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숨통 트였다는데”…지금 집 사면 웃을까, 울까[주형연의 에구MONEY]

주형연 2026. 8. 15.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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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주> '돈'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부의 '8·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대출 시장에 오랜만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됩니다.

잔금·중도금·이주비 등 주택 공급과 직접 연결되는 자금에는 숨통을 터주는 반면, 주택을 보유하면서 한 번도 실거주하지 않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 대출은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막기 때문이죠. 1주택자의 전세 대출 보증 비율도 내년부터 낮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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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글쓴이주> ‘돈’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편리한 도구, 거래 수단일 뿐이지만 돈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냥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돈’에 대한 허물이 벗겨지는 순간 경제에 대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지는 사회, 돈에 얽힌 각종 이야기와 함께 경제 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45)씨는 올해 말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은행 대출 창구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계약 당시만 해도 잔금대출을 받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최근 은행들의 대출 한도가 빠듯해지면서 혹시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할까 마음을 졸였어요. 김씨는 “대출 총량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일단 한숨 돌렸습니다. 그런데 대출이 다시 풀리면서 집값까지 뛰면 결국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부담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어요”라고 토로했습니다.

정부의 ‘8·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대출 시장에 오랜만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됩니다.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이면서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과 중도금 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 여력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죠.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한도도 평균 30%가량 확대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금융 지원 역시 47조8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어납니다.

대출 문턱에 막혀 입주를 앞두고도 자금 마련에 애를 먹던 실수요자나 정비 사업 조합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대출 오픈런’ 부담이 한층 줄어들게 됐어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대책을 마냥 대출 규제 완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투자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실수요와 투기수요의 경계를 금융 규제로 선명하게 나눴다는 점입니다. 잔금·중도금·이주비 등 주택 공급과 직접 연결되는 자금에는 숨통을 터주는 반면, 주택을 보유하면서 한 번도 실거주하지 않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 대출은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막기 때문이죠. 1주택자의 전세 대출 보증 비율도 내년부터 낮아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할 부분은 역시 잔금대출이에요. 그동안 은행들이 연간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조이는 과정에서 입주 예정자들이 창구를 찾아 발품을 파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총량 자체가 2배로 늘어난다면 적어도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대출 절벽’ 사태는 피할 수 있어요. 계약 후 잔금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던 실수요자에게는 확실한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줍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도 수혜 대상입니다. 종전자산평가액이 아닌 종후 자산과 종전자산 중 큰 금액을 담보가치로 인정하면서 이주비 대출 한도가 평균 30%가량 늘어납니다. 이주비 부족으로 정비 사업이 지연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공급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죠. 정부가 이번 대책을 단순한 가계대출 완화가 아닌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 정상화’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기대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대출 여력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야 할 자금이 다시 매수세를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얼마나 풀리느냐보다 ‘누구에게 흘러가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PF 지원 확대도 양면성이 있어요. 정상 사업장에 자금이 공급되면 주택 공급이 재개되고 부실 위험이 줄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PF 사업장까지 지원을 기대한다면 부실 폭탄을 뒤로 미루는 꼴이 되기 때문이죠.

새롭게 도입된 전세 대출 규제 역시 핵심 변수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노골적으로 ‘갭투자 수요’를 겨냥한 조치입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수단으로 주택을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요. 다만 실제 거주 여부 판단 기준과 예외 사유 인정 범위를 두고 시장의 혼란이 예상되며 전입신고 등 형식적 요건을 악용한 우회로가 나타날 우려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출이 풀린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빚을 늘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는 것과 내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돕는 ‘정교한 핀셋 금융’으로 남을지, 다시 집값의 불쏘시개가 된 ‘대출 완화’로 기억될지는 앞으로 몇 달간 풀린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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