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동네 왜 바꾸나”···서울시 '신통기획·모아타운' 곳곳서 진통

강홍민 2026. 8. 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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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으로 추진해온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모아타운'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작구 사당18구역은 서울시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신청했지만, 구역 안에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이미 추진 중인 구간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후보지 선정 자체가 무산됐다.

모아타운 사업의 취지는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묶어 모아주택을 집단적으로 추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다.

한편 서울시는 사업이 무산됐음에도 개발이 예정된 것처럼 허위 매물이 유통되거나 투기성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통기획과 모아타운 후보지 가운데 취소된 구역의 정보를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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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통합기획 앞세운 서울시, 현장에선 여전히 지지부진
홍제동 모아타운, 동의서 위조 논란·주민들 반대에 표류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서계·청파동 일대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한경DB)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으로 추진해온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모아타운'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부동산 재건축·재개발 사업이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이 무산되거나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합 내부 갈등, 시공사와의 공사비 분쟁,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이 겹치면서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구조적 병목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확인됐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은 인허가를 포함해 평균 10년 이상이 걸리고, 시공사 선정 이후 착공까지만도 평균 5년이 소요된다. 평당 공사비는 2021년 518만7700원에서 2025년 807만7000원으로 4년 새 55% 넘게 뛰며 사업성 자체를 흔들고 있다.

 무산되거나 멈춘 서울시 재개발

동작구 사당18구역은 서울시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신청했지만, 구역 안에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이미 추진 중인 구간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후보지 선정 자체가 무산됐다. 결국 지난 6월 해당 구간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구역계를 다시 짜야 했다.

마포로1구역 제5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은 추진위원장의 직무정지로 정상적인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렸고, 강북구 수유동 170-1 일대와 서대문구 남가좌동 337-8 일대는 주민 반대로 신통기획 재개발이 취소됐다.

이들 지역은 주민 반대가 30% 이상으로, 후보지 지정 이후 주민 간 갈등과 분쟁이 장기간 이어졌던 곳들이다. 서울시는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후보지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재개발 지정 원주민들 집 잃을까 노심초사... "살기 좋은 동네 왜 바꾸나"

조합 설립 단계에서 문제가 불거진 곳도 있다. 모아타운 선정 지역인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322번지에서는 추진위원회가 총회 당시 77.8%의 동의율을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반대 서명 수와 실제 동의서 서명에 대한 개별 조사 결과 서명·지장 등을 위조한 동의서가 제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홍제동 일대 모아타운을 반대하는 주민 ㄱ씨는 "당시 조합이 서둘러 총회를 개최하며 주장한 77.8% 동의율에는 위조 동의서가 포함돼 구청에서 조합 설립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동의했던 조합원들이 철회 내용증명을 잇달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때 나눠준 책자에는 없었던 악성 정관 조항이 두 개나 추가됐다"며 "재개발 사업이 순탄치 못할 경우 조합이 진 빚이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떠넘겨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제동 322번지 모아타운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독자 제공)

이 같은 논란으로 홍제동 322번지 모아타운 사업 추진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모아타운 사업의 취지는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묶어 모아주택을 집단적으로 추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주차난·녹지 부족 등 지역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공공 역할을 강화하며 민간 참여를 유도해 더 쾌적한 동네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홍제동 322지역 모아타운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해당 지역의 노후도가 심하지 않은데도 사업이 추진됐다며, 모아타운 선정 이유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제동 322지역에서 30년 넘게 거주해 온 ㄴ씨는 "이 지역은 안산과 홍제천을 잇는 지역 특수성이 있어 오랜 시간 거주하면서도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살기 좋은 동네를 왜 바꾸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정 재개발이 필요하다면,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개발이 장기적으로 주민들에게 더 유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 중에 노인이 많다 보니 쉽게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을 밀어붙인 게 아닌가 짐작된다"고 토로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모아타운을 반대하는 원주민들은 사업이 추진될 경우 투기 세력이 유입되고, 분담금 부담으로 원주민이 쫓겨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던 광진구 자양2동 681번지 일대 모아타운 사업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곳 역시 원주민들의 반대로 당초 계획한 3개 사업구역이 모두 제외됐다.

광진구를 비롯해 성북구 석관동, 성동구 송정동 등 올해 8월 기준으로 모아타운 선정이 취소된 곳은 총 11곳에 이른다. 여기에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통기획 및 공공재개발 취소구역도 6곳이다.

한편 서울시는 사업이 무산됐음에도 개발이 예정된 것처럼 허위 매물이 유통되거나 투기성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통기획과 모아타운 후보지 가운데 취소된 구역의 정보를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정비사업 추진 취소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아 선의의 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현장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알 권리를 보장하고 건전한 부동산 중개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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