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 AI 모델, ‘자본 경쟁’으로 선별 시동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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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현지 시간)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며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시장이 4년도 안 돼 사실상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초창기만 해도 선두 모델과 후발주자 간 적지 않은 성능 격차를 보였으나 이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스페이스XAI의 '그록' 등이 몇 달을 사이에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픈AI는 앤트로픽이 6월 1일 SEC에 IPO 신청서를 내자 같은 달 8일 곧바로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는 경쟁사 견제용일 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이 주도하던 폐쇄형 AI 모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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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10월 IPO 준비...2조弗 몸값 기대
오픈AI에선 줄퇴사...매출책임자도 조기 교체
구글도 후속작 ‘비상’...창업자 딥마인드 주도
엔비디아는 ‘개방형’ 경쟁 시작...메타도 참전
中도 줄줄이 상장 대기...옥석 가리기 본격화

2022년 11월 30일(현지 시간)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며 연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시장이 4년도 안 돼 사실상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초창기만 해도 선두 모델과 후발주자 간 적지 않은 성능 격차를 보였으나 이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스페이스XAI의 ‘그록’ 등이 몇 달을 사이에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 등 일부 하드웨어 업체까지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등이 주도하는 폐쇄형 모델에 반기를 들며 개방형(오픈소스) AI로 맞서고 나섰다. AI 모델 시장의 주요 경쟁 기업은 미국에만 있지 않다.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키미(Kimi) K3’의 문샷AI, 딥시크, 알리바바, 미니맥스, 즈푸(Z.AI) 등 중국 회사들도 최근 미국 기업의 턱밑까지 기술력을 키우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AI 모델 산업은 반도체, 전력 등 다른 후방산업보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 때문에 유독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당수 기업들이 조만간 기업공개(IPO)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을 계획을 세운 만큼 투자 유치 과정에서 월가의 옥석 가리기 작업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앤트로픽이 이르면 10월쯤 뉴욕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앤트로픽은 올 6월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 초안을 비공개로 제출한 바 있다. 앤트로픽은 올 5월 진행한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서 965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오픈AI가 3월에 기록한 8520억 달러를 추월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투자자들이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2조 달러(약 2800조 원) 이상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투자자 6명은 연말 회사의 연환산 매출이 1000억~12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연초보다 10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앤트로픽은 5월초에 연환산 매출이 이미 47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연환산 매출은 짧은 기간 동안 발생한 매출을 12개월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를 뜻한다. 앤트로픽은 SEC에 상장 서류를 낸 뒤로는 일정 기간 실적 공개가 제한되는 이른바 ‘침묵 기간’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애초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픈AI에 밀린다는 평가를 지배적으로 받았던 앤트로픽은 올 들어 기업가치를 빠르게 불리고 있다. 올 1월 12일 ‘클로드 코워크’를 출시해 소프트웨어(SW) 업종을 줄줄이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시장에 심은 데 이어, 6월에는 강력한 해킹 도구가 될 수 있는 ‘클로드 미토스’ 모델을 선보이며 전 세계를 긴장케 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과 중동 전쟁 국면에서도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해 월가의 이목을 끌었다.
물론 앤트로픽에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은 AI의 윤리적 사용 문제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수차례 충돌했다. 급기야 2월에는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고, 회사는 이에 반발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6월에는 상무부 수출 통제 조치로 대표 모델 ‘페이블 5’와 ‘미토스 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잠시 중단해야 했다.
최대 경쟁사인 앤트로픽이 IPO 준비 작업에서 앞서나가자 한때 AI의 대명사 기업으로 통했던 오픈AI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은 이제 400억 달러(약 56조 500억 원)를 넘어섰다. 이는 200억 달러(약 28조 2500억 원)대를 기록했던 지난 연말의 두 배 수준이긴 하지만, 5월에 470억 달러를 돌파한 앤트로픽보다는 훨씬 적은 규모다.
