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치킨에 이 와인을?... 바삭함·산미 미친 조합 ‘실허 로제’ 마셔봤나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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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와인 산지 슈타이어마르크(Steiermark·5109ha)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포도밭으로 손꼽히는 지형을 지닌 산지로입니다.
전체 생산량의 80~85%가 화이트 와인이며, 특히 포도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뇽 블랑이 대표 품종입니다.
슈타이어마르크에서 가장 작은 와인 산지이지만 포도 재배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시 경계 내에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대규모 상업적 포도밭을 보유한 수도이자 와인 산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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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트슈타이어마르크 허브 향 소비뇽블랑 유명
불칸란트는 장미향 풍성한 트리미너 매력 발산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로제 ‘실허’ 핑크빛 유혹



이곳은 전형적인 일리리아(Illyrian) 기후를 띱니다. 따뜻하고 습한 지중해성 기후와 서늘한 알프스 대륙성 기후가 만나는 복합적인 기후를 뜻합니다. 낮에는 고온건조한 날씨가 포도를 완전히 익혀줄 만큼 넉넉한 일조량을 제공하지만, 밤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산도와 아로마가 고스란히 보존됩니다. 연간 강수량은 900~1000mm에 달해 오스트리아에서도 비교적 습윤한 지역입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을 상징하는 것은 포도밭의 경사도입니다. 평균 경사가 45도에 이르고 심한 곳은 70도를 넘어서는 급경사지가 즐비해 기계 수확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포도 재배자들은 온전히 두 손에 의지해 포도송이를 하나하나 따내야 하는데, 이는 생산 단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포도송이를 정교하게 선별할 수 있어 고품질 와인 생산으로 이어집니다.

전체 생산량의 80~85%가 화이트 와인이며, 특히 포도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뇽 블랑이 대표 품종입니다. 뉴질랜드의 화려한 과일 향 중심 스타일이나 프랑스 상세르의 차가운 미네랄 스타일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캐릭터를 지니고 있습니다. 잘 익은 카시스와 구스베리 향에 은은한 훈연 뉘앙스, 그린 파프리카를 연상시키는 허브 향이 묵직한 바디감과 찌릿한 산도 위에서 균형을 이룹니다. 특히 차밀론베르크(Czamillonberg), 그라스니츠베르크(Grassnitzberg), 지레크(Zieregg) 같은 특정 리드(Ried·단일 포도밭)의 이름은 그 자체로 최고급 와인을 보증하는 상징으로 통합니다.

청량하고 드라이하게 양조되는 겔버 무스카텔러(Gelber Muskateller)는 화사한 아로마에 엘더플라워와 육두구 향이 겹치는 매력을 지녔으며, 아이히베르크(Eichberg)와 감리츠(Gamlitz) 마을이 대표 산지입니다. 리슬링은 슈타이어마르크에서 가장 가파르고 높은 포도밭이 모여 있는 키첵 임 자우잘(Kitzeck im Sausal) 마을에서 자라며, 해발 최대 600m의 급경사밭에서 재배됩니다. 슈타이어마르크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가장 즐겨 마시는 품종은 가볍고 청량한 산미가 매력인 벨쉬리슬링입니다.


클뢰흐(Klöch), 장크트 안나 암 아이겐(St. Anna am Aigen), 슈트라덴(Straden) 마을 주변에 포도밭이 집중돼 있습니다. 포도밭은 화산 봉우리 주변의 경사면을 따라 작은 섬처럼 군데군데 흩어져 있습니다. 토양은 약 1500만 년 전부터 200만 년 전까지 격렬하게 활동했던 고대 사화산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미네랄과 영양분이 풍부한 현무암, 응회암, 화산재 토양은 와인 전반에 뚜렷하고 세련된 미네랄 풍미와 독특한 스파이시함을 불어넣습니다. 여기에 뜨겁고 건조한 판노니아 기후와 습윤한 일리리아계 지중해성 기후가 만나면서, 인근 쥐트슈타이어마르크보다 한층 더 따뜻하고 건조한 헝가리발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서늘해지는 뚜렷한 일교차는 포도의 풍부한 아로마 발달과 균형 잡힌 숙성을 동시에 돕는 핵심 요인입니다.



소비뇽 블랑은 가볍거나 중간 정도 질감의 생선 요리, 채소 요리, 아스파라거스, 파스타와 훌륭한 궁합을 이루고, 그라우부르군더는 풍미가 강한 해산물 요리는 물론 붉은 곰팡이균으로 숙성시킨 연질 치즈와도 잘 어울립니다. 과일 풍미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트라미너 역시 치즈와 좋은 조화를 이루며, 잔당과 풍부한 질감 덕분에 매운맛과 향신료가 강렬한 아시아 요리의 자극을 부드럽게 완충해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합니다.

슈타이어마르크에서 가장 작은 와인 산지이지만 포도 재배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리리아인, 켈트족, 로마인이 차례로 이 땅에서 포도를 길렀습니다. 포도밭은 알프스산맥의 동쪽 끝자락인 코랄페(Koralpe)와 라이니슈코겔(Reinischkogel) 산기슭을 따라 길고 좁게 이어지며, 해발 최고 600m까지 올라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남쪽으로는 슬로베니아 국경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이 독특한 지형은 낮 동안 상당한 온기를 머금으면서도 거센 바람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토양은 석회질이 없는 고대 편마암(gneiss)과 운모편암(mica schist)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척박한 암석질 토양은 와인에 날카롭고 역동적인 미네랄과 긴 여운을 새겨 넣습니다.



실허는 슈타이어마르크식 프라이드치킨과도 이상적인 궁합을 이룹니다. 바삭한 튀김옷이 실허의 강렬한 산미와 풍부한 과일 풍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합니다. 인도식 양고기 비리야니, 스시, 연어와 연어알, 정어리와도 좋은 조화를 이룹니다.


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시 경계 내에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대규모 상업적 포도밭을 보유한 수도이자 와인 산지입니다. 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와인은 빈너 게미슈터 자츠(Wiener Gemischter Satz)입니다. 이 와인은 한 포도밭에 서로 다른 화이트 품종을 함께 심어 같은 날 한꺼번에 수확하고, 한 탱크에서 동시에 압착·발효시키는 필드 블렌드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뤼너 펠트리너, 리슬링, 바이스부르군더, 샤르도네 등이 주로 어우러지는데, 품종마다 익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덜 익은 포도의 산뜻한 산미와 잘 익은 포도의 풍부한 당도가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며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2008년 빈너 게미슈터 자츠는 슬로 푸드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식품으로 등재됐습니다.


신선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의 게미슈터 자츠는 햄과 치즈를 곁들인 차가운 플래터, 고기 패티, 바삭하게 구운 돼지고기처럼 소박한 선술집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반면 최고급 생산자가 만드는 우아한 스타일은 세련된 요리는 물론 아시아 음식이나 지중해식 요리와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뜻밖의 격을 보여줍니다.
◆베르크란트(Bergland)
알프스 산악 지대의 소규모 산지들도 있습니다. 오버외스터라이히(91ha)·잘츠부르크(0.19ha)·티롤(16ha)·포어아를베르크(10ha)·케른텐(125ha) 등 알프스 산악 연방주에 흩어진 극소규모 포도밭을 묶어 부르는 명칭입니다. 규모는 미미하지만 오스트리아 와인 지형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산지입니다.
〈‘알프스 숨은 보석’ 오스트리아 와인 매력탐구 ⑦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사진=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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