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승진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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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주택정책을 둘러싼 관심은 결국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공급할 것인가'로 모인다. 하지만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서울에서는 새로 짓는 주택만큼 사업 과정에서 사라지는 기존 주택과 이주 수요까지 함께 살펴야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표로 제시된 공급 물량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택이 철거된 뒤 새 주택이 들어서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멸실 물량을 제외하고 서울의 전체 주택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 신규 주택이 공급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기존 주택 상당수가 철거되면 실제 주택 재고 증가분은 발표되는 공급 물량보다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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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속도 높이되 주민 갈등 선제 관리
“31만호 착공보다 멸실 뺀 실제 공급량 따져야”
청년부터 고령층까지 ‘생애주기 주거복지 사다리’ 구축
SH 신내동 이전·복합개발…“동북권 성장거점으로”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서울의 주택정책을 둘러싼 관심은 결국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공급할 것인가’로 모인다. 하지만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서울에서는 새로 짓는 주택만큼 사업 과정에서 사라지는 기존 주택과 이주 수요까지 함께 살펴야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승진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더불어민주당, 중랑3)은 12대 전반기 위원회의 핵심 과제로 ‘시민의 주거안정’과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꼽았다. 공급 물량 확대에만 매달리기보다 기존 주택의 멸실과 이주,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실질 공급’의 관점에서 서울의 주택정책을 점검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민 간 갈등을 사전에 관리하고, 청년부터 신혼부부·중장년층·고령층까지 생애주기에 따라 끊김 없이 지원받을 수 있는 주거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4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택공급 확대는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필수 과제이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공급 정책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수급 관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계획의 성과를 단순한 착공 물량으로 평가하기보다 기존 주택의 멸실과 이주 시기, 지역별 수급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비사업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하면서 인근 전·월세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공급의 양과 시기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 계획’의 실질적인 공급 효과다.
목표로 제시된 공급 물량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택이 철거된 뒤 새 주택이 들어서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멸실 물량을 제외하고 서울의 전체 주택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공간위원회가 현재 이주 단계에 본격 진입한 주택재개발·재건축 사업장 72곳을 분석한 결과 실제 주택 순증 비율은 19.3%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031년까지 제시한 순증 비율 39.2%와 차이가 있는 만큼 외형적인 공급 목표와 실제 주택 증가 효과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게 박 위원장의 판단이다.
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 신규 주택이 공급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기존 주택 상당수가 철거되면 실제 주택 재고 증가분은 발표되는 공급 물량보다 줄어들 수 있다. 여러 정비구역의 이주 시기가 겹치면 특정 지역에 전세와 월세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따라 착공·준공 물량을 중심으로 한 기존 공급계획에서 한발 더 나아가 멸실과 이주까지 포함한 연도별·권역별 수급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는 기존 주택의 멸실 규모와 실수요 이주 동향을 정밀하게 반영한 연도별·권역별 실질 공급계획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공급 확대의 혜택이 공공임대주택과 서민 주거복지 강화로 이어지도록 정책의 균형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결국 주택정책의 성패는 공급 숫자가 아니라 시민이 실제 주거안정을 체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생각이다.

재개발·재건축 정책에서는 ‘속도’와 함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사업 절차를 단축하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민 간 갈등이 커질 경우 오히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입안요청제’는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의 동의로 정비계획 입안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 진입 문턱을 낮춰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지만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 초기부터 찬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지적이다.
특히 정비사업은 주민들의 재산권과 주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업 기간도 긴 만큼 후보지 선정 이전부터 사업 방식과 추진 절차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봤다.
박 위원장은 “도시정비사업의 성패는 속도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화합을 담보하는 절차적 정당성에 달려 있다”며 “후보지 공모나 선정 이전부터 서울시와 자치구가 주민설명회를 열어 적합한 정비방식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사전 숙의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사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비사업이 시작되면 이후 조합 설립이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과정에서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비사업 역시 후보지 선정이나 구역 지정 건수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민이 체감하는 주택공급은 결국 실제 착공과 준공, 입주까지 이어졌을 때 완성된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더라도 조합 설립이나 각종 심의, 이주 과정에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 공급 효과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은 이에 따라 후보지 선정부터 조합 설립, 통합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철거, 착공까지 사업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갈등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는 정비사업 전문 코디네이터를 조기에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갈등이 이미 심화된 뒤 중재에 나서는 방식에서 벗어나 초기부터 전문가가 참여해 주민 의견을 조정하고 행정기관과 조합·주민 사이의 소통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시와 자치구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시의회 간 협업도 필요하다고 봤다. 정비사업을 불필요하게 지연시키는 규제나 중복 행정절차는 개선하되 안전과 공공성, 주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속도와 절차적 정당성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며 “갈등을 초기에 조정하고 행정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전체 사업 기간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공급 확대와 함께 주거복지 체계를 촘촘하게 만드는 것도 12대 전반기 주택공간위원회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서울에는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취약계층,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거지원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실제 SH도 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여러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개별 지원정책을 확대하는 것만큼 각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청년에서 신혼부부로, 자녀를 둔 중장년 가구에서 고령가구로 생애주기가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지원이 종료되고 새로운 지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청년 주거지원부터 신혼부부 주택, 자녀 양육가구 지원, 중장년층 주거안정, 고령자 맞춤형 주택까지 연계하는 ‘전 생애주기 통합형 주거복지 사다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의 연령과 가구 형태, 소득 수준, 주거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이용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다음 단계의 지원으로 연결해주는 맞춤형 정보 제공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시민 입장에서는 주거지원 정책이 몇 개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생애주기가 달라지더라도 주거지원이 끊기지 않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구인 중랑구의 핵심 현안으로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신내동 이전과 복합개발 사업을 꼽았다.
SH 본사 신내동 이전은 2019년 서울시 강북 균형발전 계획의 하나로 추진됐지만 사업성 등의 문제로 장기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후 프로젝트리츠(REITs) 방식을 활용한 사업구조가 마련되면서 사업 추진의 동력을 확보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총사업비 약 5150억원 규모의 신내동 복합개발에는 SH 신사옥을 비롯해 600석 규모 복합문화공연장과 공동주택 388세대,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이 사업을 단순히 공공기관 청사를 강남에서 강북으로 옮기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H의 핵심 기능과 조직이 실질적으로 이전하고 업무·주거·문화·상업 기능이 결합돼야 강북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SH 직원과 관련 기관의 이동에 그치지 않고 복합문화공연장과 주거·생활시설을 연계해 유동인구를 늘리고 주변 상권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박 위원장은 “SH 이전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이 아니다”며 “사옥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핵심 기능과 조직이 함께 이전해야 강북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2027년 하반기 착공과 2031년 준공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사업 전 과정을 면밀히 챙기겠다”며 “SH 신내동 이전과 복합개발을 중랑구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만들고 신내동을 서울 동북권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 주택정책이 공급 물량이라는 하나의 숫자를 넘어 시민의 실제 삶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정비사업 과정의 멸실과 이주를 세밀하게 관리하고, 주민 갈등을 줄이는 동시에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택은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며 “공급을 얼마나 했느냐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이 실제로 주거안정을 체감할 수 있는지 끝까지 살피는 것이 주택공간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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