오픈AI는 급기야 최고매출책임자(CRO)까지 조기에 교체했다. 오픈AI는 13일 클라우드 보안 기업 위즈의 달리 라직 전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CRO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라직 신임 CRO는 스라이브캐피털의 설립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 조시 쿠슈너가 소개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세일스포스에서 영입된 데니스 드레서 CRO는 불과 8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 CRO는 오픈AI가 IPO 성공을 위해 수익 구조를 개선할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신설한 자리다. 브록먼 사장은 CRO 교체 배경에 대해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달리 CRO는 AI가 사람과 기업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우리가 쌓은 경험을 실행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가에서는 그럼에도 오픈AI가 앤트로픽보다 이른 시기에 IPO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AI는 앤트로픽이 6월 1일 SEC에 IPO 신청서를 내자 같은 달 8일 곧바로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는 경쟁사 견제용일 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6월 초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회사의 상장 시점에 대해 “내년”이라고 말했다. 당시 올트먼 CEO는 “더 빠르거나 늦을 수도 있지만, 지금 신청서를 제출하면 우리가 상장을 앞당기고 싶을 때 선택권을 갖게 된다”며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개선될 수 있는) 재귀적 자기 개선(RSI)에 빠르게 도달할수록 IPO를 미루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트먼 CEO의 그럴듯한 설명과 달리 오픈AI가 상장 시점을 미룬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나 부실한 재무 여건과 이로 인한 기업가치 제약이다. 올트먼 CEO는 기업가치를 1조 달러 이상 인정받기 전에는 오픈AI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올 2분기에 첫 흑자를 기록한 앤트로픽과 달리 오픈AI는 아직도 적자 늪에서 허덕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현 추세를 감안할 때 오픈AI가 적어도 2030년까지는 계속 적자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픈AI가 매출 면에서 획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음을 계속 전파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올 3월 투자 유치 당시 기록한 평가액 8520억 달러에서 거의 바뀌지 않은 상태다. 오픈AI는 이달 10일 전·현직 직원이 보유한 70억 달러(약 10조 원)어치 구주를 되사는 거래를 진행할 때에도 8520억 달러 기업가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최근에는 최고 경영진들의 연쇄적인 이탈로 시장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사내 2인자로 평가받던 피지 시모 전 애플리케이션 부문 CEO가 지병 치료를 이유로 사임했고, 2018년부터 회사에 몸담은 브래드 라이트캡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이달 11일 퇴사했다.

AI 모델 분석업체 아티피셜어낼리시스는 제미나이 3.7 플래시의 지능지표를 56점으로 책정하고 전체 AI 모델 가운데 9위로 평가했다. 이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62점), 스페이스XAI의 ‘그록 4.6(61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뮤즈 스파크1.2(57점)’, 문샷AI의 키미 K3(60점), 알리바바의 ‘큐원 3.8 맥스(58점)’, 오픈AI의 ‘GPT-5.6 테라(57점)’에 모두 밀리는 수준이었다. 글로벌 최신 주요 AI 가운데서는 딥시크의 ‘딥시크 V4 프로 0813(53점)’에 비해서만 다소 나은 성능을 보였다. 최고급 모델이 아닌 경량 모델의 한계를 여지 없이 보인 것이다.
5일에는 구글 내에서 ‘전설’로 불리던 제프 딘 전 수석과학자가 입사 27년 만에 퇴사하는 일도 있었다. 딘 전 수석과학자는 1999년 구글의 30번째 직원으로 입사해 초기 검색 기반부터 AI 신경망까지 회사의 기술 전환 전반을 주도한 인물이다. 산자이 게마와트 선임연구원과 오리올 비냘스, 꾸옥 레 등 구글의 AI 연구자 3명도 딘 전 수석과학자가 공익법인 디스커버리 루프를 창업하는 데 합류하기로 했다.
딘 전 수석과학자의 후임은 노벨상 수상자인 구글 AI 개발 사업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승계했다. 딥마인드를 이끌 새 수장으로는 코라이 카부쿠오을루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명됐다. 딘 전 수석과학자의 퇴직 소식이 전해진 5일 뉴욕 증시에서 알파벳의 주가는 무려 4.03%나 떨어졌다.
