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포드 머스탱을 만든 비밀회의처럼... 몰래 시작된 ‘돈 텔 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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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미국 포드자동차는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와인업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시작된 작은 비밀 프로젝트가 있었다.
좋은 포도를 발견한 와인메이커가 비용 계산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양조를 우선했고, 그 일화를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킨 돈 텔 게리는 이 같은 맥퍼슨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와인이다.
돈 텔 게리는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와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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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미국 포드자동차는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야심 차게 선보인 신차 ‘에드셀(Edsel)’이 출시 이후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약 2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남겼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업에서 새 모델 개발은 일상이지만 당시 포드에서는 신차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미국 헨리 포드 박물관은 “에드셀의 실패 이후 포드 안에서 신차 개발을 논하는 것은 ‘이단(heresy)’에 가까웠다”고 기록하고 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인물은 당시 포드 사업부장이었던 리 아이아코카(Lee Iacocca) 부사장이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거대한 자동차 소비층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들이 원하는 차는 포드의 기존 라인업과 같은 점잖은 중형차가 아니라, 부담 없는 가격에 빠르고 날렵한 스타일을 갖춘 자동차라고 판단했다.
아이아코카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소수의 동료를 모았다. 회의 장소도 회사 본사가 아니었다. 이들은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본사에서 약 2마일 떨어진 ‘페어레인 인(Fairlane Inn)’이라는 작은 모텔에서 비밀리에 모였다. 훗날 ‘페어레인 위원회(Fairlane Committee)’로 불린 이들은 젊은 층을 겨냥한 차의 조건을 하나씩 구체화했다. 4인승 좌석과 넉넉한 트렁크 공간, 긴 보닛과 짧은 리어 오버행이 만드는 날렵한 비율을 갖추되 차량 무게는 2500파운드 이하, 가격은 2500달러 이하로 잡았다.
이 구상에서 탄생한 차가 오늘날 포드의 상징과도 같은 ‘머스탱(Mustang)’이다. 기존 포드 팰컨의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비와 시간을 줄였고, 1962년 헨리 포드 2세 회장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1964년 4월 뉴욕세계박람회에서 공개된 머스탱은 출시 후 1년 동안 41만8000대 이상 팔렸다. 포드가 당초 예상했던 15만대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 규모였다. 회사의 눈을 피해 진행했던 작은 비밀회의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한 장면을 바꿔놓은 셈이다.

와인업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시작된 작은 비밀 프로젝트가 있었다. 호주 맥퍼슨 와인즈(McPherson Wines)의 와인메이커 조 내시(Jo Nash)는 2014년 유난히 품질이 뛰어난 쉬라즈 포도 한 구획을 발견했다. 그는 이 포도를 부드럽게 파쇄한 뒤 프렌치 오크 배럴에 넣어 12개월 동안 숙성했다.
문제는 배럴 가격이었다. 맥퍼슨은 당시 사용한 프렌치 오크를 두고 ‘터무니없이 비싼(ridiculously expensive)’ 배럴이었다고 표현했다. 더구나 회계 담당자는 이 프로젝트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 탄생한 와인의 이름이 ‘돈 텔 게리(Don’t Tell Gary·게리에게 말하지 마)’다. 게리는 바로 회계 담당자의 이름이었다.
맥퍼슨 와인즈는 호주 빅토리아에 기반을 둔 독립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1968년 시작해 50년 넘게 와인을 만들어왔다. 와이너리는 빅토리아주 나감비(Nagambie)에 있으며, 센트럴 빅토리아를 중심으로 포도를 선별해 와인을 양조한다.
맥퍼슨은 전통적인 방식에만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스타일과 양조 기술, 블렌드를 꾸준히 시도하는 생산자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전통과 대담한 아이디어가 만나는 곳(Where Tradition Meets Bold Ideas)’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좋은 포도를 발견한 와인메이커가 비용 계산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양조를 우선했고, 그 일화를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킨 돈 텔 게리는 이 같은 맥퍼슨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와인이다.
돈 텔 게리는 빅토리아에서 수확한 포도 가운데 최상급 과실만 골라 쉬라즈 100%로 만든다.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은 500L 크기의 프렌치 오크 펀천으로 옮겨진다. 일반적으로 와인 양조에 많이 쓰이는 225L급 배럴과 비교하면 용량이 두 배 이상 크다. 배럴이 커질수록 같은 양의 와인이 나무와 맞닿는 면적의 비율이 줄어 오크의 풍미가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억제하면서 과실 풍미와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사용하는 프렌치 오크 가운데 80%는 새 오크, 20%는 한 차례 사용한 1년 된 오크다. 와인은 이 오크통 안에서 젖산 발효를 거친다.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했다. 좋은 과실의 순수한 풍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쉬라즈 특유의 농익은 과실과 프렌치 오크에서 비롯되는 향신료 풍미를 조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잔에 따르면 짙은 가넷색을 띤다. 향에서는 블랙체리와 블루베리 등 검은 과실과 함께 여러 향신료 향이 올라온다. 입안에서는 블랙베리처럼 잘 익은 검은 과실 풍미를 중심으로 후추와 부드러운 오크 스파이스가 어우러진다. 중간 정도의 무게감에 실키한 탄닌이 더해져 풍부하면서도 매끄러운 질감을 보여준다. 샤퀴테리와 치즈, 숯불에 구운 스테이크, 미트파이 등과 잘 어울린다. 돈 텔 게리는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와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국내 수입사는 타이거인터내셔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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