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관학교 통합론자들에 ‘바흐무트 진흙밭과 팔루자 콘크리트 벽’이 던지는 경고…“첨단전장 안개 뚫는 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관학교 통합론자들은 인공지능(AI), 드론, 위성 네트워크가 전장을 지배하는 다영역 작전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초급장교 역시 생도 시절부터 합동성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첨단 기술이 소부대 플랫폼까지 결합됐으니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어 융합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다.
반면 전장의 안개 속에서 적의 탄환을 뚫고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오직 자신이 싸워야 할 작전 공간에 특화된 전술적 야성을 내면화한 최전선 소부대 지휘관(자)이다.
초급 장교가 자신이 싸워야 할 전장 환경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적의 탄환을 뚫어내는 전투지휘자로 바로 서게 만드는 것, 이것만이 사관생도 교육의 영원한 본질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첨단 전장 안개를 뚫는 힘…참호와 시가지가 증명한 장교 양성의 본질

‘다영역 작전의 환상과 장교 양성의 본질 상(上)편(’다영역 작전의 환상‘에 빠져 장교 양성의 근간을 흔들지 마라…‘사관학교 통합론’의 허구 해부)에서는 미군의 다영역 작전과 미래 육·해·공군 체계의 본질을 통해, 합동성은 상급사령부 합동전문가들의 기획 영역이며 최전선 소부대 지휘관에게 필요한 것은 각 군 전장 환경에 특화된 극강의 전술 전문성임을 밝혔다. 이번 하(下)편에서는 구체적 실전 사례를 통해 사관생도 교육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짚어본다.
사관학교 통합론자들은 인공지능(AI), 드론, 위성 네트워크가 전장을 지배하는 다영역 작전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초급장교 역시 생도 시절부터 합동성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첨단 기술이 소부대 플랫폼까지 결합됐으니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어 융합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첨단 화력 뒤에 숨겨진 전장의 마찰과 실전의 생동감을 전혀 모르는 궤변이다. 상급사령부의 정밀 화력과 위성 정보는 적의 거점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 적을 제압하고 땅을 최종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 21세기 첨단전쟁의 상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현대 시가지전의 대명사인 이라크 팔루자 전투는 이 냉혹한 진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2022년부터 전개된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와 아브디이우카 전장은 초저가 정찰·자폭 드론과 위성망이 결합해 은폐·엄폐가 불가능한 유리알 전장이었다. 상공에는 머리 위를 상시 비행하는 정찰 무인기가 24시간 촘촘히 떠다니며 전장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히 했다. 병사가 참호 밖으로 머리를 잠시 내밀거나 숲풀 사이로 이동하는 순간 열상 감지 센서에 즉각 포착됐고, 이 정보는 위성망과 메시징 앱을 통해 후방 포병에게 전달돼 불과 1~3분 만에 정밀 포격이 쏟아졌다.
그러나 적의 강력한 전자기 교란 장비가 작동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드론의 제어 신호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위성 통신이 순식간에 차단되면서, 방금 전까지 전장을 투명하게 보여주던 최첨단 스크린은 일시에 검은 화면으로 변했다. 소부대는 순식간에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극심한 전장의 안개 속으로 튕겨 나갔다.
네트워크가 마비되고 상급부대와의 통신이 고립된 상황에서, 현장의 소대장과 보병들은 진흙으로 가득 찬 지하 벙커와 참호 속에서 며칠씩 갇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상공의 AI 알고리즘이나 위성 정보는 지하 벙커 구석이나 무너진 잔해 뒤에 적이 숨어 있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결국 참호 속으로 수류탄을 던지고, 전자기 교란을 뚫고 진입해 수 미터 거리에서 적의 숨통을 끊는 최종 종결자는 위성 화면 속 AI가 아니라, 진흙밭을 구르는 단련된 인간 보병과 소대장이었다.

2004년 11월, 미 해병대와 육군이 감행한 이라크 팔루자 시가지 청소 작전은 3차원 공간에서 벌어진 현대전의 극단적 한계를 보여줬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팔루자 시내 1만여 개 콘크리트 건물마다 참호, 기습 구멍, 간이폭발물, 부비트랩을 촘촘히 설치해 도시 전체를 거대한 요새로 만들었다.
미군의 이지스함 대함 미사일, F-16 폭격기, AH-64 아파치 헬기가 시가지 전체에 폭탄을 퍼부어 건물을 고철 더미로 만들어도, 두꺼운 벽돌 건물 내부나 지하실 깊숙한 곳에 은신한 적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미 해병대와 육군 소부대원들은 건물 하나, 방 하나, 계단 하나하나씩 직접 진입하며 수색하는 문 대 문 청소 작전을 펼쳐야 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무전 통신은 자주 끊겼고, 상급사령부는 소대가 몇 번 건물 어느 방에서 싸우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죽음의 공간이라 불리는 문을 부수고 진입할 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1m 거리에서 총탄이 오가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부대원들의 심리적 마비를 깨운 것은 상급부대의 화력 지원이 아니었다. “이 방으로 먼저 진입할 것인가, 수류탄을 던질 것인가”를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린 20대 초반 소대장과 하사관들의 전술적 야성과 임무형 지휘 역량이 전장의 운명을 좌우했다.