최근 구글에서 이탈한 AI 핵심 연구자는 딘 전 수석과학자뿐이 아니다. 제미나이의 공동 개발자인 노엄 샤지어 전 구글 부사장과 노벨상 공동 수상자인 존 점퍼 전 딥마인드 부사장도 지난 6월 각각 오픈AI와 앤트로픽으로 이직했다. 7일 FT는 이번 사태를 영국 런던이 근거지인 딥마인드의 학술 중심 성향이 실리콘밸리 본사의 사업 노선과 충돌하며 빚어진 결과로 해석했다. 딘 전 수석과학자의 후임인 허사비스 수석과학자도 미국이 아닌 런던에 머물고 있다.
구글의 AI 사업이 위기에 빠지자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창업자가 결국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FT에 따르면 허사비스 수석과학자는 장기 연구 과제만 이끌기로 하고, 당장의 연구개발(R&D) 현안과 상품화 관련 지휘권은 브린 창업자에게 넘겼다. 래리 페이지 공동 창업자와 구글을 함께 세운 브린 창업자는 회사의 초기 AI 개발을 이끈 인물이다. 브린 창업자는 2019년 사장직에서 물러나며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다가, 2023년부터 제미나이 개발 현업으로 복귀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딘 전 수석과학자 퇴사 직후인 이달 6일 딥마인드 산하 비(非)기술 지원팀을 본사로 흡수하는 결정도 내렸다. 딥마인드의 독립성을 무력화하고 AI 개발에만 매진하도록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카부쿠오을루 신임 딥마인드 CEO도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대형 네모트론 모델에서 이른바 ‘증류’ 기술을 활용해 규모가 더 작으면서도 유사한 성능을 보이도록 개발한 서비스다. 증류란 규모가 큰 AI 모델의 답변을 데이터로 삼아 새로운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핵심 AI 모델을 베끼는 데 이 방법을 사용했다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모델은 개방형 서비스답게 기업들이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이나 사전 승인 없이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모델 조정을 위한 가중치도 공개돼 있어 이용자가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매개변수 1조 개짜리 초대형 차세대 AI 모델 ‘네모트론4’도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 이는 6월에 내놓은 자사 현존 최고 모델 ‘네모트론3 울트라’의 약 두 배 규모다. 문샷AI의 키미 K3(2조 8000억 개), 알리바바의 ‘큐원 3.8 맥스(2조 4000억 개)’, 딥시크의 V4 프로(1조 6000억 개) 등 중국의 최신 개방형 모델보다는 매개변수가 적다. 이 모델은 이르면 올해 늦가을에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가 개방형 AI 모델을 옹호하면서 고객사들과 직접 경쟁하기 시작한 것은 이 생태계가 폐쇄형보다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판매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방형 AI 모델은 사용료가 매우 싸거나 무료인 경우가 많아 AI 칩 수요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22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료 AI는 하드웨어에도, 반도체에도, 데이터센터에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개방형 AI 모델 시장에 발을 담근 기업은 엔비디아뿐이 아니다. 폐쇄형 모델 시장에서 밀려난 메타도 10일 개방형 AI 모델 ‘뮤즈 글리머’을 공개하며 판도를 흔들겠다고 나섰다. 기기 내장형(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뮤즈 글리머는 매개변수 300억 개 규모의 소형 모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는 현 최상위 모델인 ‘뮤즈 스파크 1.2’의 가중치 개방형 모델도 몇 주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메타는 지난해까지 개방형 AI 모델 ‘라마(Llama)’를 개발하다가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폐쇄형 쪽으로 돌아선 바 있다. 그러다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중국의 개방형 AI에 맞서기 위해 전략을 또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같은 날 에세이를 발표하고 “초인공지능을 중앙집중화하기보다 널리 배포해서 모든 사람이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오픈AI와 앤트로픽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AI 모델 시장 선점 경쟁이 자본력 싸움으로 번지면서 올해 인력과 자금 쟁탈전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월가는 6월 12일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도 IPO 조달액의 상당분을 AI 모델 사업에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상장에 앞서 올 2월 스페이스XAI의 전신인 그록의 개발사 xAI를 자회사로 먼저 합병한 바 있다. 게다가 중국에서도 Z.AI, 미니맥스, 문샷AI, 딥시크 등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돈의 흐름에 따라 생각보다 일찌감치 시장을 과점하는 기업과 밀려나는 회사가 구분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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