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깨지는’ 고다층 유리기판이 승부처…삼성전기, 일본과 본격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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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용 유리기판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기(009150)가 동우화인켐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며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일본 신코덴키는 고온에서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고다층 유리기판을 구현했다.
동우화인켐은 대면적 유리 가공·생산 기술을, 삼성전기는 고다층·고밀도 패키지 기판 설계와 양산 기술을 제공한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용 글로벌 빅테크들과 대면적·고다층 유리기판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사와는 기술 승인과 샘플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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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도 JV 설립 후 양산화 속도전
2028년 전후 승부처…수율 경쟁 본격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유리기판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기(009150)가 동우화인켐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며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일본 신코덴키는 고온에서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고다층 유리기판을 구현했다. 열 신뢰성이 높은 유리기판을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가 시장 선점의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패키지 기판 업체 신코덴키는 유리기판 양쪽에 각각 11개씩 구리 배선층을 쌓아 총 22층 구조를 구현했다. 유리 내부에 균열이나 박리가 발생하는 이른바 ‘세와레(SeWaRe)’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유리가 쉽게 깨지는 현상을 억제한 배경에는 소재 혁신이 있다. 신코덴키는 유리기판 가장자리에 고분자(폴리머) 계열 보호 소재를 적용해 열이 가해질 때 특정 부위에 집중되는 응력을 분산시켰다. 이를 통해 열부하 이후에도 세와레 발생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AI 반도체는 연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연산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에 집적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키지 크기가 커지면서 면적이 넓어질수록 휘어지는 기존 유기(폴리머) 기판의 한계도 부각되고 있다.
반면 유리기판은 강성이 높고 열에 따른 변형이 작아 대형 AI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데 유리하다. 이에 삼성전기 등 주요 기판 업체들은 유리기판을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유리기판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선행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국내 자회사인 동우화인켐과 유리기판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글라셈(GlaSSEM)’ 설립 본계약을 체결했다. 자본금은 4821억 원으로 삼성전기가 66%, 동우화인켐이 34%의 지분을 보유한다.
글라셈은 유리 코어의 개발부터 제조·판매까지 담당한다. 동우화인켐은 대면적 유리 가공·생산 기술을, 삼성전기는 고다층·고밀도 패키지 기판 설계와 양산 기술을 제공한다.
고객사와의 제품 검증도 이미 진행 중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용 글로벌 빅테크들과 대면적·고다층 유리기판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사와는 기술 승인과 샘플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가 유리기판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고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가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인공지능(AI)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인 FC-BGA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의 패키지 면적이 커지면서 대면적에서도 휨(워피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리기판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퍼시스턴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유리 코어 기판 시장은 올해 1억 2810만 달러(약 1812억 원)에서 2033년 10억 3600만 달러(약 1조4657억 원)로 약 8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34.8%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기술 성과만 놓고 보면 일본 업체들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코덴키는 유리기판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미세 구멍인 TGV(Through Glass Via) 공정 기술과 그 위에 절연층과 구리 배선층을 여러 겹 쌓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다른 일본 기업인 다이닛폰프린팅(DNP)은 지난해 12월 사이타마현에 TGV 유리기판 시험 생산 라인을 구축했으며 올해 초부터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2028년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2년 뒤 양산을 목표로 고객사와 샘플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8년 전후로 어느 업체가 먼저 고객사의 품질 인증을 마치고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느냐가 시장 판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현재 글라셈의 유리기판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장비 발주를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이제 단순히 미세 구멍을 뚫는 기술보다 칩을 실장하고 열을 가한 뒤에도 균열 없이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신뢰성 확보가 핵심”이라며 “삼성전기는 유리기판을 적용할 FC-BGA 고객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어 선행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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