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미·중 ‘AI 신냉전’…시진핑 방미까지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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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일 중국 국영 CCTV는 매일 방송하는 대표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를 통해 올해 베이다이허 휴가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AI와 반도체를 앞세운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대응해 단기적인 기술 개발보다 원천기술의 경쟁력 확보를 중시하는 중국 지도부의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AI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고속 광 트랜시버 수입 금지 명령의 초안을 작성 중이라는 것이다.
베이다이허 휴가에서 중국 지도부가 '전략 첨단 기술' 전문가를 초청한 것은 향후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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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희토류 대신 화약고로 떠오른 AI…9월 정상회담이 분수령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8월3일 중국 국영 CCTV는 매일 방송하는 대표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를 통해 올해 베이다이허 휴가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베이다이허는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에 있는 해변 휴양지다. 매년 여름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모여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국정 현안과 정책 방향, 인사 등을 논의한다. 하지만 휴가 일정과 개최 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이번처럼 언론보도를 통해 일면을 전한다.
신원롄보는 "이날 차이치가 베이다이허 여름휴가에 초청된 전문가들을 만나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이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임을 받아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을 대표해 각 분야 전문가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 차이치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서기처 제1서기,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시진핑을 10년 넘게 보좌한 '복심 중 복심'으로 손꼽힌다. 실제 중앙판공청은 시진핑의 비서실 역할을 수행한다. 중국은 이런 차이치를 내세워 올해 베이다이허 휴가의 특징을 보여줬다.
1987년부터 중국 지도부는 베이다이허 휴가에 전문가를 초청해 격려하고 특별 강의를 듣는 행사를 열었다. 따라서 행사 주제와 초청 대상은 중국 지도부가 향후 국가 전략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지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졌다. 8월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초청된 전문가에 대해 "기초연구, 전략 첨단 과학기술, 중요 핵심기술, 철학·사회과학 분야 대표"라고 보도했다. 이전과 달리 기초연구를 앞세우고 '전략 첨단 과학기술'과 '중요 핵심기술'을 별개 분야로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AI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에 방점 찍은 中
이는 지난 3월 중국이 발표한 제15차 5개년 규획(2026〜30년)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제15차 규획은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제어 핵융합, 생명과학, 심해 탐사 등을 미래 전략기술로 제시했다. 반도체, 산업용 공작기계, 첨단 계측장비, 기초 소프트웨어, 첨단 소재 등 핵심기술 분야에서 결정적 돌파를 이루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AI와 반도체를 앞세운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대응해 단기적인 기술 개발보다 원천기술의 경쟁력 확보를 중시하는 중국 지도부의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베이다이허에 전략 첨단 기술 전문가를 초청한 일은 중국 지도부가 기술 패권 경쟁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최근 양국은 AI를 둘러싼 갈등을 표면화하고 있다. 7월28일(현지시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의 신규 모델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FCC는 수입 금지 이유를 "첨단 로봇기기가 수집한 데이터가 미국인을 감시하거나 원격으로 로봇을 탈취하는 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보안·안보상 이유와 함께 미 AI 산업의 공급망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원과 배터리를 전력망 및 데이터센터 장비에 연결하는 인버터 수입도 금지했다. 외국 기업이 인버터를 임의로 끄거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4일 로이터통신은 "FCC가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중국산 부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AI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고속 광 트랜시버 수입 금지 명령의 초안을 작성 중이라는 것이다.
광 트랜시버는 데이터센터 내부나 데이터센터들 사이에서 정보 송수신을 위해 빛을 활용하는 장비다. FCC는 중국 기업이 해당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절취하거나 악성코드를 심어 데이터센터 서버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용 고속 광 트랜시버 시장에서 중국 이노라이트의 점유율은 약 40%에 달했다. 이노라이트는 매출의 90%가 중국 이외 지역에서 발생한다.
지난 6월 미 국방부는 이 회사를 '중국군 연계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번에는 FCC가 나서 퇴출하려 한다. 데이터센터에는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가 들어간다. 즉 이런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을 겨냥한 AI 패권 경쟁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맞서 8월5일 중국 상무부는 "드론 관련 이중용도 물자의 대미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이중용도 물자는 민간용과 군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물자를 가리킨다. 이번 결정에 따라 무인기 및 관련 부품·기술의 대미 수출은 건별로 엄격하게 심사된다.
8월6일에는 중국 사이버 보안 심사판공실이 "사이버 보안 업체인 팰로앨토 네트웍스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사이버 보안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팰로앨토 네트웍스는 미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보안업체다. 세계 150여 개국의 7만여 개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용 사이버 보안, 클라우드 보안, AI 기반 보안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대규모언어모델(LLM)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에 대한 제재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양국이 AI를 두고 무역 보복 조치를 주고받자 CNN은 "미·중이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였던 2025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외신은 미·중의 무역 공방이 악화하면서 시진핑의 9월 방미 일정이 보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베이다이허 휴가에서 중국 지도부가 '전략 첨단 기술' 전문가를 초청한 것은 향후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중국은 미국의 대중 제재를 좌시하지 않고 강하게 되받아치고 있다.
일각에선 시진핑의 9월 방미 보류설도 제기
이런 상황에서 CNN은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미국이 중국 AI에 어떤 조처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AI 분야가 양국의 가장 민감한 전선으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이 중국에 큰 영향을 주는 추가 제재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갈등은 통제선 안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관세와 희토류를 둘러싼 분쟁은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희토류를 둘러싼 12개월 유예에 합의했고, 이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격하는 제품과 모델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미국은 견제할 수밖에 없다. 양국의 AI 갈등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국가안보와 미래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AI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사이버 보안 등 핵심 인프라와 연결되어 있어 미·중 갈등은 타협점을 쉽게 찾기 어렵다. 따라서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더라도, 시진핑의 방미는 양국 갈등을 봉합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새 패권전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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