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와 비거주 '선악' 나누는 정책서 벗어나야[손바닥 부동산]

김은경 2026. 8. 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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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는 지나치게 강한 도덕적 이분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실러 교수가 시장이 과열되던 2000년대 초 코네티컷주 브랜퍼드 인근 섬에 가족을 위한 여름 별장을 마련했다는 일화는 주택 소유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주택 수와 거주 여부만으로 사람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정교한 시장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택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부동산 정책도 도덕적 판단을 넘어 시장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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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주, 시세차익 노린 '투기' 규정…지나친 단순화
다양한 수요 구분 안 해…'실수요' 개념 재정의해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주택 보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는 지나치게 강한 도덕적 이분법이 자리 잡고 있다. 직접 들어가 살면 선량한 실수요자, 살지 않는 집을 보유하면 시장 교란자라는 식이다. 특히 비거주 1주택이나 세컨드하우스는 쉽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로 규정된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작동 원리를 들여다보면 이런 구분은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가격표가 붙어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주택은 금융자산인 동시에 소비재다. 사람들은 집을 통해 잠을 자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한다. 반드시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일치해야만 주거 서비스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직장 때문에 도심에 전세로 살면서 주말에는 외곽 주택에서 쉬거나 은퇴 후를 대비해 지방에 집을 마련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두 번째 주택은 가격 상승에 대한 베팅이 아니라 삶의 선택지를 넓히는 소비재다.

그런데 정책은 이런 다양한 수요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했다. 주택 수와 주민등록 전입 여부처럼 행정적으로 측정하기 쉬운 기준을 중심으로 보유 행위를 재단해왔다. 그 결과 몇 채를 갖고 있는가가 왜 갖고 있는가보다 중요해졌다. 정작 시장을 왜곡하는 레버리지 수준이나 매입 목적,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실제 사용가치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떠오른다. 그는 장기간의 미국 주택가격 자료를 분석해 주택가격의 장기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고 2000년대 초 주택시장 과열을 경고했다. 저서 ‘비이성적 과열’을 통해서도 자산가격이 영원히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런 실러 교수가 시장이 과열되던 2000년대 초 코네티컷주 브랜퍼드 인근 섬에 가족을 위한 여름 별장을 마련했다는 일화는 주택 소유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뉴헤이븐의 상시 거주 주택이 있음에도 또 다른 주택을 구입한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집값 거품을 경고한 경제학자가 집을 한 채 더 샀다는 모순처럼 보일 수 있다.

최근 10년간 S&P 코탈리티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자료=도시와경제)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주택의 가격이 아니라 그 주택이 제공하는 효용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연 속에서 누리는 휴식,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은 시장가격으로 쉽게 환산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사용가치를 가진다.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실러 교수의 결단 이면에는 그의 아내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버지니아 실러 박사의 통찰이 있었다. 수많은 데이터와 거품 붕괴 시나리오 앞에서 매수를 주저하던 남편에게 버지니아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평생을 데이터 속에서 계산만 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살고 있다.”

이 말은 주택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주택에는 시세차익이라는 교환가치뿐 아니라 현재 누릴 수 있는 사용가치가 존재한다. 실러 부부에게 별장은 집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가족의 삶에 효용을 더하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물론 비거주 주택 가운데 투기적 수요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격 상승만을 기대해 과도한 대출을 일으키고 단기 매매를 반복한다면 시장과 금융안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비거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어떤 자금으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주택을 취득했느냐에 있다.

반대로 실거주 주택이라고 해서 모두 투기와 무관한 것도 아니다. 상급지 이동을 위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가격 상승에 베팅한다면 주민등록을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경제적 행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거주라는 외형이 투기적 기대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책이 바라봐야 할 것은 거주 여부가 아니라 행태다. 가격 상승 기대에 편승한 과도한 레버리지와 단기 매매에는 정교하게 대응하되, 가족의 생활공간 확대와 주말 주거, 노후 준비 등 다양한 주거 수요까지 하나의 잣대로 투기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

실수요의 개념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직장을 옮기고, 자녀가 성장하고, 부모를 돌보고, 은퇴를 준비하면서 주거 형태는 계속 달라진다. 세컨드하우스 역시 이런 삶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주거 수요일 수 있다.

정책의 기준도 몇 채를 보유했는가에서 어떤 목적으로 보유하는가로, 어디에 전입했는가에서 어떤 재무구조로 취득했는가로 옮겨야 한다. 주택 수와 거주 여부만으로 사람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정교한 시장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택시장에서 완벽한 바닥과 상투를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하락해도 감당할 수 있는 부채 구조를 갖췄는지 그리고 그 주택이 실제 삶에 어떤 효용을 제공하는지다.

이제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주택의 가치는 주민등록상의 주소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생활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노후를 준비하는 공간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질을 회복하는 쉼터다.

정책이 보호해야 할 것은 실거주라는 형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주거 선택과 건전한 자산 운용이다. 주택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부동산 정책도 도덕적 판단을 넘어 시장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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