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북미 생산거점 구축 속도전 배경은?
중국 공급망 진입 견제하는 미 정부..K반도체 대미투자 압박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와 맞물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북미 반도체 생산거점 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다.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증설 계획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 메모리 전공정 팹 건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미 투자 확대를 원하는 미 정부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공장에 이어 현지 전공정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전공정 팹 추가 건설을 기꺼이 할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ADR 상장 직후 미국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 가능성을 내비친 후 한 달여 만에 재차 대미 투자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오는 27일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팹 착공식에 최 회장의 참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전공정 팹 투자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다만 막대한 건설비용과 열악한 인프라는 한계로 지목된다. 최 회장도 "한국과 비교해 팹 건설 비용이 두 배 웃돌고, 적합한 부지를 찾기도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미국은 토지와 전력, 용수가 모두 비싸고 규제가 까다로운 탓에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전공정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최근 인텔의 오하이오 반도체 캠퍼스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전략적 투자 가능성을 지속 검토 중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하이닉스가 38억7천만달러를 투입한 인디애나 팹은 한국에서 전공정을 마친 D램 웨이퍼를 들여와 패키징하는 후공정 시설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짓고 있는 테일러 팹도 고객사가 설계한 첨단 로직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이다. 기존에 가동 중인 오스틴 팹 역시 파운드리 시설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1기 팹의 연내 가동을 목표로 주재원을 포함한 반도체 인력 수백명을 파견하고 있다. 올해 테일러 2기 팹도 착공해 2030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1.4나노 고객사 문의가 잇따르면서 추가 공간 확보도 검토 중이다. 미국 내 공급망 확보를 원하는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북미 빅테크를 겨냥한 전략적 요충지로 TSMC를 상대할 핵심 거점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삼성은 현재 미국 내 전공정 팹 투자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북미 생산거점 확대 움직임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메모리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의 견제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수미트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10일(현지시각) 미국 키뱅크 캐피털마켓 테크놀로지 리더십 포럼에서 "메모리 전공정 팹에 투자하는 기업은 마이크론뿐"이라고 했다. 최근 장기공급계약에서 공급 안정성이 보장된 미국산 메모리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메모리 비용부담을 절감하려 중국 CXMT 칩 도입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공급망 진입을 꺼리는 미 정부가 메모리 수급 해소와 가격 안정을 위해 한국 메모리를 다각도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