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김시탁의 전원산책] (27) 창원 다육이 농장 ‘월촌 다육’

knnews 2026. 8. 15. 10:2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즘 식당이나 찻집 같은 창가에 통통한 잎을 가진 작은 화분 하나쯤은 쉽게 볼 수 있는데, 바로 다육이(다육식물)다. 한때는 식물원이나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다육이가 이제는 일상 속 가장 가까운 반려식물이 되었다.

◇살아있는 돌 '리톱스'의 아름다운 탈피= 농장에는 수많은 품종의 다육이가 자라고 있었다.

월촌 다육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육이를 좋아서 키우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이 가꾸고 있는 것은 식물만이 아니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친 날… ‘초록’초롱 빛나게 해

김진현 대표, 고향 창원 북면에 농장 조성
다육이 키울 수 있는 ‘배양실’ 칸칸이 분양
직장인·주부 등 찾아 정성껏 키우고 돌봐
단순한 취미 넘어 고단함 내려놓는 쉼터로

볕 드는 자리·물 한 모금이면 충분히 자라
크기 작아 공간 차지 않고 손이 덜 가 인기
에케베리아·리톱스·세덤 등 품종 다양
사랑 기다릴 줄 아는 사랑스런 반려식물


요즘 식당이나 찻집 같은 창가에 통통한 잎을 가진 작은 화분 하나쯤은 쉽게 볼 수 있는데, 바로 다육이(다육식물)다. 한때는 식물원이나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다육이가 이제는 일상 속 가장 가까운 반려식물이 되었다. 몸집이 작아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특성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식물로 자리 잡은 듯하다. 하지만 다육이를 오래 키운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다육이를 키우는 일은 식물을 돌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가꾸는 일이라고. 그 이야기가 궁금해 창원시 북면 월촌리에 있는 다육이 전문 농장을 찾았다.
창원 다육이 농장 ‘월촌 다육’에서 한 배양자가 다육식물을 돌보고 있다./김시탁 시인/


◇다육이 농장 ‘월촌 다육’= 월촌 다육 농장은 하우스 3동이 모두 다육이로 가득 찼다. 선반마다 크고 작은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햇빛을 머금은 잎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을 품고 있었다. 하우스 내부는 다육이를 키울 수 있도록 칸칸이 배양실을 만들어 분양했고, 입주자들은 저마다의 공간에서 소장한 다육이를 배양하고 있었다. 시설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사람은 북면 출신의 서예가 김진현 대표다. 그는 다육이를 좋아하는 지인들의 권유로 처음 하우스 한 동을 설치하였으나 점차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두 동을 더 확장했다고 했다. 이곳에 입주한 사람들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해 전업주부들로 직업도 나이도 다르지만, 다육식물을 바라보는 마음만큼은 닮아 있었다. 그들에게 다육이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는 쉼터였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칸칸이 배양 공간으로 분양한 개인 배양실.

◇살아있는 돌 ‘리톱스’의 아름다운 탈피= 농장에는 수많은 품종의 다육이가 자라고 있었다. 그중 인기 품종으로 꼽히는 장미를 닮은 에케베리아는 화사한 빛깔로 먼저 시선을 붙잡았고, 하월시아는 잎끝의 투명한 무늬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군생을 이루며 자라는 세덤은 작은 숲처럼 싱그러웠다. 그러나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의외로 ‘살아있는 돌’이라고 불리는 리톱스였다. 리톱스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화분에 자갈을 담아 놓은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두 장의 두툼한 잎이 맞붙어 있는 모습은 돌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척박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돌의 모습을 선택한 식물의 살아남기 위한 위장이 오히려 가장 독특한 아름다움이 되었다. 가을이 되면 리톱스는 몸 한가운데를 살며시 열어 꽃을 피운다. 흰 꽃도 있고 노란 꽃도 있지만 화려하거나 크지도 않다. 하지만 그 꽃은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선물 같다. 마침 그의 화분 하나에서 작은 노란 꽃 하나가 앙증맞게 피어 있었는데 꼭 손톱 크기만 했다. 잠시 시선을 떼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그 꽃은 가을 햇살을 머금은 작은 별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창원 중동에 산다는 주부 A씨는 배양 공간 전체를 리톱스로 채웠다. 리톱스는 빨리 자라는 식물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훨씬 길다. 계절이 바뀌어도 그대로인 듯 보이다가 어느 날 오래된 잎이 갈라지고 그 속에서 새로운 잎 한 쌍이 얼굴을 내민다. 이를 ‘탈피’라고 한다. 처음에는 낡은 잎이 죽어 가는 줄만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죽음처럼 보였던 시간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이었다. 그는 그 모습을 수없이 보았지만, 여전히 탈피가 시작되면 한참 동안 화분 앞에 설레는 마음으로 서 있게 된다고 했다.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생명은 이렇게 바뀌는구나 싶어요.” 그 말에는 오랜 세월 식물을 돌보아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다육이를 키우는 방법= 다육이는 씨앗으로 키우는 방법(실생)과 ‘분주’ 즉 자구 나누기로 키우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씨앗보다 분주나 잎꽃이를 더 선호한다. 실생은 화분에 흙을 담고 충분히 물을 준 후 흙 위에 씨앗을 골고루 뿌리는데, 씨앗이 작기 때문에 흙을 살짝만 덮어준다. 밝은 곳에 두되 직사광선은 피하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 대체로 일주일 이후부터 발아한다. 주의할 점은 흙이 마르지 않고 물이 고이지 않게 해야 하며 발아 후에는 조금씩 환기를 늘려 웃자람과 곰팡이를 예방한다.

자구 나누기 분주는 가장 쉽고 성공률도 높은 편인데, 분주 시기는 봄 가을이 적당하다. 자구를 분리할 때는 깨끗한 칼이나 손으로 분리해서 상처 주위를 말려 굳게 한 후 새 화분에 심는다. 심은 후 바로 물을 주지 말고 최소한 3일이 지난 후 첫 물을 주는 게 좋다. 가장 많이 하는 번식은 잎꽃이로, 건강한 잎을 밑동까지 떼어내 그늘에서 3일 정도 말렸다가 흙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2주 후부터 뿌리와 새싹이 나온다. 줄기 삽목 방법으로는 줄기를 적당히 잘라 절단면을 말린 후 배수가 좋은 흙에 꽂으면 된다. 어떤 방법이든 과습을 피하고 반그늘에서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게 좋다.

◇다육이, 느리게 살아가는 지혜= 다육이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햇빛이 드는 자리 하나와 목이 마를 때의 물 한 모금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다육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절제를 배운다. 무엇이든 많이 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줄 줄 아는 것이 더 깊은 사랑임을 알게 된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가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자연은 한 번도 서두른 적이 없다. 봄은 제때 오고, 꽃은 피어야 할 계절에 피며, 나무는 자신만의 속도로 나이테를 늘려 간다. 다육이 역시 누구와 경쟁하지 않는다. 옆 화분의 꽃이 먼저 피었다고 조급해하지도 않고, 자신의 성장이 더디다고 낙심하지도 않는다. 그저 오늘 받을 햇살을 받고, 오늘 견뎌야 할 바람을 견디며 자신의 시간을 충실히 살아갈 뿐이다. 월촌 다육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육이를 좋아서 키우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이 가꾸고 있는 것은 식물만이 아니었다. 기다림을 배우고, 조급함을 덜어내고, 작은 생명의 변화를 기뻐할 줄 아는 자신의 마음을 함께 키우고 있었다.

(시인)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