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한복판, 비싼 기업 광고 대신 ‘안중근 초상’ 걸려있는 이유는?

금유진 기자 2026. 8. 1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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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초상은 수억원짜리 광고와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죠."

하루 평균 수십만대의 차량이 숨 가쁘게 오가는 경부고속도로 오산 나들목(IC) 인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수억원대 광고 가치'를 지닌 명당자리를 '영웅의 정신'으로 비워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은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나 상업 광고를 걸자는 제안이 안팎에서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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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9년째 오산IC 인근서 자리 지켜…건물주 바뀐 뒤에도 벽화 보존
14일 찾은 경부고속도로 오산 나들목(IC) 인근. 도로를 오가는 차량 뒤로 안중근 의사의 벽화가 그려진 오산냉동창고 건물이 보인다. 금유진기자


“안중근 의사의 초상은 수억원짜리 광고와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죠.”

하루 평균 수십만대의 차량이 숨 가쁘게 오가는 경부고속도로 오산 나들목(IC) 인근. 꽉 막힌 도로 위 빽빽한 아파트 단지와 화려한 기업 광고판 사이로 뜬금없이, 그러나 압도적인 모습으로 운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얼굴이 있다. 결연한 눈빛으로 길 위를 묵묵히 응시하는 안중근 의사의 초상이다.

광복 81주년을 맞은 올해, 오산시 원동에 위치한 ‘오산냉동창고’ 외벽에 새겨진 이 벽화가 세상에 빛을 본 지도 어느덧 9년째다. 비싼 광고를 내걸 수 있음에도 이 창고가 ‘안중근’을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뭘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 건물은 현재 프레시홀딩스㈜가 소유·운영하고 있다. 벽화를 처음 남긴 이는 2017년 당시 냉동창고 운영사였던 더본로지스틱스의 조종현 대표다. 과거 조 대표가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문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울림을 후대와 나누기 위해 사비를 들여 그렸다는 전언이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수억원대 광고 가치’를 지닌 명당자리를 ‘영웅의 정신’으로 비워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 대표는 본인이 대표직을 맡는 동안만큼은 이를 지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2024년 프레시홀딩스㈜가 건물을 매입하면서 ‘변화’가 생길 뻔했다.

2년 전 건물이 매각되면서 내·외부의 새 단장이 시작됐을 때다.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은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나 상업 광고를 걸자는 제안이 안팎에서 빗발쳤다. 눈앞에 막대한 수익이 일렁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안중근 의사의 초상을 지키기로 했다. 상업적 가치보다 처음 벽화를 남긴 사람의 뜻을 존중하자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프레시홀딩스㈜가 운영·관리하는 오산냉동창고 외벽에 그려진 안중근 의사의 초상화. 금유진기자


이정 프레시홀딩스㈜ 이사(64)는 “인수 전부터 경부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초상을 유심히 봤다”며 “건물 인수 과정에서도 이 그림이 있어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고 전 주인이 벽화 작업을 했을 때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기에 경영진 역시 그 고귀한 뜻을 함부로 덮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덧칠해져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꺾고 뚝심으로 지켜낸 영웅의 초상은 이제 경부고속도로의 명물이 됐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안중근 창고 보이면 오산 다 온 거다”라는 반가운 이정표가 되기도 했다.

이번 광복절에도 오산IC를 지나는 차량들은 차창 너머 영웅의 눈빛을 마주한다. 화려한 상업 광고보다 더 빛나는, 대한민국이 잊지 말아야 할 ‘진짜 가치’가 그 창고 벽면에 여전히 뜨겁게 살아 숨 쉰다.

이 이사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킨 안중근 의사의 모습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닮아야 할 어른의 모습”이라며 “그 뜻을 받들어 회사도, 인생도 운영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중근 의사의 초상은 회사의 소유물이 아니라 고속도로를 지나는 모두가 가슴에 품어야 할 정신이자 인생의 나침반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 상징을 오래 지켜가겠다”고 웃어 보였다.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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