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강남 매물 ‘호가’ 자료 뿌린 재경부·국토부, 왜?[경제뭔데]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공급·금융 대책을 발표한 13일,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는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자료를 바탕으로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주요 고가 아파트 호가가 지난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하락했다는 내용의 참고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자료는 국토부가 작성한 것으로 강남구 압구정 현대1·2차 전용 198㎡ 매물이 지난달 13일 119억원에 거래됐으나 세제개편안 이후인 8일엔 27억원 낮은 92억원에 거래됐다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향후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꺾겠다는 ‘대규모 공급대책’과 맞물려, 세제개편 이후 주요 주택 가격도 이미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입니다.
자료가 관심을 모은 것은 정부가 한국부동산원 등 공식 통계가 아니라 이례적으로 민간의 호가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면적이 같더라도 층수 등 여러조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단순 호가만으로는 세제 전후 가격 변화에 대한 정확한 비교가 어렵습니다. 정부 안에서도 “세제 개편 전후 똑같은 물건이 아닌데 한 두개 경우로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기엔 성급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세제개편의 성공을 위해선 집값이 하락하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매물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부가 부랴부랴 자료를 배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취지와 달리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전반적인 주택가격이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남3구에 밀집된 초고가주택의 가격은 억제할 수 있더라도 세 부담이 낮아진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다른 지역을 중심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가격은 안정될 수 있을까요.
세제개편안 어떻게 달라지나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보유’ 중심의 부동산세제를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거주용 1주택에 대해선 세부담을 낮춰주고 비거주·다주택·초고가주택에 대해선 세부담을 높인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핵심내용을 보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액을 거주용 1주택은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시가 약 20억원)으로 올려 과세에서 제외되는 1주택자의 범위를 늘렸습니다. 대신 비거주 및 다주택에 대해선 기본 공제 요건을 강화했죠.
종부세율은 주택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면서 1주택자라 하더라도 시가 40억원을 웃도는 초고가주택에 대해선 3주택 수준으로 세율을 올렸습니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서 70%이상으로 인상하되, 3주택 이상·1주택이 아닌 조정대상지역 보유자에 대해선 80%로 차등인상했습니다. 대신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소재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은 2027년~2028년 한시적으로 완화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집값이 내려야 정책도 산다

정부가 밝힌 이번 부동산세제의 목표는 “공정과세와 과세형평 제고”입니다. 그렇지만 시장에선 비거주·다주택·초고가에 세부담이 집중되면서 이들 보유자의 매물을 끌어내 집값을 잡으려는 정책적 의도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격 상승을 선도하는 강남 등의 초고가주택의 기대수익을 낮춤으로써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죠.
① 비거주·초고가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높여 ‘계속 들고 있을 비용’을 키우고 ② 다주택자는 2027~2028년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낮춰 ‘팔 때의 비용’을 줄여주고 ③ 시장에 고가주택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④ 강남 등 핵심지역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 추가 매물이 나오고 집값이 내려가는 선순환인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선 정잭 발표 후 초기 ‘집값’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만약 초기에 집값이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부담해야 하는 보유세’보다 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 집을 파는 대신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조세 저항이 큰 상황에서 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 초기에 각인되면 정책이 흔들릴 수밖에 없죠. 정부가 호가 하락을 강조한 자료를 낸 것도 ‘집값 하락 조짐 → 매물 증가 → 추가 하락’의 선순환을 의도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부동산 가격 안정될까
우선 정부의 자료대로 세제개편 이후 초고가주택이 밀집된 강남 지역의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둘째 주(1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직전 주 대비 0.21% 올라 상승폭이 직전 주(0.26%)보다 0.05%포인트 줄었습니다.
서울 구별로 보면, 강남구(-0.02%)와 서초구(-0.04%)의 아파트 매매가가 각각 14주, 16주 만에 하락했습니다.
그렇지만, 중랑구(0.46%) 금천구(0.30%) 구로구(0.27%) 등 다수 지역에서 오히려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고가 아파트 가격은 내릴 것으로 보지만 세제개편안에서 20~30억원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마용성’으로 대표되는 20~30억원대 시장은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가격이 오를 때도 강남이 중심이 아니라 서울 북부 등이 중심이었던 만큼 강남 집값이 떨어지면 나머지도 떨어진다고 기계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초고가주택에 대해 보유 부담을 늘렸더라도 전반적으론 세 부담을 낮춘만큼 가격이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연구원도 “강남을 잡겠다는 수단이 보유세이지만, 다른 동네는 비싸게 보유세가 매겨지지 않아 집값 하락 신호를 주기엔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13일 내놓은 금융 정책이 세제 개편안과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총량 확대가) 시장에는 ‘유동성 확대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며 “세제개편안으로 상위 인기지역 가격 흐름은 박스권 흐름을 보이겠지만 완화된 대출총량 관리에 따라 서울 중하위 지역과 비규제 지역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수석연구원도 “남양주 등 공급 대책이 나오는 지역엔 가격이 반영되겠지만 전체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엔 어렵다”며 “과거에도 공급이 지연된 사례가 누적된 만큼 정부가 ‘양치기 소년’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책 효과를 두고 세제를 설계해 세제가 복잡해지는 만큼 조세형평과 정책을 모두 고려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정 교수는 “(세제개편으로) 선순환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전반적인 가격 안정과는 거리가 먼 만큼 정부의 세제개편의 목표가 조세형평인지 무엇인지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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