업 선정이 되어야 신간을 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인쇄 감리 보는 김화영씨. 본인 제공

그럼에도 그는 1인 출판사를 시작한 이후로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저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 소설을 썼고, 20대 중반에 합평 모임에 나갔을 정도로 창작욕이 있었던 사람인데 제 안에 세상에 무언가 내뱉고 싶은 목소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지금은 ‘책나물’이란 이름으로 출간하는 책들을 통해 해소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1인 출판사 운영이 쉽지 않지만 가난을 벗 삼아 살아와서 ‘없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고, 타인의 인정보다 나의 만족이 더 우선인 성향이라서 아직까지는 만족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작가 섭외부터 교정 교열, 표지 결정, 보도자료 작성 등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하니까 힘들 때도 있지만 만족스러울 때가 더 많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1인 출판사를 하면서는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억지로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서러워지는 경우는 없다. ‘1인 출판사 대표와 프리랜서 편집자’로 산 이후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이유는 일하는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불안감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다.

편집자 출신인 그에게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마케팅이다. 많은 책들이 세상에 나왔다가 금방 사라지거나 나온 줄도 몰랐는데 사라진다. 책을 홍보하기 위해서 그는 서점 이벤트를 진행하고 표지에도 공을 들인다. 홍보의 일환으로 표지 투표 이벤트를 하기도 하는데 반드시 투표 결과로 표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미리 책의 존재를 알리는 것의 의미가 더 크다. 그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그래서 책 판권 페이지의 ‘마케팅’ 옆에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누군가’라고 적어두었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눈 밝은 독자들이 자신이 만든 책을 발견하고 입소문을 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실제로 한 팟캐스트 진행자가 판권에 적어둔 글을 보고 자신이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되어보겠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는 알게 모르게 많은 분이 도와주신다는 것을 느꼈고, 그럴 때 힘이 난다고 했다.

그때 식당 직원이 빈 반찬 그릇을 가져가더니 콩나물을 다시 채워서 테이블에 놓아주었다. 나는 콩나물을 입에 넣으며 물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건 좀 외롭지 않아요?”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1인 출판사는 ‘1인’이란 말 때문에 혼자 일하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물론 글을 쓰고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직접 하는 1인 출판사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요. ‘책나물’은 종종 ‘1인 출판사’란 말을 앞에 덧붙이는데, 그것은 제가 혼자 상근직으로 일하는 유일한 직원이자 혼자 책임지고 있는 대표라는 뜻이지, 한 사람이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낸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저는 혼자 집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니기에 이 일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 지업사, 인쇄소와 소통하고, 창고를 겸하고 있는 배본 업체와도 연락하고, 인터넷서점과 도매상과도 소통해요. 혼자 일하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있어서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일하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어떤 감각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편집자나 동료 작가들에게 갖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고요한 새벽 시간에 누군가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 텅 빈 모니터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마지막으로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입안의 나물을 꼭꼭 씹어 넘긴 다음 말했다.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나물 같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자극적인 맛보다 고유의 맛을 살려 질리지 않는 맛이 나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책나물의 책을 읽은 독자가 작가의 다음 책을 궁금해하면 좋겠어요. ‘다음 책이 궁금해지는 작가’의 ‘원고’를 ‘괜찮은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우리는 콩나물이 담긴 그릇을 깨끗이 비운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의경 작가

김의경 작가

김의경 소설가 l ‘월급사실주의’ 동인. 2014년 장편소설 ‘청춘 파산’으로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룸’ ‘두리안의 맛’, 장편소설 ‘콜센터’ ‘헬로 베이비’가 있다.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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