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문재활 필요성엔 한목소리···문제는 ‘누구에게·누가 책임지나’

김정수 기자 2026. 8.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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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재활 확대 앞서 대상 선별
병원 밖 치료엔 원격지도 대안
복지부도 평가·치료계획 우선
환자 안전·책임체계 마련 과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대한재활의학회가 주관한 '초고령사회 원격지도 기반 안전한 방문재활 공청회'가 열렸다. /김정수 기자

초고령사회에서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방문재활을 확대하려면 서비스를 받을 대상을 먼저 가려내고 전문의가 치료계획을 세운 뒤 병원 밖에서도 의료적 관리가 이어지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질병·사고 이후 기능 회복부터 중증 환자의 합병증 예방, 경증 노인의 건강 유지까지 방문재활의 목적은 다양하다. 단순히 대상을 넓히기보다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공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에 있는 의사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환자 상태와 치료 과정을 확인하는 '원격지도'는 의료적 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병원 밖 치료의 책임 공백을 줄일 대안으로 제시됐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대한재활의학회가 주관한 '초고령사회 원격지도 기반 안전한 방문재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신형익 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임재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가 각각 방문재활의 목적·내용과 제도화 모델을 발표했다.
신형익 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왼쪽)와 임재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가 각각 방문재활의 목적·내용과 제도화 모델을 발표했다. /김정수 기자

모든 노인에게 방문재활?···"기능 떨어진 환자 회복 우선"

방문재활 확대의 첫 과제는 대상 선정이다. 한 의원은 경증 노인의 근력과 인지기능 유지까지 방문재활 목표로 삼으면 대상이 지역사회 노인 전체로 넓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 지속가능성과 의료적 재활·건강관리의 경계도 물었다. 폐렴이나 골절 이후 기능이 떨어졌지만 재활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의 공백도 짚었다.

신형익 교수는 한정된 재원과 인력을 고려하면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환자부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봤다. 신 교수는 "건강 유지를 위한 재활은 '재활체육'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의료와 체육의 경계에 있다"며 "통합돌봄에서 방문재활이 필요하다면 우선 중증 환자부터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기존 재활의료체계에서 빠지는 질병·사고 후 기능저하 환자도 짚었다. 신 교수는 "뇌졸중처럼 심한 질환을 앓은 환자는 재활의료체계에서 어느 정도 포괄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커버되지 않는다"며 "통합돌봄에서 방문재활이 이뤄진다면 이런 수요를 채워야 한다.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질병이나 사고로 저하된 기능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문재활의 목표도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기 치료 뒤 이전 기능 회복 △만성·중증 환자의 관절 구축 및 근육 위축 등 2차 합병증 예방 △경증 환자의 낙상 예방 및 활동 범위 확대가 목표가 될 수 있다.

신 교수는 횟수를 채우는 식의 치료도 경계했다. 그는 "의미 없는 반복치료는 지양해야 한다"며 "무조건 원하는 대로 하면 비효율적이고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누군가는 환자 상태에 맞는 방향을 설명하고 가닥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재활보다 통원·입원재활이 효과적인 환자는 치료 경로를 바꿀 필요도 있다. 신 교수는 이처럼 환자 안전을 담보하면서 치료목표를 분명히 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안전·의미·효율'을 방문재활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전문의 계획 세우고 집에선 치료···'원격지도'로 연결

대상과 치료목표가 정해진 뒤에는 병원 밖에서도 의료적 관리가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재영 교수는 현행 방문재활의 한계로 △특정 의료기관 중심 운영 △사업 간 분절 △의사 지도의 물리적 한계를 꼽았다. 현재 중증소아 재택의료와 재활의료기관 퇴원환자 등을 대상으로 방문재활이 일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별 대상과 운영체계가 나뉘어 있고 병원 밖 치료까지 지속해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의료기관에 의사가 있고 현장에 의료기사가 있을 때 ICT를 활용해 원격지도를 하면 안전한 방문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의가 환자 상태와 위험요인을 평가해 치료계획을 세우고 치료사는 현장에서 치료를 수행하면서 이상징후를 보고하는 방식이다. 상태가 변하면 의사는 위험성을 다시 평가해 치료를 조정·중단하거나 응급상황 여부를 판단한다.

임 교수는 의료기사법상 '의사의 지도 아래'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ICT를 활용한 원격지도를 지도의 한 유형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초기평가에서 의사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문재활 전 기간에 지도가 이어져야 하며 원격지도 운영기준과 별도 수가,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관리체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지부도 "대상 선별·평가·계획이 첫 단계"
김성철 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장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에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방문재활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며 "원격지도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가장 큰 논점은 방문재활서비스를 어떻게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제공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복지부가 장애인 건강주치의에 도입을 검토 중인 방문재활 역시 대상 선정과 전문의 평가·치료계획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김성철 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장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에서 6개 장애유형의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방문재활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며 "원격지도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가장 큰 논점은 방문재활서비스를 어떻게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제공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누가 제공할지, 전문의와 의료기사 사이의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며 "대상자를 어떻게 선별하고 평가해 치료계획을 수립할 것인지가 첫 번째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수립된 재활계획에 따라 어떤 치료를 의료기사에게 맡길지, 의사의 구체적인 개입이나 원격지도가 필요한지, 기록과 소통으로 가능한지는 치료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지도 논의는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기사법 개정안과도 맞물려 있다. 국회에는 현행 의사의 '지도'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 확대하는 개정안과 지도 원칙은 유지하면서 ICT 기반 '원격지도'를 도입하는 한지아 의원안이 함께 계류돼 있다. 두 법안은 올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함께 심사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 의원은 "만약 처방으로 가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라면 환자의 안전과 책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것은 의사와 의료기사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위험 환자에게는 전문의의 지속적인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는 환자 측 의견도 나왔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 회장은 "CRPS 같은 희귀·난치성 통증질환은 일반적인 근골격계 질환과 다르고 환자 상태가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할 수 있다"며 "모든 치료는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계획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문재활 제도화의 과제는 서비스 공급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선별하고 전문의의 평가와 치료계획을 현장 치료로 연결하는 한편, 환자 상태가 달라졌을 때 이를 판단·조정할 관리체계까지 갖춰야 한다. ICT 기반 원격지도 역시 치료사의 방문 자체를 늘리는 수단보다 전문의의 관리가 환자의 집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안전장치로 설계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원격지도= 의사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의료기관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기사의 업무를 원격으로 지도하고 환자 상태와 치료 과정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극심한 만성통증과 감각·자율신경·운동기능 이상 등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외상이나 수술 등이 유발인자가 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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