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는 미국 영토” 폭탄선언에 세계 긴장
이란 경제 봉쇄 강화하고 100배 보복 경고
원유 수송로 통제에 국제유가 급등 우려 확산
해협 영토화 논란에 국제법·세계경제 파장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해협의 군사적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국제법과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경제 제재와 이란에 대한 보복 경고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와 글로벌 물류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4일 뉴욕에서 열린 연설에서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미국이 해협을 봉쇄하고 있으며 사실상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미국이 원하는 선박의 통항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히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영토적 권리로 확대하려는 구상이 제시된 셈이다. 이란은 즉각 반발하며 해협의 지위를 결정할 권한은 이란에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좁은 해상 통로로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전쟁 이전에는 세계에서 거래되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운데 상당한 물량이 이곳을 통과했다.
올해 들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선박 운항이 급격히 줄었고, 8월 14일 기준 하루 130척 이상이 오가던 전쟁 전과 비교해 통항 선박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등을 요구하며 해협 재개방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새로운 경제 제재를 예고했으며, 추가 공격이 발생하면 훨씬 강력한 보복에 나서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다음 주 새로운 대이란 경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이란의 원유 수출과 외화 조달을 제한하는 제재를 광범위하게 시행해왔지만, 이번 조치는 이란 경제에 더 큰 압박을 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대치가 국제유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14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8.52달러까지 상승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도 82.40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 브렌트유는 약 6%, WTI는 약 5.4% 상승했다.
유조선 공격과 해협 통항 차질이 이어질수록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고, 정유·운송·화학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비용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
한국 경제 역시 해협 사태의 영향권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제품과 운송비, 전기·가스 등 에너지 비용에 연쇄적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제조업 원가가 높아지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소비자 물가에도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해상운임과 보험료가 오를 경우 수출입 기업의 물류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영토 선언이 국제법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해협을 둘러싼 통항권과 연안국의 권한은 국제해양법과 국제적 합의에 따라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미국이 군사적 통제력을 근거로 영토적 권리를 주장할 경우 이란뿐 아니라 주변국과 다른 해양 국가들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군사적 충돌 위험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미국과 이란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부터 유럽의 에너지 시장, 글로벌 해운업계와 금융시장까지 파장이 연결돼 있다. 미국이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이란이 통항 제한을 유지한다면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해협의 통제권을 누가 갖느냐보다 세계 에너지와 물류의 안전한 통항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다. 군사력과 경제 제재만으로 해법을 찾으려 할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할수록 세계 경제가 부담해야 할 비용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중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