이 두 전장이 주는 군사학적 시사점은 명확하다. 위성 정보를 보며 합동 작전을 기획하는 것은 상급사령부 참모들의 몫이다. 반면 전장의 안개 속에서 적의 탄환을 뚫고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오직 자신이 싸워야 할 작전 공간에 특화된 전술적 야성을 내면화한 최전선 소부대 지휘관(자)이다.
우리 군의 현실을 보더라도 시스템과 합동성은 이미 체계화돼 있다. 40여 년 전 소위 시절 전방 부대에서도 대대급마다 공군 파견 훈련을 통해 화력을 요청했고, 오늘날 우리 군은 C4I(전술지휘통제) 체계를 통해 실시간 표적 공유와 분대급 이동 현황까지 파악하는 높고 정교한 합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소부대가 화력을 요청하면 이를 분석해 최적의 타격 수단을 하달하는 것은 전문 합동교육을 수료한 작전사급 합동직위 장교들(전체 장교의 1% 미만, 영관급 5% 미만)의 역할이다. 이러한 합동 역량은 생도 시절의 억지스러운 통합 교육이 아니라, 임관 후 완비된 시스템 바탕 위의 실전적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장의 진실을 교육에 비유하자면 영화 예술의 구조와 완벽히 일치한다. 영화는 수많은 분야가 정교하게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종합예술이다. 그러나 연출, 조명, 음향, 미술, 문학 전공생들을 한데 모아놓고 대학 4년 내내 영화 제작 총론만 가르치는 영화학교는 세상에 없다. 조명학과 학생은 빛을 지배하는 법을, 음향학과 학생은 소리를 지배하는 법을, 미술학과 학생은 공간을 구축하는 법을 4년 동안 피나게 다져야 한다. 자기 전공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원천 기술을 갖추지 못한 학생에게 어설픈 영화 제작론(합동성)을 가르쳐 봐야, 현장에 나오면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는 어설픈 아마추어만 될 뿐이다.
영화제작사(야전/실전)가 원하는 신입 사원 역시 영화 전체를 총괄할 줄 안다고 착각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적의 탄환을 뚫듯 완벽한 전문성을 발휘하는 기술적 전문가다. 이들이 현장에서 자기 전공으로 단단히 구른 뒤, 전체를 조율하는 감독이나 프로듀서(합동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은 훗날의 영역이다.
각 군 사관학교 4년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어설픈 백과사전식 합동성 맛보기나 융합 지식으로 생도들에게 전술적 사기를 칠 것이 아니라, 육·해·공군이라는 각자의 전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술 전문가를 만드는 것이 본질이어야 한다. 미래전을 대비해 사관생도 시절에 갖춰야 할 진짜 추가 교육소요는 다음과 같다. 먼저 ▲각 군 전장 환경에 특화된 철저한 전술적 뿌리와 야전성 내면화 ▲기술집약형 군대에 부합하는 국방과학기술 개론 및 자군 특화 첨단 기술의 기초 이해 ▲정보 오염 및 전자기 차단 속에서도 AI·데이터의 진위를 가려내는 최종 필터로서의 비판적 사고력과 지적 자율성 ▲극심한 불확실성과 심리적 마비를 극복하고 즉각적·결정적 행동을 취하는 임무형 지휘 체질화가 필요하다.
건물 높이를 올리려면 기초 공사가 넓고 깊어야 하듯, 장교의 전문성 역시 생도 시절 각 군 고유의 전술적 기초를 깊게 다지는 데서 시작한다. 사관학교 4년 교육은 각 군 전술 전문성에 대한 초석을 단단히 다지는 데 95%의 역량을 쏟고, 기본 합동성 이해에 5%를 할애하는 시작점일 뿐이다.
상급사령부의 화려한 합동 기획도 최전선 소부대의 전술적 야성과 단단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장의 마찰 속에서 일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각 군의 전술적 야성을 마비시키는 어설픈 사관학교 통폐합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다. 초급 장교가 자신이 싸워야 할 전장 환경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적의 탄환을 뚫어내는 전투지휘자로 바로 서게 만드는 것, 이것만이 사관생도 교육의 영원한 본질이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 대령. 前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정충신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 집 앞 한강을 가렸다”…한남동 초호화 주택가 흔든 재벌가 ‘한강뷰 전쟁’
- “20년 전 실종 이윤희, 범인은 학과 동기” 영상 올린 아빠, 재판행
- “중국에선 폐지 한 장, 한국에선 보물”…20년간 독립운동 사료 모은 中 수집가 12점 기증
- “김정은보다 더하네” 임직원 99% 지지율 CEO 누구?…엔비디아 젠슨황 이유가
- BBC가 보도한 은행원 김씨 결혼자금 2천만원 말아먹은 사연
- [속보]李대통령, 北에 ‘전쟁종식’ 논의 제안
- 안철수 “李 대통령, 지난해 광복절 조국 사면 후회하지 않나”
- ‘서울 여론 급했나?’…김민석 “비거주 1주택자 장특공 폐지는 증세!”
- [속보] ‘한미관세협상’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전격 경질
- “대통령 한 번만 한다 선언 먼저 하라”…야권, 이대통령 4년 연·중임 개헌론 정면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