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씩 5년 꼬박 적금 붰는데...집값은 3억이 쳐오르니" [인생한방에 빠진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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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과 적금만으로는 아파트 마련이 어렵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투자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투자시장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주거비와 자산 격차가 함께 놓여 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월간지 '나라경제' 기고문에서 "자력으로 정상적인 자산형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청년들이 가상자산이나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에 극단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호 기고문에서 "20·30대 청년 가구의 금융자산 상당 부분이 전·월세 보증금에 묶여 있고, 주식·펀드 같은 금융투자 비중은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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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도움 받아 집 산 친구와 자산격차 복구 불가
"마지막 계층 이동 사다리" 주식 계좌 튼 2030들

[파이낸셜뉴스] #.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월급 350만원 가운데 100만원을 꼬박꼬박 떼서 저축했다. 대학 졸업 후 빠짐없이 모은 돈은 5년 동안 원금 6000만원에 이자까지 합쳐 6500만원이 됐다. 그동안 서울 핵심지도 아닌 강북 소형 아파트 가격은 3억원이 넘게 올랐다.
A씨는 "돈을 모으고 있는데 집은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적금 만기일만 기다렸다. 1년짜리 예금을 다시 넣고, 소비를 줄이고, 성과급이 나오면 일부를 떼어 모았다. 하지만 결혼 비용과 전세자금, 향후 주택 구입 비용을 함께 계산하자 저축만으로는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다.
그가 주식 계좌를 만든 것은 동료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 투자금은 월 20만원이었다. 삼성전자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나눠 넣었다. 은행 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주변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자 투자금은 50만원, 100만원으로 늘었다. A씨는 "손실이 무서운 건 알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더 뒤처지는 것 같았다"며 "적금만 들면 안전하긴 한데, 안전하게 가난해지는 느낌도 있었다"고 했다.
20·30세대가 주식시장으로 향한 배경에는 자산 격차가 있다. 월급과 적금만으로는 집값, 전세금, 결혼 비용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다. 사회 초년생이 매달 일정액을 저축해도 주거비와 생활비, 결혼 준비 비용을 함께 감당하면 목돈을 만드는 속도는 더뎌진다.
A씨도 처음에는 투자보다 저축을 우선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지금은 현금만 들고 있으면 손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회사 동료가 미국 기술주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코인으로 전세자금 일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성공담은 A씨에게 투자 정보가 아니라 비교 기준이 됐다.
청년층의 경제 여건은 관련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이 2025년 3월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개인의 평균 소득은 2625만원, 평균 부채는 1637만원, 평균 재산은 5012만원이었다.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13만원이었다.
평균 수치만 놓고 봐도 월급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뒤 목돈을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에서 월세나 전세대출 이자를 부담하는 청년은 투자금 자체를 만들기 어렵다. 반대로 여유자금이 있는 청년은 주식과 펀드, 해외투자에 더 일찍 접근한다. 같은 2030세대 안에서도 자산을 굴릴 수 있는 여력은 다르다.

청년들이 투자시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만이 아니다. 투자하지 않는 동안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크다. 예금 이자는 안정적이지만 집값, 물가, 자산가격 상승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투자 계좌는 필요처럼 보인다.
30대 직장인 B씨도 첫 월급을 받은 뒤 3년 동안 적금만 들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두고 예식 비용과 전세보증금을 계산하면서 주식 계좌를 열었다. 그는 "월급을 모아도 필요한 돈이 더 빨리 늘었다"며 "주식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 하면 따라갈 방법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B씨는 처음엔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다. 손실을 피하려고 하루에 한 번만 계좌를 확인했다. 하지만 증시가 오르는 날에는 마음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수익 인증을 보내오면 매수 금액을 늘렸고,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 매수를 고민했다. 투자 이유가 자산 형성에서 손실 회복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청년 투자자는 장기 투자와 단기 수익 사이에서 흔들린다. 월급으로는 목표금액을 빨리 만들기 어렵고, 단기 투자는 손실 위험이 크다. 이 사이에서 일부는 레버리지 ETF, 테마주, 해외주식, 코인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으로 이동한다. '인생한방'이라는 말에는 빠르게 올라가고 싶다는 기대와, 월급만으로는 어렵다는 체념이 함께 담겨 있다.
청년들이 투자시장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주거비와 자산 격차가 함께 놓여 있다. 월급을 모아도 전·월세 보증금과 집값을 따라가기 어렵고, 부모 지원 여부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주식과 코인, 레버리지 상품이 자산 형성의 우회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는 청년층 내부의 자산 격차가 고위험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월간지 '나라경제' 기고문에서 "자력으로 정상적인 자산형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청년들이 가상자산이나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에 극단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청년 가구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9억3022만원, 하위 20%는 2301만원으로 격차가 약 40.4배였다고 설명했다.
저축 중심 자산형성 지원만으로는 청년층 내부 격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호 기고문에서 "20·30대 청년 가구의 금융자산 상당 부분이 전·월세 보증금에 묶여 있고, 주식·펀드 같은 금융투자 비중은 낮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저축 장려만으로는 이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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