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전기포트에 속옷 빨았다” 생각보다 많은 호텔 투숙객들의 ‘비매너 행동’ 고백

호텔 객실의 전기주전자로 차나 커피를 끓이기 전 한 번쯤 망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부 투숙객이 실제로 이 전기주전자를 이용해 속옷을 씻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호텔 예약 플랫폼 호텔스닷컴이 최근 영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텔 에티켓 조사에서 응답자의 5%는 호텔 객실의 전기주전자에 속옷을 세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호텔스닷컴은 영국의 에티켓 전문가 윌리엄 핸슨과 함께 현대적인 호텔 예절을 정리한 ‘그랜드 에티켓 호텔 가이드’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호텔 객실의 전기주전자는 원래 차나 커피를 끓이는 용도지만, 일부 투숙객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여행 전문 매체 트래블앤레저도 지난달 이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일부 여행객들이 호텔 전기주전자를 속옷 세탁은 물론 쌀을 익히는 등 음식과 음료 제조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다고 전했다.
황당한 고백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는 호텔 조식 뷔페에서 음식을 몰래 챙겨 나간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객실 예약 때 실제보다 적은 인원을 적거나 체크인 후 추가 투숙객을 몰래 들인 사례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예약 인원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3분의 1을 넘었다.
청소 직원의 카트에서 물품을 가져가거나, 수영장 의자를 수건으로 장시간 선점하는 행동도 대표적인 호텔 비매너로 꼽혔다. 늦은 시간 복도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객실을 지나치게 어지럽히는 행동, 호텔 객실에서 흡연이나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도 다른 투숙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였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투숙객이 스스로는 예의 바른 손님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조사 응답자의 90%는 자신을 호텔에서 ‘배려심 있는 손님’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39%는 최근 들어 전반적인 호텔 에티켓이 나빠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호텔스닷컴 측은 이번 조사가 명백한 규정 위반 여부보다 다른 투숙객이나 직원에게 불편을 주면서도 정작 공식 규칙에는 명시되지 않은 ‘암묵적인 호텔 예절’을 들여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늦은 밤 객실 문을 쾅 닫거나 복도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고 음악을 트는 행동, 조식 뷔페에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음식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행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객실 청소 직원이나 프런트 직원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태도 역시 다른 투숙객들이 심각한 비매너로 꼽았다.
이번 조사와 함께 호텔 에티켓 가이드를 만든 영국의 에티켓 전문가 윌리엄 핸슨은 ‘호텔에 있는 모든 것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내 물건은 아니다’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조식 뷔페에서는 줄을 지키고 필요한 만큼만 음식을 가져오며, 공용 수영장과 라운지 등에서는 다른 사람의 공간과 휴식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객실 안에서도 전기주전자 등 비품은 본래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청소 직원이 사용하는 카트에서 어메니티를 임의로 가져가는 등의 행동도 삼가야 한다.
핸슨이 강조한 핵심은 결국 ‘내가 비용을 지불한 객실’과 ‘무엇이든 해도 되는 개인 공간’은 다르다는 것이다. 호텔은 수많은 투숙객과 직원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체크아웃 뒤에도 다른 사람이 이용할 물건과 공간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텔스닷컴 측은 이번 조사가 “강제 퇴실당할 정도의 행동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주전자의 경우 이번 조사 결과가 곧바로 모든 호텔의 위생 상태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호텔마다 청소·소독 방식이 다르고, 실제로 투숙객이 전기주전자를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도 모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투숙객 20명 중 1명이 속옷을 씻은 경험이 있다고 직접 답했다는 조사 결과 자체가 ‘호텔 전기포트 괴담’을 다시 불러낸 셈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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